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아마추어가 아니잖아요
SK이노베이션, 공시 의무 위반만 5차례... 실수가 반복되면 그것이 실력임을 명심해야
이 기사는 2021년 12월 15일 08시 19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김진배 기자] 일요일 아침에 벌어지는 조기축구에서는 재밌는 일이 많이 발생한다. 잔디에서 미끄러져 넘어지기도 하고, 작정하고 슛한 공이 관중석으로 날아가는가 하면, 텅 빈 골문에서 헛발질도 나온다. 이때 아쉬움의 탄성은 나오지만, 대개는 웃음으로 마무리 된다. 축구가 업이 아닌 아마추어기 때문이다.


반면 프로축구 경기에선 헛발질을 하거나, 공을 잘 잡아두지 못하거나, 슛을 제대로 못하면 비난이 날아온다. 그리고 이러한 실수가 계속되면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실력이 미달되는 선수는 구단에서 방출까지 당한다. 프로라면, 축구를 생업으로 삼는 곳이라면 실수가 많은 선수, 즉 실력이 미달되는 선수는 살아남기 힘들다.


최근 SK이노베이션이라는 거대기업이 공시를 늦게(공시 의무 위반) 했다는 이유로 한국거래소로부터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될 수 있다는 처분을 받았다. SK이노베이션이 지연공시를 한 건은 지주회사의 자회사 편입(2019년 1월14일, 2019년 4월2일, 2021년 10월1일(2건))과 종속회사의 유상증자 결정(2021년 9월1일) 등 총 5건이다. 당시 SK이노베이션은 "최근 회사 분할이 결정되는 등 복잡한 상황에서 공시 담당자의 개인적인 '실수'로 발생한 일"이라면서 "고의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거래소에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SK이노베이션은 거래소로부터 최근 3년 내 공시우수법인으로 지정된 바 있어 불성실공시법인에 지정되지 않고 벌점부과도 유예하는 처분을 받았다.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여전히 비판의 목소리는 높다.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임무를 저버린 일이 수차례 반복된 것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지난 3월 거래소는 SK이노베이션을 2020년 우수공시법인에 지정하면서 "자체적으로 공시 가이드북(체크리스트)을 제작해 유관부서 담당자를 대상으로 공시법규 관련 교육을 주기적으로 진행"하였으며 "사내 인터넷 교육 시스템을 구축하여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공시 교육 컨텐츠를 제공해 전문성 제고에 만전을 기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올해 두 차례 공시의무가 위반됐다. 철저한 교육이 뒷받침 됐다고 평가된 상황에서 이번 공시의무 위반은 의아할 수밖에 없다.


아마추어라면, '의무'라는 것이 동반하지 않는다면 이런 사건은 '다음에 잘 하면 되지'라는 격려로 넘어갈 수 있다. 그러나 SK이노베이션은 아마추어가 아니다. 코스피 시장에 속해 정보제공의 의무를 가졌으며, 수만명의 직원을 거느린 프로 중 프로인 대기업이다. 공시 의무 위반이라는 실수가 계속돼선 안 된다는 말이다.


거래소도 프로답지 못했다. 수많은 기업들의 공시 누락 사실을 모두 확인할 수는 없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된다. 그러나 수차례 누락된 사실에 대해서는 엄격한 기준으로 판단을 내렸어야 했다. SK이노베이션이 올해 3월 공시우수법인에 지정된 것은 2019년 발생한 공시의무 위반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2020년 공시가 우수했을지라도, 2019년 공시의무 위반이 적발돼 불성실공시법인에 지정됐다면 우수법인에 선정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엄격한 기준이 적용됐다고 볼 수 없다.


프로는 실력으로 말한다. 실수가 없거나 있더라도 최소한이어야 한다. 실수가 계속되면 그것은 실력이 된다. 계속된 실수는 아마추어에게나 용납된다. 거래소 또한 엄격한 기준이 없는 제재는 나쁜 선례를 만든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나쁜 선례는 또 다른 나쁜 선례를 낳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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