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온시스템 M&A
예비입찰에 외국계 문전성시, 7년전과 데쟈뷰?
특정 색채 인수자는 거래 종결에 한계…추후 국내 SI 등장 가능성 커
이 기사는 2021년 06월 23일 10시 5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권일운 기자] 한온시스템 예비 입찰에 외국계 재무적 투자자(FI)가 문전성시를 이룬 형국이 한앤컴퍼니가 한온시스템의 전신인 한라비스테온공조를 인수할 당시와 비슷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완성차 업체를 고객사로 두는 자동차 부품사의 특성상 동종 사업을 영위하는 전략적 투자자(SI)의 참여가 제한적인 역학관계에 기인한다.


23일 금융투자(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진행된 한온시스템 매각 예비 입찰에 국내 대기업은 참여하지 않았다. 대신 미국계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 칼라일과 베인캐피탈, 유럽 자동차 부품사 발레오와 말레 등 참여 의사를 나타낸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한온시스템의 잠재 인수후보로 LG그룹과 한라그룹을 꾸준히 거론해 왔다. LG그룹은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나타내고 있으며, 파워트레인(구동계) 등의 영역으로 자동차 부품 사업을 확대해 오고 있다. 한라그룹은 한온시스템의 전신인 한라공조(이후 한라비스테온공조로 사명 변경)의 원래 주인이었던 만큼 고토회복 차원에서 참여를 저울질해 왔다.


하지만 자동차 업계 사정에 밝은 관계자들은 국내 대기업이 한온시스템처럼 세계적인 위상을 가진 자동차 부품사를 단독 인수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한온시스템의 가장 큰 고객사 중 한곳인 현대자동차·기아와 제품 단가나 거래 조건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불협 화음을 빚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당장 현대차·기아가 한온시스템의 발주를 줄이게 되면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발레오나 말레도 비슷한 처지다.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는 특정 부품사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는 까닭이다. 당장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되기 시작하던 지난해 초 부품 수급난으로 현대차·기아가 생산에 차질을 빚은 사례만 보더라도 거래선을 다변화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나타낸다.


그렇다고 해서 경영참여형 사모펀드와 같은 FI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구도는 아니다. FI의 경우 기본적으로 바이아웃(Buy-out, 경영권 인수)한 기업의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그러다 보니 제품 단가를 높일 것이라는 우려를 완성차 업체에 줄 수 밖에 없다.


이처럼 얽히고 설킨 역학구도는 한앤컴퍼니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한앤컴퍼니는 2014~2015년 당시 한온시스템을 인수·합병(M&A)당시 고객사와의 원활한 관계 유지를 위해 골몰했고, 결국 기존에 자동차 부품 사업을 영위하던 한국타이어를 SI로 영입하는 방식으로 해법을 찾았다. 한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가 한온시스템 지분을 나눠 매입하는 방식이었다.


한국타이어는 한온시스템 지분을 매입한 이후 한동안 현대차·기아에 OE(신차용) 타이어를 공급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현대차·기아가 공식적으로 한국타이어와의 거래 비중을 줄이겠다고 한 것은 아니지만, 현대차·기아가 부품 거래선을 다변화하게 된 동기가 된 이벤트라는 것이 중론이기는 하다.


자동차 업계와 M&A업계 종사자들은 이같은 변수들로 인해 이번 한온시스템 공개매각 역시 단순히 가격 조건을 충족하는 것 만으로 승기를 잡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특정 색채가 지나치게 짙은 인수자의 경우 고객사와의 관계 유지 방안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이유다.


그래서 현재 시점에서 등장하지 않은 SI가 추후 본입찰이나 주식양수도(SPA) 계약 체결 이후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란 관측도 있다다. 예컨대 외국계 FI가 우선협상권을 확보한 뒤 지속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국내 SI후보군과 공동으로 자금을 확보하는 시나리오를 그려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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