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최태원에게 주택사업이란
이 기사는 2021년 09월 07일 07시 5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이상균 IB부장] 올해까지 건설부동산 업계에서 5년째 몸담고 있지만 요즘처럼 집과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점심 식사 때마다 올라오는 단골 화두가 아파트이고 기자 본인에게도 앞으로 가격 추이가 어떻게 될 거냐는 질문이 수차례 날아오기도 한다. '그때 아파트를 샀어야 하는데'라는 한탄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덕분에 국내 건설부동산 업계는 신기원을 맞이하고 있다. 오직 주택개발과 공급 사업만을 진행해온 엠디엠이 시행사(부동산 디벨로퍼) 최초로 자산 5조원이 넘는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올해 진입했다. 그동안 영세함과 주먹구구식 경영으로 인식돼왔던 개발업계 입장에서는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모색할 수 있을 정도의 큰 사건이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올해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새롭게 진입한 건설사는 반도건설과 아이에스동서, 대방건설 등 3곳인데 이들은 모두 주택개발에 주력해온 회사들이다. 10년 전만 해도 주택전문 건설사는 토목과 해외플랜트 사업을 추진하는 건설사에 비해 한 수 아래라는 평가가 많았지만 이제는 상황이 180도 달라진 것이다. 


이들 건설사의 선배 격인 중흥건설과 호반건설은 이미 자산 10조원을 넘어 대규모 기업집단에 포함돼 있다. 심지어 이들을 낮춰보았던 기존 대형 건설사들조차 대부분 주택사업 비중이 50%를 넘는다.


이 같은 주택 전성시대를 전면으로 거부하고 역행하는 건설사가 한 곳 있다. SK에코플랜트다. 이전 사명은 SK건설로 시공능력평가 기준으로는 10위를 기록 중이다. 이 회사는 태초부터 SK그룹 차원의 케미칼사업 추진 과정에서 각종 플랜트 및 공장 건설을 도맡으며 성장했다. 이 때문에 플랜트 사업 비중이 10대 건설사 중에서도 가장 높은 50~60%를 오르내렸다. 반면 주택사업은 최대 30%를 넘지 않았다.


일반인들이 SK에코플랜트하면 자연히 SK그룹을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이 회사, 사실 역사가 좀 복잡하다. 엄밀히 말해 SK하이닉스, SK텔레콤을 거느리고 있는 최태원 회장이 아닌 최 회장의 사촌형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지배하고 있던 회사다. 그동안 SK에코플랜트의 대부분 CEO가 최 부회장과 손발을 맞춰온 인물들이었다. 수년 전 최대주주는 SK디스커버리에서 SK㈜로 바뀌었지만 이들 사촌형제간 암묵적인 동의하에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를 유지해 왔다.


이 같은 애매모호한 지배구조는 2019년 6월 SK디스커버리가 보유 중인 지분 28.25%를 전량 매각하면서 종지부를 찍게 됐다. 이어 최태원 회장의 SK㈜가 SK에코플랜트의 경영권을 접수하자마자 일대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우선 지난해 환경기업인 EMC홀딩스를 인수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시킨데 이어, 올해 초에는 사명을 SK건설에서 현재의 사명으로 변경했다. 사명에 환경(에코)과 플랜트가 들어간 만큼, 플랜트의 위상은 여전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SK에코플랜트는 반도체, 데이터센터, 원자력 플랜트사업을 제외한 화공, 화력발전 플랜트사업 위주로 플랜트 부문을 분할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주력사업이지만 그동안 적자를 면치 못했던 사업부를 과감히 정리하는 것이다. 최태원 회장의 냉정함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그렇다고 최 회장의 마스터플랜에 주택이 자리잡은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환경기업 인수부터 사명변경, 플랜트사업 분할이라는 신속한 결단 어디에도 주택사업 강화 움직임은 읽혀지지 않는다. 어찌 보면 SK그룹이 재계 3위로 발돋움하는 상황에서도 SK에코플랜트가 건설업계 10위에 머물고 있는 것은 주택사업을 상대적으로 홀대해 부동산 호황이라는 시장 흐름을 타지 못한 측면도 있다. 주택과 플랜트 보다는 환경을 택한 SK에코플랜트의 선택이 과연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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