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시연금 소송 '약관 따라 희비 갈렸다'
삼성생명 1심 패소···약관 다른 NH농협생명만 승소
이 기사는 2021년 07월 21일 17시 4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신수아 기자] 즉시연금 상품 가입자들이 보험금이 과소지급 됐다며 제기한 1심 소송에서 삼성생명이 패소했다. 이번 판결에서 다툰 금액은 약 6억원에 불과하지만, 삼성생명의 미지급 분쟁 규모는 최대 4300억원에 이른다. 삼성생명은 항소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즉시연금을 둘러싼 생보업계의 소송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유사한 약관의 상품을 보유한 미래에셋생명과 동양생명, 교보생명 등이 앞서 1심에서 패소한 바 있으며, 삼성생명과 '한 끗' 다른 약관을 보유한 한화생명과 KB생명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이관용 부장판사)는 즉시연금 가입자 57명이 삼성생명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을 원고 전부 승소로 판결했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삼성생명은 소송을 낸 가입자들에게 총 5억9000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1심 판결문을 검토 후 항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생명의 미지급 분쟁 규모가 4300억원에 이르는 만큼, 관련업계는 항소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즉시연금 상품은 가입자가 목돈을 맡긴 뒤 연금 형식으로 매달 보험금을 받는 상품이다. 문제가 된 상품은 만기환급형 즉시연금이다. 가입자가 거액의 보험료를 일시에 내면 보험사는 그 돈으로 투자해 얻은 수익으로 매달 연금을 지급하고, 만기엔 낸 보험료를 돌려주는 상품을 말한다. 


이때 보험사는 보험료에서 사업비와 위험보험료를 먼저 제하기 때문에 만기에 보험료 원금을 돌려주기 위해 운용수익 일부를 만기 환급 재원, 즉 '책임준비금'으로 적립해 둔다. 계약자들은 '일부'에 해당하는 금액을 연금으로 받을 수 없어진다는 의미다. 


삼성생명은 이 같은 상속만기형 즉시연금 가입자의 만기환급금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순보험료(납입보험료에서 사업비를 뺀 금액)에 공시이율을 적용한 금액에서 일부를 공제한 뒤 연금을 지급해왔다. 하지만 가입자들은 이 같은 공제 내용이 약관에 명시돼 있지 않았으며, 보험사로부터 설명받지도 못했다며 지난 2017년 금융당국에 민원을 제기했다. 이어 같은 해 10월 소송에 돌입했다. 


쟁점은 약관과 함께 설명의무를 충실히 이행했느냐에 맞춰졌다. 1심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원고들에게 일부 금액을 떼어놓는다는 점을 특정해서 설명하고 명시해야 설명·명시 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있는데 그런 내용이 약관에도 없고 상품 판매 과정에서도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이 2018년 파악한 즉시연금 미지급 분쟁 규모는 가입자 16만명, 보험금은 최대 1조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삼성생명이 43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이 850억원과 700억원, KB생명 400억원, 미래에셋생명 200억원 등으로 뒤를 이었다.  


이후 즉시연금 상품을 운용한 보험사 대부분이 소송에 휘말렸다. 결과는 보험사의 참패. 앞서 동양생명, 교보생명, 미래에셋생명도 즉시연금 1심 소송에서 모두 패소했다. 유일하게 승소한 곳은 NH농협생명이다. 


소송의 승패는 상품 약관 '적립액을 공제한다'는 내용이 얼마나 상세히 기술되어 있느냐에서 갈렸다. 


실제 농협생명을 승소로 이끈 건 '개시일로부터 만 1개월 이후 계약 해당일부터 연금 지급 개시 시의 연금계약 적립금을 기준으로 계산한 연금월액을 매월 계약 해당일에 지급한다. 다만, 가입 후 5년간은 연금월액을 적게 하여 5년 이후 연금계약 적립금이 보험료와 같도록 한다'는 단 한 줄이었다. 


반면 삼성생명의 경우 약관에 직접적인 연금액 계산 방법이 포함되지 않았다. 삼성생명의 약관을 보면 '연금계약의 적립액을 기준으로 계산한 연금월액을 매월 계약해당일에 지급한다'고 기재돼 있을 뿐 만기 재원을 미리 뗀다는 내용이 구체적으로 기술돼 있지 않다. 앞서 패소한 교보생명과 동양생명 역시 삼성생명 약관과 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생명 약관에 대해서도 법원은 소비자의 손을 들어줬다. 미래에셋생명은 약관에 '만기보험금을 고려해 공시이율에 의해 계산한 이자 상당액에서 소정의 사업비를 차감해 지급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만기보험금을 고려한다'는 문구가 연금 산정방식을 충분히 설명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그간 법원은 약관 그 자체로 해석하기보다 자살보험금 사태처럼 넓은 의미 '보험원리'를 고려해 판시한 전례가 많았다. 그러나 이번 즉시연금은 약관과 설명의무를 강조하며, '작성자불이익원칙'에 입각해 소비자의 손을 들어 줬다는 평가다. 


현재 1심 판결을 앞둔 한화생명과 KB생명의 약관은 미래에셋생명의 약관 유형과 유사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소송 경과를 낙관하기 어렵다는게 업계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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