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탈통신 강박증에 빠진 통신사
탈통신도 좋지만 본업 통신부터 챙겨야
이 기사는 2022년 01월 28일 08시 4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출처: KT)


[딜사이트 최지웅 기자] 국내 통신 업계가 '탈통신' 강박증에 빠져 있다. 주요 통신사들이 수년째 새해 목표로 '탈통신'을 외치며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통신을 넘어 비통신 분야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하지 않으면 기업의 존폐가 위태로울 수 있다는 막연한 불안감에 휩싸인 듯하다. 통신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도 수익을 창출해 성장성을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는 충분히 이해되지만 지나친 탈통신 압박은 여러 대형사고로 확산될 수 있어 상당한 우려를 낳고 있다. 


임오년 새해에는 한술 더 떠서 통신사들이 비통신 매출 비중을 더욱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특히 탈통신 움직임이 가장 활발한 KT는 오는 2025년까지 비통신 매출 비중을 50% 수준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현실화될 경우 통신과 비통신 부문이 완전히 균형을 맞추면서 진정한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날 가능성이 커진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비통신 역량 강화를 통해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통신사들이 이처럼 한 목소리로 탈통신을 외치는 까닭은 본업인 통신 사업이 지니고 있는 태생적 한계 때문이다. 내수 시장에 국한된 사업구조를 가진 통신은 매출 성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한정된 가입자를 놓고 서로 뺏고 빼앗기는 생존 싸움이 매년 반복되면서 통신사들은 통신을 넘어 탈통신으로 미래 청사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잇따라 탈통신을 선언한 통신사들이 신사업을 강화하면서 통신 3사 영업이익 합계가 지난해 3분기 연속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아직 4분기 실적발표가 남아있지만 시장에서는 4분기 연속 합산 영업이익 1조원 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통신 3사의 영업이익 합계가 처음으로 4조원을 돌파하는 것이다.


하지만 면밀히 살펴보면 이 같은 호실적은 탈통신만의 산물이 아니었다. 여전히 본업인 통신이 가장 큰 매출 비중을 차지하며 전체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통신 3사의 무선 사업 매출은 ▲SK텔레콤 3조274억원 ▲KT 1조7947억원 ▲LG유플러스 1조5233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9%, 3.0%, 4.2% 증가했다. 워낙 매출 규모가 큰 탓에 성장률은 높지 않지만 지속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도 상용화 4년 차에 접어든 5G 가입자 확대에 힘입어 호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탈통신이 아니어도 통신사들의 먹거리 자원은 여전히 풍부하다. 사업 근간인 이동통신 분야를 믿고 탈통신 강박증을 내려놓는 지혜가 요구된다. 급하게 달리다가 넘어지면 더 크게 다칠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전국적으로 발생한 KT 통신장애 사고는 탈통신 취한 한 통신사의 과실을 만천하에 드러낸 사건으로 기억된다. 약 89분 동안 지속된 통신장애로 사회·경제 인프라가 한순간에 마비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게다가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비통신 분야 신사업은 대부분 본업인 통신과 무관하지 않다. 탈통신이라는 명분으로 추진 중인 해당 사업들이 정작 통신 없이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탈통신을 통한 수익 사업도 좋지만 5G 품질 불만과 KT 통신망 대란 등 잇단 잡음으로 신뢰를 잃고 있는 통신 시장 전반에 대한 점검과 안정화가 더욱 시급하다고 제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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