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사상 첫 '본드콜'에 실적 주춤
싱가포르 주상복합 공사 809억 손실…"클레임 제기하자 실력 행사"
이 기사는 2021년 08월 12일 06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권녕찬 기자] 현대건설의 2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보다 30% 이상 낮게 나타났다. 이를 두고 증권가에서는 어닝 쇼크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건설 실적 저하는 해외에서 '본드콜(Bond Call, 계약이행 보증)'이라는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본드콜은 발주처가 계약이행 보증금을 회수하는 걸 뜻한다. 현대건설이 본드콜을 맞은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본드콜이 발생한 싱가포르 '사우스마리나' 주상복합 단지 모습. 사진=현대건설

현대건설 2분기 실적은 시장 기대치보다 약 37% 낮게 나타났다. 2분기 매출은 4조3835억원, 영업이익은 141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각각 3.5%, 8.4% 감소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시장 기대치(2220억원)보다 36.6% 낮았다. 


2분기 영향으로 상반기 실적도 타격을 받았다. 현대건설의 상반기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0.8%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7%, 당기순이익은 5% 증가하는데 그쳤다. 


◆FAC 수령 전 돌발 본드콜 "정말 드문 케이스"


상반기 실적 저하는 싱가포르 해외공사에서 발생한 본드콜이 결정타로 작용했다. 이 사업은 남싱가포르 마리나베이 지역의 2만6300㎡(7956평) 대지에 지하 4층~지상 34층 규모의 4개 동(사무동 2개, 주거동 2개) 주상복합 건물을 짓는 공사다. 


싱가포르 국부펀드(테마섹)와 말레이시아 국부펀드(카자나)가 사업을 발주했고 사업비는 1조4000억원(현대건설 지분 60%) 규모다. 현대건설은 2013년 6월 공사를 수주해 2018년 공사를 완료했다. 현대건설에 따르면 공사 과정에서 발주처의 설계변경이 잦았고 공사지연이 발생하자 현대건설이 클레임을 제기했다. 


하지만 발주처는 클레임과 손해배상 금지 원칙을 내세우면서 현대건설에 본드콜을 행사했다. 건설사가 공기를 못 맞췄다는 이유 등으로 계약이행 보증금을 회수한 것이다. 건설사의 공사 이행의무에 대해 금융기관이 보증을 서고 계약 위반 시 보증액을 발주처에 지급하는 구조다.


본드콜을 요청한 이상 금융기관은 발주처로 해당 금액을 지급해야 하고, 현대건설은 은행에 돈을 넣어 메워야 한다. 본드콜 규모는 도급액의 10%인 809억원이다. 이 때문에 2분기 손실이 발생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회사가 본드콜을 맞은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라며 "발주처가 우리 클레임을 막기 위해 본드콜이라는 형태로 실력 행사를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국내 건설사가 해외 발주처로부터 본드콜을 맞은 경우는 흔지 않다. 최근에는 지난 2015년 삼성엔지니어링이 사우디 마덴 사업에서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을 때 발주처가 1400억원의 본드콜을 행사했다. 2016년 초에는 삼성물산이 호주 로이힐 철도 프로젝트 당시 추가비용 등을 놓고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1800억원의 본드콜을 맞은 사례가 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발주처와 시공사는 장기적 파트너이기 때문에 본드콜 행사는 아주 드물게 발생한다"며 "본드콜이 발생해도 향후 계약 불이행 관련 책임 소재를 명확히 따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이미 3년 전 예비준공증명서(PAC)를 수령했고 최근 최종준공증명서(FAC)를 받기 직전 본드콜을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해당 건물은 발주처에서 정상적으로 운영 중이기도 하다. 현대건설은 "정말 드문 사례"라며 향후 협상 또는 중재 절차를 통해 공사비를 돌려받는다는 계획이다. 이번 건으로 현대건설의 해외원가율은 17%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해외수주 목표 34.6%…하반기 최대 13조 기대


돌발변수가 발생했지만 현대건설의 하반기 실적 전망은 양호하다. 캐시카우(cash cow)인 주택사업이 호조를 띄고 있고 해외사업도 유가가 상승하는 가운데 산유국에서 발주 재개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하반기 ▲페루 진체로 신공항 공사(4억3000만불) ▲필리핀 남북철도 7공구(5억불) ▲이집트 엘다바 원전 사업(15억불) ▲이라크 바그다드 철도 프로젝트(25억불) 등 공사에서 수주 가능성이 높다. 


또 ▲홍콩 병원 프로젝트(10억불)  ▲대만 해상풍력 프로젝트(6억불) ▲쿠웨이트 수아이바 항만(10억불) ▲사우디 자프라 가스 플랜트(13억불) ▲사우디 줄루프 원유 개발 프로젝트(30억불) 등 사업도 수주가 기대된다. 총 수주 예상금액은 13조6800억원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중동 시장이 입찰을 재개하고 있고 아시아 지역도 철도, 항만 인프라 투자를 진행 중"이라며 "상반기 수주가 부진하긴 했지만 하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의 상반기 해외 신규수주는 3조8356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41.9% 감소했다. 올해 목표의 34.6%를 달성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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