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실수를 바로잡을 기회
이 기사는 2021년 11월 12일 08시 0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배지원 기자] "시장조성자로 참여한 증권사 입장에서는 어안이 벙벙해지는 소식이다. 한국거래소와 계약을 맺고 제시된 운영방법에 따라 호가를 제시했을 뿐인데 이를 '시세조종' 행위로 보다니, 거래소 역할에 문제를 삼고 싶은 것인지, 시장 이해가 부족한 것인지 징계의 이유를 알 수 없다."


지난 9월에 금감원은 시장조성자로 참여해 특정 종목에 대해 매매호가를 제시한 9개 증권사에 대해 총 480억원의 과징금 부과를 사전 통보했다. 시장조성자는 유동성이 부족한 종목에 매매 호가를 제시해 투자자들의 매매 거래가 원활하게 체결되게 해주는 역할을 맡는데, 거래소의 지침에 따라 주문을 내게 된다.


시장조성자로 참여한 증권사들 거래소와 계약한 기준에 따른 매수·매도 호가일 뿐인데 과징금 처분은 잘못됐다며 반발하는 상황이다. 거래소는 작년 공매도를 통한 하락시세 조종 여부를 자체 검토한 결과 시장조성자가 시세조종을 했다고 의심되는 정황은 포착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증권사들도 거래소 계약에 따라 규정을 지켰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파장이 커지자 금감원도 한발 불러서 국정감사에서 정은보 금감원장이 과징금 재조정을 시사한 바 있다. 해당 징계는 전임인 윤석헌 원장의 결재사안으로, 신임인 정 원장이 징계를 번복할 명분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금감원은 이미 과도한 징계로 빈축을 사고 있다.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해당 기관과 기관장을 징계하고 전액 배상 권고를 내리는 등 다소 호전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하지만 DLF 부실 판매 책임을 물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중징계의 취소 소송에서 패소해 이미 체면을 구겼다.


항소를 준비하는 과정에 있지만 징계에 대해 법적으로 '지나치다'는 판단을 받은 셈이다. 금융권에서는 금감원이 이번 일을 계기로 '월권'에 가까운 징계를 멈추게 되지 않을까 기대하는 눈치다.


정 원장은 23일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을 불러모았다. 최근 시장조성자 과징금 제재와 관련해 증권 업계와 갈등을 빚은 만큼 이 자리에서 충분한 의견을 청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잘못된 질책에 대해서 바로잡을 기회가 아직 충분히 남아있다. 이번 만남을 계기로 업계와 갈등이 봉합되고 냉랭한 분위기가 반전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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