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커머셜, 사외이사 80% 교체···어피너티는 유지
배당금 급증···어피너티 엑시트 향방 촉각
이 기사는 2022년 03월 31일 15시 0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박관훈 기자] 현대커머셜(대표 정태영)이 사외이사 5명 중 4명을 교체하며 이사회 구성에 변화를 줬다. 새 인물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이 회사에 투자한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이하 어피너티) 출신 2명은 그대로 유지됐다.



31일 캐피탈 업계에 따르면, 현대커머셜은 최근 열린 주주총회에서 총 4명의 사외이사를 신규 선임했다. 새로운 사외이사는 이상훈 어피너티 한국 총괄대표와 정익수 어피너티 한국 대표,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강평경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등이다.


기존에 사외이사로 재임하던 한종수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 박영택 어피너티 회장, 조부관 세틀뱅크㈜ 감사, 김형준 어피너티 한국전무 등 4명은 주주총회에 앞서 사임했다. 한종수 교수와 조부관 감사는 임기만료로 사임한 반면 박영택 어피너티 회장과 김형준 어피너티 한국전무의 경우 사외이사 임기가 1년가량 남은 상태에서 조기 교체됐다.


사외이사 멤버 구성에 큰 폭의 물갈이가 이뤄진 가운데 어피너티는 현대커머셜의 사외이사 다섯 자리 중 두 자리를 유지하게 됐다. 이로써 어피너티는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를 통해 기업 경영 전반의 주요 의사결정에서 이전과 동일한 영향력을 이어가게 됐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사외이사 교체를 계기로 어피너티의 엑시트(투자금회수) 움직임이 관측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투자 업계에서는 통상 3년이 지난 시점부터 사모펀드 투자금회수 시기로 보는데, 지난해 어피너티가 약 4년 만에 현대카드 엑시트에 나서면서 올해 현대커머셜에 대해서도 투자금회수가 이뤄질지 관심이 모이는 모습이다. 어피너티는 현대카드 지분을 인수한 이듬해인 지난 2018년 현대커머셜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1417억원을 투입해 지분 25%를 확보했다.


특히 기존 이사회 멤버였던 박영택 어피너티 회장과 김형준 어피너티 한국전무를 조기 교체한 부분에서, 엑시트를 앞둔 어피너티가 이사회 참여 전략에 변화를 준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이번에 이사회 멤버로 새롭게 합류한 정익수 한국 대표의 경우 지난해 현대카드 사외이사로 재임하면서 어피너티의 엑시트를 성공적으로 이끈 경험이 있다. 정익수 대표는 지난해 어피너티가 현대카드의 보유 지분을 모두 정리한 이후 올해 2월 1년여 남은 임기를 다 채우지 않고 사외이사 자리에서 물러난 바 있다.



또한 최근 현대커머셜이 배당을 실시한 점도 이러한 추측에 힘을 싣고 있다. 현대커머셜은 이번 주총에서 보통주 주당 2000원을 배당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배당금 총액이 이전 154억원에서 533억원으로 246.3%나 늘었고 어피너티가 챙겨간 결산배당금도 2020년 25억원에서 2021년에는 133억원으로 증가했다.


현대커머셜은 배당금 증가 이유에 대해 "당기순이익 증가 및 경영상의 목적"이라고 공시했지만 업계에서는 주주달래기용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어피너티의 지분이 경영권을 위협할 상황은 아니지만 해당 지분의 방향성에 따라 정태영 부회장 부부의 현대커머셜에 대한 지배력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현대커머셜의 지분율은 현대자동차가 37.5%로 최대주주이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누나인 정명이 현대커머셜 사장이 25%, 정태영 현대카드/커머셜 대표이사 부회장이 12.5%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지분 25%는 어피니티의 특수목적회사(SPC) 센츄리온 리소스 인베스트먼트Centurion Resources Investment Limited)가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추측에 대해 현대커머셜 측은 지나친 확대 해석이라는 입장이다. 현대커머셜 관계자는 "박영택 어피너티 회장과 김형준 어피너티 한국전무의 사외이사 조기 교체에는 특별한 사유가 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으며, 엑시트와도 전혀 무관한 내용"이라며 "배당금 증액 역시 당기순이익 증가에 따른 주주환원 차원에서 나온 조치일 뿐"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태영, 정명이 부부는 현대카드에 대한 지배력 행사하기 위해서도 어피너티와 우호적인 관계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정태영 부회장과 정명이 사장은 현대커머셜을 통해 간접적으로 현대카드에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현대커머셜은 현대카드 지분 28.56%를 보유한 가운데, 우호지분으로 분류되고 있는 푸본그룹 지분 20%와 함께 48.56%의 지분으로 현대자동차(36.96%)와 기아(11.48%)를 견제하는 상황이다. 향후 현대차그룹 금융 계열사 지배구조 변동이 본격화할 경우 어피너티가 가진 지분의 몸값이 올라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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