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생명, 후순위채 6000억 어디에 쓰나
농협생명 "만기도래 채권 차환 및 자산운용에 활용"
이 기사는 2022년 03월 30일 07시 5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한보라 기자] NH농협생명이 6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권을 발행한다. 대규모 자본 확충으로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RBC)비율은 200% 초중반까지 뛰어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기회로 만기가 돌아오는 후순위채를 교체하는 한편 투자를 위한 운용자금을 보충할 예정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농협생명은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후순위사채의 발행조건을 확정했다. 당초 발행예정금액은 3000억원 수준이었으나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6000억원까지 늘렸다. 당초 최대 증액 발행하기로 했었던 5000억원을 넘어선 규모다. 5년 콜옵션(매수청구권)이 붙은 10년 만기물이다. 금리는 연 4.35%로 희망밴드 상단보다 낮게 책정됐다.


농협생명은 이번에 조달한 자금 대부분을 자산운용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농협생명은 2017년 세 차례에 걸쳐 후순위채 5000억원을 발행했다. 이 가운데 2024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물량은 1700억원이다. 통상 후순위채는 잔존만기가 5년 이내로 줄어들면 자본인정금액이 매년 20%씩 차감되는 만큼 일부는 차환하고 남은 금액은 채권, 단기금융상품 등에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안전 자산 위주로 투자를 고려하는 만큼 추후 발생할 수 있는 역마진 우려에 대해서는 까다롭게 투자처를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농협생명 관계자는 "생명보험사 특성상 안전한 투자처가 필수적인 만큼 실무 부서에서 후순위채 금리(연 4.35%)를 상회할 만한 자산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아직까지 결정된 투자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사채발행대금이 납입되면 RBC비율은 전년 말 대비 27.5%포인트 늘어난 238.0%까지 회복된다. 단순 계산으로 1000억원이 들어올 때마다 RBC비율이 4.58%포인트씩 증가하는 셈이다. 지난해 말 RBC비율은 금리가 오르며 발생한 채권평가손실으로 업계 평균(261.75%)를 하회한 210.5%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외부 자본 확충 계획 외에도 포트폴리오 재편을 통한 전사적인 체질개선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비교적 저조한 실적 역시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대비해 저축성보험을 덜어내고 보장성보험을 새로 채우는 과정에서 나타난 성장통이다. 오는 2023년 IFRS17이 도입되면 보험사는 보험부채(보험금)을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해 적립해야 한다. 따라서 반드시 미래에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저축성보험은 보험부채 부담이 배로 늘어나게 되는 구조다.


지난해 보험 포트폴리오는 보장성보험과 저축성보험이 각각 41%, 59%로 구성돼있다. 수입보험료 가운데 저축성보험 비중이 2015년 17%에서 지난해 41%까지 상승했지만 유의미한 이익을 창출하기엔 부족한 수준이다. 오는 2027년까지 '방카슈랑스 25%'룰을 적용받는 대신 변액보험 등 특별계정을 취급할 수 없게 된 부분 역시 포트폴리오 조정 리스크다.


한편, 신용평가사가 책정한 농협생명의 이번 후순위채 신용등급과 전망은 'AA/안정적(Stable)'이다. 한국신용평가는 농협생명은 농·축협 창구를 통한 방카슈랑스 채널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중상위권 시장지위를 확보하고 있다고 봤다. 농협금융지주 등 모회사 재무지원 가능성도 충분한 만큼 우수한 자본적정성을 갖고 있다는 게 한신평의 분석이다.


김선영 한신평 선임 애널리스트는 "보장성보험 영업 특성상 농협생명의 수익구조 개선은 장기간에 걸쳐 이뤄질 것"이라며 "필요할 경우 모회사의 재무지원, 자본성 증권 발행 등 자본확충 수단을 활용할 수 있는 만큼 신제도 도입에도 일정 수준의 자본 여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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