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상균 IB부장] 호반건설과 중흥건설은 그동안 공통점이 많은 회사였다. 설립 시기가 지난 1980년대로 비슷하고 지역적 기반이 광주전남 지역으로 같았다. 토목이나 해외플랜트 등으로 눈을 돌리지 않고 오직 국내주택사업에만 매진한 것과 성장 과정에서 철저한 리스크 관리 능력을 선보였다는 점도 동일했다.
심지어 기업규모도 비슷하다. 시공능력평가기준으로 올해 호반건설은 13위, 중흥토건은 17위를 기록했다. 자산 규모로 살펴보면 호반건설을 포함한 호반그룹은 10조6980억원으로 37위, 중흥건설을 포함한 중흥그룹은 9조2070억원으로 47위다.
마치 쌍둥이처럼 성장해온 호반과 중흥이지만 최근 행보는 판이하게 다르다. 대우건설이라는 거대 건설사가 매물로 나온 2018년 호반건설이 먼저 달려들었지만 계약 체결을 앞두고 악재가 터지면서 결국 뜻을 접었다.
이후 호반건설은 본업인 건설, 부동산업보다는 대한전선 등 제조업 인수에 주력하고 있다. 주택사업 비중이 워낙 높아 경기 변동성에 취약하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한 목적으로 해석된다.
반면 중흥건설의 생각은 달라 보인다. 호반건설이 눈독을 들였던 대우건설 인수전에 뛰어들었고 여러 우여곡절 끝에 최종 인수를 눈앞에 두고 있다. DS네트웍스 컨소시엄과의 가격 경쟁, 대우건설 노조의 강력한 반발 등을 하나씩 해결하는 뚝심을 보여줬다. 중흥의 설립자 정창선 회장의 발언에서도 드러나듯이 앞으로 중흥의 행보 역시 기존 건설, 부동산업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호반과 중흥의 사업방향이 갈리게 된 것은 이들 기업의 지배구조와 후계 구도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호반의 창업자인 김상열 회장은 1961년생으로 일찌감치 아들들에게 지분 증여를 완료했다.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호반건설의 최대주주는 김 회장의 장남 김대헌 대표다. 김 대표는 1988년생이다. 장녀 김윤혜 부사장(1991년생)과 차남 김민성 상무(1994년생) 역시 일찌감치 핵심계열사의 지분을 물려받았다. 젊은 오너 2세의 등장이 호반건설의 사업 포트폴리오 다양화로 이어진 셈이다.
반면 중흥의 설립자 정창선 회장은 1942년생으로 산수(傘壽)임에도 여전히 그룹의 주요 의사결정을 도맡고 있다. 이번 대우건설 인수전을 막후에서 총 지휘한 것 역시 정 회장이었다.
그룹의 후계자는 정 회장의 장남 정원주 부회장(1968년생)으로 확정됐고 정 부회장이 이끄는 중흥토건이 핵심 계열사로 부상한지 오래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아버지의 영향력이 여전한 것이 사실이다. 중흥이 전국구 건설사로 부상했음에도 여전히 본사를 서울 등 수도권으로 옮기지 않은 것도 고향을 떠날 수 없다는 정창선 회장의 강력한 의지 때문이다.
설립 이후 30년 넘게 비슷한 길을 걸어온 호반과 중흥이 대우건설을 기점으로 행보가 엇갈렸다는 점은 흥미로운 대목이다. 제조업을 보강하며 주택경기 하락에 대비하는 호반, 반대로 대우건설을 인수하며 건설부동산업의 강화를 외치는 중흥. 향후 이들 기업의 30년 미래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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