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판 짜는 SK
최태원, '쪼개고 붙이기' 시동···그룹 시총 '140조'
①SK하이닉스 몸집 커져 부담…SK 기업가치 높여 대주주 지배력 강화
이 기사는 2021년 09월 08일 10시 2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그룹이 '뉴 SK' 도약을 위한 계열사 지배구조 개편에 한창이다. 키워드는 최태원 SK 회장이 제시한 '파이낸셜스토리(미래성장)'다. 2025년까지 SK㈜ 시가총액을 현재 18조원에서 140조원으로 키워보이겠다는 구체적인 청사진도 제시했다. 핵심사업은 '첨단소재·그린·바이오·디지털' 등 4대 분야다. 그룹 주력사업인 반도체, 통신, 에너지 등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영역이다. 이는 곧 4대 영역에 대해선 강력한 성장 드라이브를 걸지만, 반대로 연관성이 적거나 시너지가 낮은 사업은 과감하게 조정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팍스넷뉴스는 주요 계열사 간판을 바꾸고 대주주 지배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SK그룹의 변화와 전망을 연재한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김진배 기자] SK그룹의 계열사 재편 시계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회사가 쪼개지거나 합쳐지며 몸만들기에 한창이다. 지주회사인 SK는 2025년 시가총액 140조원을 목표로 사업구조에 급격한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SK가 어떻게 기업가치를 끌어올릴지 주목하고 있다.


SK의 시가총액은 향후 예상되는 SK스퀘어와의 합병에서 최태원 SK 회장의 지배력 유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 회장의 기업 지배력을 유지하면서도 시총을 현재(18조원)보다 8배 가량 끌어올리는 게 핵심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오는 11월1일 존속회사이자 사업회사인 'SK텔레콤'과 신설법인인 투자회사 'SK스퀘어로'로 인적분할이 완료된다. 다음 달인 12월1일에는 SK㈜의 SK머티리얼즈 흡수합병도 마무리된다. 인적분할을 통해 상장사가 늘어나고, 흡수합병을 통해 상장사가 비상장 자회사로 바뀌는 등 변화 속도가 가파르다.


◆ 기업가치 140조 프로젝트, 사업개편 속도


SK그룹의 기업구조 개편작업의 배경에는 시총 140조 프로젝트가 자리하고 있다. SK는 올해 초 파이낸셜 스토리를 공개하고 오는 2025년까지 주가 200만원 시대를 열어 시총 14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정했다. SK는 그룹의 전체 가치가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기업을 개편해 효율적인 사업 구조를 만들고 제대로 된 가치를 평가받겠다는 계획이다.


SK텔레콤 인적분할 계획.(자료=SK텔레콤)

개편의 시동은 SK텔레콤이 끊었다. SK의 자회사 중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는 SK텔레콤은 이번 그룹 개편의 핵심으로 꼽히기도 한다. SK텔레콤은 인적분할을 통해 SK텔레콤 사업회사와 신설법인 SK스퀘어로 분리한다. SK텔레콤에는 SK브로드밴드가 남고 SK스퀘어에는 SK하이닉스, 11번가, ADT캡스, 티맵모빌리 등이 포진한다. 


이중 SK하이닉스는 SK그룹의 최대 계열사로 올 상반기 기준 자산규모가 71조원에 달한다. SK그룹의 전체 자산 규모인 239조원의 29.7%가 SK하이닉스에서 나온다.


현재 SK는 'SK(30.01%)→SK텔레콤(20.07%)→SK하이닉스'의 형태로 간접적으로 SK하이닉스를 지배하고 있다. 현 상황에서는 지주사인 SK가 배당 등에서 직접적인 혜택을 얻을 수 없다. SK하이닉스 입장에서도 손자회사로 분류돼 공정거래법에 의해 사업에 필요한 투자활동에 제한이 있다. 어떤 식으로든 SK와 SK하이닉스간의 교통정리는 필요했다.


◆ 계획 없다는 합병, 최 회장 지분 희석 때문?


이번 SK텔레콤의 인적분할 소식이 알려지자 시장은 SK하이닉스가 포진한 SK스퀘어와 SK가 합병할 것으로 예상했다. SK와 SK스퀘어가 합병할 경우 SK는 SK하이닉스를 직접 자회사로 둘 수 있어 지배력 강화가 가능해지고, SK하이닉스도 자유롭게 투자활동에 나설 수 있어 사업 확대에 유리해진다. 기업 차원에서는 윈-윈(Win-Win) 할 수 있는 구도가 되는 셈이다.


그러나 SK는 SK스퀘어와의 합병에 대해 "현 시점에서는 합병 추진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반면 시장은 시점의 문제일 뿐 여전히 합병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현 시점에서는 합병이 대주주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합병을 미룬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제공=SK)

최태원 회장은 SK의 지분 18.44%를 보유하고 있다. 기업 합병에서는 기업가치에 따라 합병비율이 결정된다. 기업가치가 높은 쪽이 합병 비율을 유리하게 가져간다. 오너 입장에서는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의 기업가치가 높아야 지분을 유지할 수 있다. 반대로 최대주주가 보유한 회사의 기업가치가 낮고 그 차이가 클 경우 최대주주의 보유 지분이 낮아지면서 경영권을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이 올 수 있다.


SK의 시가총액(8일 오전 기준)은 18조6103억원인 반면, SK하이닉스는 76조4402억원이다. SK하이닉스를 자회사로 품는 SK스퀘어의 시총도 SK의 시총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합병이 진행되면 최 회장의 지분이 상당 부분 희석될 가능성이 크다.


◆ SK 기업가치 올리기가 핵심


최 회장 입장에서는 SK의 기업가치를 최대한 높일 필요가 있다. 최근 진행된 SK와 SK머티리얼즈의 합병도 SK의 기업가치 상승의 연장선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주회사의 경우 모(母)회사와 자(子)회사가 모두 상장된 상태라면 더블카운딩 효과로 인해 상대적으로 주가가 낮게 평가된다. 상장이 적게 될수록 지주회사의 시총은 올라갈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실제로 지난달 20일 장 마감 후 발표된 SK와 SK머티리얼즈의 합병 소식에 주가는 장 개시일인 23일 각각 4.05%, 2.43% 상승했다. 두 회사의 합병으로 SK의 시총은 약 20조원 상당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SK의 자회사들 중 상장사 일부가 SK와 합병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상장사 SKC와 비상장자 SK실트론 등이 그 대상이었다. 당시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SKC 역시 합병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반도체, 2차전지 소재를 포함한 SK그룹 내 정보기술(IT) 소재 사업조정 여부를 주목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같은 시각에 SK와 SKC는 합병설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부인했다.


시장에서는 SK가 기업가치 상승을 위한 작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사업영역이 비슷한 계열사를 통합하는 등의 방안도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SK의 기업가치가 상승해 최태원 회장의 지분가치 희석이 최소화되는 시점에서 SK스퀘어와의 합병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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