[기업집단 된 거래소]
두나무, 카카오 그늘 벗어나는 이유
④ 경영진·지분 점차 줄여…공동사업 추진 늘까
이 기사는 2022년 05월 06일 14시 2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원재연 기자]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는 그동안 '카카오 관계사'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두나무에 초기 투자로 일찌감치 나섰고 카카오 경영진까지 두나무로 속속 자리를 옮겨 경영에 직접 관여해 당연한 듯 그렇게 받아 들여졌다. 


9일 업계에 따르면 2021년부터 카카오가 관계사 지분을 조금씩 줄여가며 두나무의 독립적인 존재감이 높아지고 있다. 거버넌스 측면에서도 올 3월 카카오 측 사외이사인 이성호 이사가 사임하며 경영 측면에서도 카카오의 영향력이 상당히 줄어든 모양새다. 


◆ 두나무 핵심 기반 카카오 


카카오는 업비트가 세상에 나오기 전인 2013년부터 일찌감치 두나무 투자자로 나섰다. 카카오 자회사인 케이큐브벤처스(현 카카오벤처스)가 먼저 2억원을 투자한 후 두나무에 직접 33억원을 추가 투자하며 당시 두나무와 탄탄한 인연을 맺었다. 


초기 지분율은 구체적으로 알려져 지지 않았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카카오는 직간접적으로 두나무 지분 20%정도를 보유했던 것으로 보인다. 직접 보유한 지분 7.6%, 자회사 케이큐브 지분 10.18%, 카카오청년창업펀드 지분 2.5% 등이다. 


지난해 말 지분 관계는 지난 2019년부터 카카오가 관계사 지분을 서서히 줄여온 결과다. 카카오가 직간접적으로 보유한 두나무 지분은 2019년 기준 22.5%, 2020년 기준 21.5%다. 매년 약 1%가량 지분율을 줄여왔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케이큐브1호벤처투자조합펀드'가 약 10년만에 투자 관계를 청산하며 카카오 단일 지분 10.88%만 남았다. 송치형 회장과 김형년 부사장 등 창업자들을 제외하고 최대 지분율이다. 


◆ 거리두기에 나선 두나무 


카카오는 두나무 경영에도 설립 초기부터 참여해왔다. 그런데 두나무는 지난 3월 31일 두나무 주주총회를 통해 이성호 카카오페이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이사진 사임을 결정했다. 이성호 이사는 카카오와 계열사 간 시너지를 책임져온 인물로 두나무에서 카카오의 영향력이 그만큼 줄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두나무는 이러한 결정을 내리며 "카카오가 재무적 투자자로서 더 이상 사외이사로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2021년 1분기 기준 두나무 등기이사는 송치형 회장과 김형년 부사장, 이석우 대표, 이성호 이사, 강준열 전 이사 등 5명이었다. 지난해까지 두나무 경영진 5명중 창업 멤버를 제외하고는 카카오 출신 인사가 두나무를 차지하고 있었다. 


현재는 지난 3월 이사회 개편을 통해 송치형 회장과 이석우 대표, 정민석 사내이사, 임지훈 사내이사로 4인 체제 이사회를 구성 중이다. 


카카오는 2013년 임지훈 전 케이큐브 대표가 두나무에 투자한 이후 2015년 두나무에 33억원을 투자했다. 카카오 총괄이사(CSO)였던 강준열 전 이사도 같은 시기 두나무의 경영에 참여했다. 강 전 이사는 업비트가 서비스되기 이전인 2015년부터 업비트 최고 전성기로 기록될 2021년까지 두나무의 사외이사로 활동하며 두나무의 성장을 도왔다. 


지난 2017년 말 강 전 이사의 제안으로 이석우 전 카카오 공동대표가 두나무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이석우 대표는 2011년 카카오에 입사해 카카오톡을 국민 메신저로 만든 대표적인 카카오 사단의 핵심 인물이다. 


이번에 두나무 사외이사에서 사임한 이성호 카카오M 전 대표는 2019년부터 두나무의 사외이사를 맡으며 강 이사와 손발을 맞춰왔다. 특히 이 이사는 두나무와 카카오 양 사 협력의 핵심 가교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전 이사 재임 당시 업비트는 카카오의 블록체인 계열사 그라운드X가 만든 클레이튼 계열의 가상자산인 캐리프로토콜, 콘텐츠프로토콜, 보라 등을 국내 거래소 중 가장 빠르게 상장했다. 당시 카카오는 클레이튼 계열 가상자산을  적극적으로 육성하던 시기다. 이들의 업비트 상장에 이 이사의 역할이 컸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이 전 이사가 올해 두나무 이사진에서 사임했지만 두나무 내부에는 여전히 카카오 출신 이석우 대표이사가 남아있으며 카카오 지분율 역시 단일 기업으로는 최대다. 카카오는 두나무의 경영에 참여치 않고 재무적 투자자로 남겠다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카카오의 영향력이 미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두나무와 카카오는 어떻게해서든 별도 서로에게 영향을 주지 않는 별도 기업으로 비춰지기를 바라고 있는 분위기다. 


◆ 거리두기 왜?


최근 두나무와 거리를 두기 시작한 카카오의 행보에 대한 여러 분석이 나온다. 


다양한 분석 가운데 첫 번째 시각은 케이큐브벤처스의 청산 시기가 도래했다는 것이다. 케이큐브의 카카오 첫 투자 당시 신생 핀테크 스타트업인 두나무의 전체 기업가치는 10억원이었다. 지난해 기준 두나무의 기업가치는 약 20조원으로 카카오는 두나무에 투자한 50여억원으로 수조원의 수익을 거뒀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러한 분석에는 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두나무 지분을 카카오가 너무 빨리 처분해 차익 실현을 한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두 번째는 카카오의 블록체인 사업과 업비트와의 협력에서 생길 수 있는 위험성을 제거하기 위해 거리두기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양 사가 가상자산 분야에서 접점이 있지만 관계사 리스크로 인해 추진하지 못한 사업을 펼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앞서 업비트는 수년간 클레이튼 기반 가상자산을 다수 상장했다. 하지만 카카오가 발행한 가상자산 클레이(Klay)만은 상장하지 않았다. 특금법에 따라 특수관계 기업이 발행한 가상자산은 거래소가 상장할 수 없다. 클레이 발행은 지난해 특금법이 시행되기 이전인 2018년으로 아직 관련 규제가 생기기 전이다. 하지만 업비트 향후 있을 법적 문제를 고려해 처음부터 클레이를 해외 법인인 업비트 싱가포르·인도네시아에만 상장한 것으로 보인다. 일찌감치 국내 규제 리스크에 대응했다는 것이다. 


클레이튼 입장에서는 양 사의 특수관계로 국내 최대 거래소에 상장하지 못한 것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 


느슨해진 관계로 양 사는 가상자산 분야 협력 관계에서 나오는 리스크를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카카오는 그라운드X를 글로벌 사업으로 확장하고 NFT 분야에도 전념하겠다 밝혔다. 두나무 역시 업비트와 더불어 NFT 거래소를 운영하는 만큼 향후 공동사업 추진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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