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조건부 합병 승인…향후 시너지는?
공정위, 10년간 슬롯·운수권·운임제한 등 조건 달아…국내 LCC 장거리 노선진출 기회
이 기사는 2022년 02월 22일 15시 0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김진배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에 가장 큰 과제였던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기업결합이 승인됐다. 경쟁 제한성이 우려되는 노선에 대해서 10년 내에 슬롯(시간당 가능한 비행기 이착륙 횟수)과 운수권(정부가 항공사에 배분한 운항 권리)을 반납하는 조건이다. 이와 함께 2019년 수준으로 운임인상이 제한되고 좌석 공급 축소도 금지됐다. 


공정위가 운수권 분배 대상에 외국항공사도 포함시킨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국내 항공사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지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정위는 22일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주식 63.88%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한다고 밝혔다. 두 대형항공사(FSC)가 결합할 경우 국제선 65개 중 26개 노선, 국내선 22개중 14개 노선에서 경쟁 제한성이 발생한다고 판단했다. 항공화물운송시장과, 항공기정비시장에서는 경쟁 제한성이 발생하지 않았다.


공정위는 "출발-도착 도시간 시장, 1회 경유편의 직항편 시장 획정, 인접 공항 유무에 따른 대체가능성 등을 평가해 국제선 시장을 획정했고, 국내선의 경우 출발-도착 시간으로 정하되 소비자의 구매 패턴을 고려해 편도노선으로 획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사가 결합할 경우 저비용항공사(LCC)까지 통합돼 국제선과 국내선에서 상당수 경쟁제한성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 시행기간 10년... 국제선 26개, 국내선 8개 반납해야


공정위는 경쟁제한성이 있는 노선에 대해 10년 내에 운수권과 슬롯을 반납하도록 했다. 대한항공이 반납해야 하는 노선은 총 국제선 26개, 국내선 8개다. 국내선 14개 경쟁제한노선 중 수요가 부족한 6개는 구조적 조치가 불가능하거나 효과적이지 못해 운임료 인상 제한 등의 조치만 부과했다.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제공)

공정위는 특히 미주·유럽 노선이 독점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분석했다. 공정위는 "미주노선 13개 중 중복노선은 5개며 모두 경쟁제한성이 있다"면서 "해당 노선은 델타항공을 제외하면 경쟁자가 없거나 1개사로 가격인상률이 매우 높게 나타난다"라고 밝혔다. 샌프란시스코와 호놀룰루 노선도 유나이티드항공과 하와이안 항공이 경쟁자로 운항하고 있으나, 점유율이 20%에 그친다.


바르셀로나, 파리, 로마, 런던 등 유럽 6개 노선도 경쟁제한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독점으로 운행하고 있는 바르셀로나 노선을 제외한 파리·로마·런던·프랑크푸르트·이스탄불 노선은 노선별로 1개 외항사가 경쟁하고 있으나 점유율이 13~31% 수준에 그쳐 경쟁 제한성이 발생한다"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측이 주장한 경유편은 직항편을 대체할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공정위는 "운항시간이 크게 차이나고 경유편 탑승객 비중이 최대 30%에 그치는 점을 감안할 때 경유편은 직항편의 유효한 대체수단이 되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중국노선은 58개 중 중복노선이 18개 발생하고 이 중 5개 노선만 경쟁제한이 발생한다고 봤다. 동남아 노선은 총 44개 중 6개 노선이, 일본노선은 36개 중 1내 노선만이 경쟁제한성이 인정됐다. 공정위는 "각국의 대형항공사, 국내 LCC 등 강력한 경쟁자가 다수있다"면서 "중국노선의 경우 운수권 여유가 있어 신규 진입 가능성도 높은 점이 감안됐다"라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대양주, 몽골, 우즈벡 노선은 5개 노선 중 3개 노선에서 경쟁제한성이 발생했다.


국내선은 총 38개 중 결합으로 22개 중복노선이 발생하고 14개 노선에서 경쟁제한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제주~진주, 제주~여수, 제주~울산 등 제주발 내륙 노선의 경우 두 회사의 점유율이 60~100%에 달했다. 내륙 간 노선에 대해서는 KTX, SRT 등 고속철도가 대체수단이 될 수 있다고 보고 경쟁 제한성이 없다고 평가했다.


슬롯과 운수권 반납은 해당 노선에 다른 항공사가 진입할 경우 이뤄진다. 즉, 10년 내에 경쟁제한성이 있다고 판단된 노선에 신규 항공사가 진입하거나 기존 항공사가 증편하겠다고 나서면 대한항공이 보유한 슬롯을 의무적으로 내줘야 한다.


◆ 운임료·공급좌석·마일리지, 2019년 수준 유지


슬롯·운수권 반납이 이행되는 10년 동안 ▲운임인상 제한 ▲공급과석수 축소 금지 ▲서비스 질 유지 ▲마일리지 통합 등의 행태적 조치도 이뤄진다.


기준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이다. 해당년도를 기준으로 운임료 인상이 제한되고, 공급좌석도 일정 비율 미만으로 축소가 금지된다. 좌석간격, 무료 기내식·수화물, 라운지 이용 등 서비스 수준도 유지해야 한다.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제공)

마일리지 또한 2019년보다 불리하게 변경해서는 안 된다. 대한항공은 기업결합일로부터 6개월 내에 양사 마일리지 통합방안을 제출하고 공정위 승인을 얻어야 한다. 이러한 조치는 구조적 조치(슬롯·운수권 반납)가 완료되는 날 까지 계속되며, 구조적 조치가 조기에 완료되면 행태적 조치도 함께 종료된다.


공정위는 "동남아·중국 등 중단거리 노선에서는 슬롯 외에 운수권 재배분 등을 통해 국내 LCC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며 "국내 톱(TOP)항공사로서 오랜 기간 경쟁하던 결합 당사회사들은 통합으로 인한 효익을 국내 항공운송서비스 산업의 경쟁력 제고와 소비자 편익을 높이는 자원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이번 조치 내용을 두고 업계에서는 국내 항공사들의 경쟁력이 약화되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정위가 운수권·슬롯 재분배 대상에서 외국항공사를 제외하지 않은 탓이다. 


이번 기업결합 완료되면 국내 항공업계에는 대한항공을 제외하고는 LCC만 남게 된다. LCC는 중·단거리를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 중이며, 향후에도 장거리 노선 진출이 쉽지 않다. 대형 항공기를 추가로 도입해야 하고, 장거리 운항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아 부대비용이 크게 발생할 수 있어서다.


결국 인프라가 갖춰진 외항사에게 슬롯과 운수권이 대부분 배정될 가능성이 생긴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항공소비자 보호만 생각하다 항공 경쟁력을 빼앗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공정위가 LCC들의 참여를 독려한다고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를 생각하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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