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M&A
이상한 KDBI, '매각가 낮춰달라' 요청에 OK
2일 재입찰 실시…중흥 밀어주기 '논란'
이 기사는 2021년 07월 01일 15시 1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이상균 기자] 대우건설 매각을 추진 중인 KDB인베스트먼트가 재입찰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우건설 매각가를 최대한 높여야 하는 최대주주임에도 불구하고 중흥건설이 가격을 너무 높게 썼다며 이를 수정해달라는 요구를 선뜻 받아들인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M&A가 사실상 중흥건설에게 대우건설을 밀어주기 위한 의도가 다분히 드러난다고 지적하고 있다.


◆2.3조 제안 받고도 우선협상자 선정 미뤄


지난달 25일 매각 주관사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증권과 KDB산업은행 M&A실이 입찰제안서를 접수받은 결과, 중흥건설과 DS컨소시엄이 참여했다. 입찰 참여를 거론하던 호반건설과 아부다비투자청 등이 모두 불참하면서 다소 맥 빠진 2파전을 형성했다. 


치열할 것으로 예상했던 가격 경쟁도 예상과 달리 중흥건설의 일방적인 압승으로 결론이 났다. 중흥건설이 2조3000억원을 제안해 1조8000억원을 써낸 DS 컨소시엄을 압도했다.


대우건설 을지로 사옥. 사진=대우건설

KDBI는 그동안 공언해 온 최소 2조원 이상의 가격에서 3000억원을 추가로 받아내면서 목표를 초과 달성했지만 이후 행보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가격 점수에서 DS 컨소시엄을 앞지른 중흥건설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차일피일 미룬 것이다. 


일반적으로 입찰 이후 영업일 기준 2~3일 이내에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발표가 이뤄진다. 이번처럼 가격까지 알려진 이후에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미루는 사례는 드물다.


지난달 25일 이후 철저하게 매각 진행 상황을 함구하던 KDBI는 돌연 오는 2일 다시 입찰을 실시한다고 중흥건설과 DS 컨소시엄에 통보했다. 첫 번째 입찰 실시 이후 일주일 만이다.


그런데 재입찰을 실시하는 이유가 석연치 않다. 2조3000억원을 제안한 중흥건설이 너무 높은 가격을 제안했다며 다시 입찰을 실시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수의입찰도 아닌 경쟁입찰을 실시했는데 낙찰이 유력한 업체가 가격을 깎아달라고 요청한 셈이다. 더욱이 최대한 가격을 높여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입장인 KDBI가 이를 받아들였다는 것도 상식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DS컨소, 입찰 불참하면 1.8조로 확정


일각에서는 중흥에 비해 자금력이 열세인 DS 컨소시엄이 재입찰을 실시한다고 해도 1조8000억원보다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예상이 적지 않다. 정재환 DS네트웍스 회장이 보유한 부동산을 총 동원해도 2조원을 맞추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반면 중흥건설은 현재 보유 중인 현금(8000억원)에 향후 유입될 분양대금(2조원 이상), 평택 브레인시티 매각대금(2조원 이상)을 고려하면 동원가능한 현금이 5조원이 넘는다.


만약 DS 컨소시엄이 이번 재입찰을 포기할 경우 제안가격은 첫 번째 입찰 때 제안한 1조8000억원으로 확정된다. 중흥건설이 입찰가를 2조원으로 제안할 경우 DS 컨소시엄을 가볍게 누르면서 3000억원을 절약할 수 있게 된다.


대우건설 입찰을 둘러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8년 산업은행이 대우건설 매각을 추진할 때, 매각 대상은 지분 50.75%였지만 호반건설이 이중 40%만 우선 인수하고 나머지 10.75%는 3년 뒤 사들이겠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인수가 유력한 업체가 지분을 전부 사들이는 것은 리스크가 높으니 이를 분할해서 사겠다고 역제안을 한 셈이다. 당시에도 호반건설의 요청이 지나치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으나 산업은행은 이를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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