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프리미엄 리더십 잃어가는 삼성전자
TV·스마트폰 등 주력 제품, 프리미엄 가치 잃으면 '가성비' 브랜드 전락
이 기사는 2022년 04월 06일 11시 1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백승룡 기자] "자세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초격차'를 보여주던 예전의 모습은 확실히 아닌 것 같아요."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전자를 바라보는 업계 안팎 전문가들의 최근 시선이다. 물론 삼성전자의 실적은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해 국내 기업 최초로 분기 매출액 70조원을 돌파했고, 올해는 연매출 300조원을 바라보고 있다. '최고지향'을 핵심가치로 내세우며 TV, 스마트폰, D램, 낸드플래시 등 주요 부품·세트 사업에서 세계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최근 삼성전자의 시장 지위를 들여다보면 화려하게 빛나던 시장 리더십이 조금씩 빛을 잃어가는 모습이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까지 16년 연속 세계 TV 시장 1위를 기록했지만, 2000달러(약 240만원) 이상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점유율이 ▲2019년 50.2% ▲2020년 42.3% ▲2021년 39.3% 등으로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다. 프리미엄 주도권을 뺏기고 있는 것이다.


특히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가 대세로 부상하는 와중에도 주력인 액정표시장치(LCD)를 고집하다가 올해에서야 뒤늦게 진출, 아쉬운 의사결정 사례를 남겼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20여개 TV 업체 중 가장 늦게 진출해 시장 선점을 누리지 못한 데다가 OLED 패널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국내 출시 계획도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애플에게 프리미엄 주도권을 빼앗긴지 오래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프리미엄 스마트폰(도매 평균 판매가격 400달러 초과)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17%로 집계됐다. 1위인 애플(60%) 대비 3분의 1도 되지 않는 점유율인 셈이다. 애플은 지난해 세계 모든 지역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전체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1위(18.9%)를 지켰지만, 이마저도 애플(17.2%)과의 격차는 1%포인트대로 좁혀졌다.


서울의 한 대학교 교수는 "프리미엄 가치를 잃게 되면 삼성전자의 시장 포지션은 '가성비'를 앞세우는 중국 업체들과 경쟁관계에 놓이게 된다"며 "최근 삼성전자는 일본 소니를 뛰어넘던 무서운 기세도, 아이폰 출시 이후 재빠르게 대응해 스마트폰 시장 1위를 거머쥐었던 혁신적인 의사결정도 보이지 않아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의 주력인 반도체는 어떠한가. D램 등 메모리반도체가 여전히 삼성전자의 전체 실적을 견인하고 있지만, 2030년까지 세계 1위로 도약하겠다고 공언한 비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는 좀처럼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에서는 낮은 수율(전체 생산품 대비 정상품 비율)로 인해 퀄컴·엔비디아 등 고객사 이탈이 빚어지는 상황이다. 시스템반도체에서 주력하던 모바일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도 수율 문제로 인해 자사 스마트폰인 갤럭시 S22 시리즈에도 탑재되지 못했다.


이같은 삼성전자의 정체된 모습을 두고 혹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사법리스크로 인한 리더십 부재를, 일각에서는 오랜기간 1위를 달성한데서 오는 '적당주의'을 이유로 꼽는다. 혹은 이와 반대로 1등에 대한 강박관념으로 인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커 혁신을 향한 도전정신이 사라졌다고 분석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각기 해석하는 관점은 다르지만, 삼성전자가 이전과 같은 '최고지향' 사풍을 잃어가고 있다는 데 의견을 모은다.


고(故) 이건희 회장은 '프랑크푸르트 선언', '애니콜 화형식' 등 강력한 리더십을 기반으로 삼성전자를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도약시켰다. 지금의 빛나는 삼성전자는 20~30년 전부터 쌓아온 노력의 결과물인 셈이다. 미래에도 시장을 선도하는 삼성전자가 되기 위해서는 현재가 쌓여야 한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 미국 출장을 마치고 귀국길에서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직접 보고 오니 마음이 무겁다"며 '위기'를 언급했다. 이 부회장이 화두로 제시했던 위기론은 외부의 냉혹한 현실뿐 아니라 '최고지향'을 잃고 있는 삼성전자 내부로도 향해야 할 시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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