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코로나 특수가 만들어낸 역대급 실적
이 기사는 2022년 02월 17일 11시 0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진=HMM 제공


[딜사이트 이진철 부국장]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HMM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창사 이래 최대인 7조원대로 '잿팟'을 터뜨렸다. 경영부실로 채권단 관리 체제인 HMM의 영업이익 규모가 현대차(6조6700억원)를 앞서고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포스코에 이어 4번째로 많다는 게 화제꺼리다. HMM이 9년만에 대규모 흑자전환을 할 수 있었던 해운업 호황의 배경을 두고 '글로벌 공급망 병목'이라는 코로나 특수와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 여름 외국계 증권사 모건스탠리가 불 지폈던 '반도체 겨울론' 우려를 딛고 역대급 실적을 올렸다. 반도체 수요가 폭발하면서 삼성전자의 지난해 매출은 279조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영업이익 51조5700억원은 지난 2018년(58조8900억원) 이후 최고 수준이자 역대 3번째로 높다.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올리며 실적에 자신감이 붙은 SK하이닉스는 향후 3년간 창출되는 잉여현금흐름(FCF) 가운데 절반 가량을 배당으로 활용하는 새로운 주주환원 정책을 내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연봉의 50%나 기본급의 1000%에 달하는 역대급 보너스 잔치도 벌였다. 하지만 일부 젊은 직원들을 중심으로 "경쟁사보다 부족하다", "회사가 낸 이익에 비해 적다"는 불만이 나왔다. 


금융권으로 눈을 돌려보면 KB금융·신한지주·하나금융지주·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그룹의 지난해 순이익은 14조5000억원 규모로 2019년 이후 최고치다. 예·적금 금리는 제자리 수준인 가운데 대출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은행의 이익이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그간의 경험으로 은행권이 대출로 돈을 많이 벌면 기업들의 실적에는 악영향을 끼쳤는데 코로나19 여파로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 반도체·배터리·자동차·철강 등 우리 주력 산업 대부분은 '역대 최고', '사상 최대'라는 수식어가 붙은 실적을 발표했다. 결국 은행의 이자수익은 기업보다는 중소기업, 소상공인, 가계에서 부담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코로나19가 2년간 지속하면서 기업들은 나름대로 대응 능력을 키웠다.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원자재가격이 급등하면서 제품가격을 자연스럽게 올리고 매출도 덩달아 늘었다. 결국 저금리와 유동성이 소비 수요를 폭발시켜 기업 실적호조로 이어진 것이지 미래 성장동력을 위한 신사업 등 사업혁신의 결과물은 아니라는 지적은 되새겨봐야 한다.


연초 '어닝 서프라이즈' 샴페인을 터뜨리며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사이 경영환경은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긴축에 대한 우려로 금리가 오르면서 기업들은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조달에 애를 먹고 있다. 주식시장이 하향 곡선을 그리면서 예정했던 기업공개(IPO)에 차질을 빚는 사례도 나왔다. 지금부터는 코로나 특수로 큰 수익을 내던 상황을 잊어야 한다. 지난해와 같은 역대급 실적에 계속 눈높이를 맞춘다면 앞으로 닥쳐올 상황에 제대로 대응을 할 수 없다. 코로나 정점이 언제인지 오리무중인 것처럼 경제도 코로나 특수가 계속될 지, 아니면 예상치 못한 악재가 튀어나올 지 예상하기 어렵다. 코로나가 정점을 찍고 모두가 기다렸던 일상회복을 했을 때 코로나 특수를 기회삼아 체력을 기른 기업과 고갈한 기업의 희비가 갈리는 시점은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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