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보험사는 '엑소더스'···인수후보는 '저울질'
다자보험·악사손보 등 매물은 많은데···매번 거론되는 우리금융도 "증권사 먼저"
이 기사는 2021년 11월 02일 08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윤신원 기자] 프랑스 BNP파리바 그룹이 신한금융지주에 BNP파리바카디프손해보험(이하 카디프손보)을 매각했다. 오렌지라이프생명, 푸르덴셜생명, 라이나생명에 이어 카디프손보까지 매각되는 등 외국계 회사들의 국내 보험시장 철수가 이어지고 있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는 카디프손보 지분 약 95%를 400억원대에 인수하기로 했다. 나머지 지분은 카디프손보의 합작사인 신한라이프생명이 이미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신한금융그룹이 카디프손보 지분 100%를 보유하게 됐다. 최근 금융당국이 업권 경쟁 심화 등에 따라 종합 손해보험사 라이선스를 더 이상 발급하지 않으면서 신한금융지주가 손보업에 진출하기 위해 이미 라이선스를 갖춘 카디프손보를 인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카디프손보는 6월 말 기준 자산 1084억원 수준으로 중소형 보험사 가운데서도 규모가 상당히 작은 편인 데다, 10년 이상 적자에 시달리는 기업이다. BNP파리바그룹이 에르고다음다이렉트손해보험을 인수해 출범시킨 2014년 이후 단 한번도 연간 흑자를 기록한 적이 없다. 2014년 약 140억원의 적자를 낸 이후 ▲2015년 94억원 ▲2016년 78억원 ▲2017년 84억원 ▲2018년 127억원 ▲2019년 145억원 ▲2020년 117억원 등 꾸준히 적자행진을 이어갔다. 올해 상반기에도 5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신한금융이 카디프손보를 인수하면 이런 적자 행보를 끊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보험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최근 통합 출범한 신한라이프와 협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기존 사업영역은 더욱 공고히 하면서 그룹 내 17개 계열사에서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디지털손해보험사를 선보이겠다는 방침이다.


외국계 보험사들의 국내 시장 철수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8년 네덜란드 ING그룹이 오렌지라이프생명(ING생명) 지분을 모두 국내 기업에 매각한 이후 지난해에는 미국 푸르덴셜파이낸셜이 푸르덴셜생명을 KB금융지주에 매각했다. 지난달에도 미국 시그나그룹은 미국 처브그룹에 한국 라이나생명을 넘기기로 했다. 


외국계 보험사들이 줄줄이 국내 시장을 철수하고 있는 건 국내 보험시장의 한계 때문이다. 이미 보험업계는 성숙 단계에 접어들어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저금리, 저출산, 저성장 '3저(低)' 현상으로 생명보험사의 영업환경이 악화되고 있다. 여기에 신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자본확충 부담은 커지고 있는데, 외국계 보험사 입장에선 국내 보험시장의 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에서 자본확충을 단행하기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잠재적 매물로 거론되는 외국계 보험사도 상당하다. 생명보험사 가운데서는 메트라이프생명, AIA생명, 동양생명, ABL생명 등이 매물로 거론되고 있고, 손해보험사 중에서는 악사손해보험이 있다. 다자보험의 최대주주인 중국보험보장기금(CISF)은 동양생명, ABL생명을 포함한 다자보험 전체를 매물로 내놓은 상태다. 악사손보의 경우 지난해 교보생명과 인수협상을 진행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하지만 악사그룹은 여전히 악사손보에 대한 매각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는 상태다. 


일단 보험사 인수 유력 후보 중에 하나는 우리금융그룹이다. 국내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 가운데 우리금융그룹만 증권사와 보험사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과거 푸르덴셜생명 매각 당시 인수전에 참여했었고, 동양생명과 ABL생명 등 보험사들의 매각설이 나올 때마다 우리금융이 유력한 인수 후보자로 거론돼 왔다. 보험사 2곳을 사들인 사모펀드(PEF) JC파트너스의 보험사 추가 인수 가능성도 일각에선 제기된다. MG손해보험에 이어 KDB생명을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JC파트너스는 리치앤코 인수도 논의 중이다. 생보사, 손보사, 보험대리점(GA)까지 보험사업 전반을 아우르겠다는 계획이다. 신한금융그룹과 덩치 싸움을 하고 있는 KB금융그룹도 최근 IR에서 "M&A 문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우리금융그룹은 증권사 인수를 우선순위에 두겠다고 밝힌 만큼 보험사 인수까지는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JC파트너스도 지금까지 보험사 인수에 수천 억원의 자금을 투입했기 때문에 영업력을 갖추면서도 알짜인 매물을 찾을 가능성이 크다. KB금융도 기존에 인수한 자회사의 안정화에 주력을 우선하겠다고 언급한 상태다.  


이처럼 인수 후보군들은 적극적으로 인수에 나서지 않는 반면 매물로 거론되는 보험사들은 많은, 즉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실제 인수로 이어지기 위해선 보험사들이 '몸값'을 낮춰야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교보그룹이 악사손보와 협상을 할 당시에도 악사가 제시한 매각가가 지나치게 높아 협상이 결렬됐다는 건 다 아는 사실"이라며 "현재 국내 보험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된 상황이고, IFRS17 도입을 앞두는 등 이슈가 많은 상황에서 인수 매력도가 높아지려면 매물들의 매각가가 전반적으로 낮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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