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멜론 지원사격' SK텔레콤 면죄부, 나사 풀린 공정위
이러나저러나 1위, 면피 사유됐나…말로는 위법 외치고, 제재는 권고 수준
이 기사는 2021년 07월 15일 07시 4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류세나 산업1부 차장] 아버지와 아들이 있다. 아버지는 출가를 앞둔 둘째 아들에게 금전적 도움을 주고 싶었다. 둘째가 서울 사는 큰 녀석 집으로 이사를 가기로 했는데, 둘째를 그냥 맡기기엔 첫째네 형편이 넉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첫째나 둘째 모두 돈을 그냥 주면 안 받을 게 뻔했다. 그래서 머리를 짜냈다. 가족사업을 하던 게 있는데, '둘째가 자리 잡을 때까지'라는 명분을 붙여 아들에게만 물건을 싸게 주기로 했다. 자식들도 좋았다. 출발선이 다른 덕에 온 동네방네 광고를 해도, 옆집보다 싸게 팔아도 부담이 없었다. 아버지가 이렇게 2년 간 간접 지원한 금액은 무려 52억원이다. 그 덕에 아들네 가게는 동네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았다.


여기서 아버지는 'SK텔레콤', 첫째 아들은 당시 자회사 '로엔엔터테인먼트(현 멜론컴퍼니)', 둘째 아들은 로엔에 양도된 음원사업부문 '멜론'이다. 이들의 거래, 괜찮은 걸까. 


공정위 조사 결과, SK텔레콤은 2009년 멜론 사업을 로엔에 넘기면서 멜론의 시장 안착을 돕기 위해 '합리적 이유 없이' 휴대폰 결제 수수료율을 기존 5.5%에서 1.1%로 인하해줬다. 참고로 당시 멜론과 같은 음원사업자와 청구수납대행 사업자간 수수료율은 5.5~8% 수준이었다.


수수료 인하는 멜론이 2위 사업자와 점유율 격차를 크게 벌려 독점적 지위를 확보할 때까지 이뤄졌다. 이 시기가 2010~2011년 2년간이다. 로엔은 그 덕에 SK텔레콤에 치러야할 결제수수료 약 52억원을 아꼈고, 이를 마케팅 재원 등으로 활용해 시장점유율을 2009년 35%에서 2011년 44%로 크게 끌어올렸다. 


백보 양보해 자회사니까 마진을 남기지 않고 거래를 할 수도 있다고 치자. 감정적으론 이해된다. 하지만 내부거래 영역으로 보면 이 또한 불법에 해당하는 계약이다. 그런데 이보다 더 큰 문제는 SK텔레콤은 이런 사실이 부당지원행위에 해당한다는 문제점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공정위가 확보한 당시 SK텔레콤 내부문서에는 '공정거래법상 계열사 부당지원 리스크에 노출, 법적 리스크 대단히 높음' 등 위협요소들이 적시돼있다. SK텔레콤과 로엔의 거래, 진짜 괜찮은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는 희대의 어록이 여기에 꼭 들어맞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SK텔레콤의 로엔-멜론 지원 사격이 현행 공정거래법 제23조 1항 제7호를 어긴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검찰 고발은 물론 과징금조차 부과하지 않았다. 향후 동일한 행위 반복에 대한 금지를 의미하는 시정명령만 내렸다. 사실상 면죄부다. 이미 멜론을 포함한 로엔을 매각한지 8년이 지났고, 현재 자회사 드림어스컴퍼니에서 운영하는 음악서비스 '플로'는 멜론과는 결이 다른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다. 시정을 하고 싶어도 시정할 객체가 없다. 


공정위는 과징금 부과 관련 고시를 원용해 내린 결정이라는 원론적 입장이다. 공정위가 원용한 고시 내용은 이렇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는 사업자가 행한 부당한 지원행위에 대하여는 원칙적으로 과징금을 부과한다. 다만, 당해 업계의 특수성이나 거래관행 등을 참작할 때 위반의 정도나 지원효과가 미미한 경우 등에는 과징금을 부과하지 아니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재계 3위인 SK그룹 계열사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해당한다. 자산규모 10조원 이상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서 발생한 부당 지원행위는 고시에도 명기돼 있듯 원칙적으로 과징금 부과대상이다. 공정위가 주목한 부분은 '다만' 이후의 내용인데, 이 부분에 대해서도 자신들의 주장과 앞뒤가 맞지 않는다. 


SK텔레콤 요금제와의 묶음상품 덕에 멜론은 전체 시장 점유율(스트리밍+다운로드+기간제상품) 기준으론 줄곧 시장 1위 사업자였다. 그러나 세부 점유율(2009년 기준)로 보면 스트리밍에선 4위, 다운로드 영역에선 2위였다. 수수료 지원 사격 이후 멜론은 전영역에 걸친 독보적 사업자로 떠올랐다. 2위 사업자와의 전체 점유율 격차도 2009년 17.1%p에서 2011년 34.5%p로 크게 벌어졌다. 


이는 공정위가 직접 밝힌 자료를 근거로 한 내용이다. 그러면서 공정위는 SK텔레콤의 지원행위가 로엔의 경쟁여건을 크게 개선·강화한 사실이 분명하고, 초기 온라인 음원서비스 시장의 경쟁구도에도 영향을 미친 것은 물론 공정거래 질서도 저해했다고 자술했다. 다시 강조하자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정위가 내린 결론은 시정명령이었다. 


전체 점유율 1위란 사실엔 변함이 없기 때문에 위반의 정도나 지원효과가 미미하다고 본걸까. 아니면 경제상 취한 이익 규모가 작았던 걸까, 그것도 아니라면 지원기간이 짧았다고 본걸까. 


해당 고시에서 주목해야하는 부분은 '과징금을 부과하지 아니할 수 있다'가 아니다. 과징금 미부과라는 결론을 내리기 위해선 '당해 업계의 특수성이나 거래관행 등을 참작할 때'라는 근거가 필요하다는 게 진짜 핵심이다. 


당시 업계 수수료율 거래관행은 5.5~8%다. 5.5%를 기준으로 삼으면 로엔은 경쟁사 대비 80%의 비용을, 8%를 기준으로 하면 86.3%를 아꼈다. 절대평가가 아닌 상대평가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


SK텔레콤의 멜론 지원 행위는 이미 10년 전 종결됐다. 멜론의 주인이 카카오로 바뀐 것도 벌써 8년이다. 과연 이런 알맹이 없는 제재가 이미 '멜론 대세'로 굳혀진 시장 정상화, 그리고 공정경쟁 환경 조성에 어떻게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인지 공정위에 묻고 싶다. SK텔레콤에 부여된 '멜론 면죄부'가 자칫 흔들림 없는 1위 사업자라면, 부당 지원행위가 있더라도 일정부분은 눈감아줄 수 있다는 나쁜 선례로 남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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