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착한 기업과 MZ세대
이 기사는 2021년 06월 15일 08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년전에 나온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가 최근 재출간됐다. ESG경영에 대한 관심을 반영한 현상으로 풀이된다. (출처:교보문고)


[이현중 편집국장] 10여 년 전 몸담고 있던 곳에서 글로벌포럼을 준비할 때의 일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월가의 탐욕스러운 자본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전 세계에 울려 퍼지면서 도드-프랭크법으로 명명된 금융규제법안이 제안됐을 때다. 월가의 사악한 자본에 대한 대안으로 'Good Capital'의 국제적인 논의를 모아보자는 취지로 포럼 기획서를 냈지만 첫 반응은 싸늘했다. 'Good Capital'이라는 단어의 정의가 모호한데다 이를 번역할 국내 용어도 마땅치 않다는 반응이었다. 현실에서 경험을 통해 알게 된 자본에 대한 생각들이 'Good'이라는 형용사와 조응하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았다.


자본의 본성은 이윤을 목적으로 하고 더 나은 이윤기회를 만들기 위해 모험을 한다면 그에 상응한 성과에 선과 악이라는 도덕률을 들이대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는 반론도 나왔다. '자본=이윤'의 공식을 깨뜨릴만한 사회적 합의나 경험이 없다보니 '착한' 또는 '선한' 자본은 현실에서 있을 수 없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그렇지만 탐욕스러운 자본의 본색이 미국을 넘어 전 세계를 강타한 당시 분위기 때문이었는지 'Good Capital'에 대한 고민은 정책을 넘어 투자 분야로도 확산되며 기관투자자의 스튜어드십코드와 같은 논의로 확산됐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이제 착한 자본은 ESG로 이어져 좋은 또는 나쁜 기업에 대한 여론과 투자의 민감도가 높아졌다. 특히 소비재 분야 기업의 경우 나쁜 기업으로 낙인 찍힐만한 사안 앞에서 최고 경영자의 자리보전을 장담하기 어려워졌다. 얼마 전 남성혐오 논란을 일으킨 포스터와 관련, GS리테일 회사 대표의 경질이 그랬고, 역시 남녀차별을 조장하는 마켓팅 의혹이 불거지자 대표자리를 던진 무신사 창업자도 그랬다. 금융그룹의 계열 하나카드 사장 역시 여성 비하 발언의 파장 속에 일신을 보전하지 못했다. 남양유업 사태는 결국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기업을 사모펀드에 파는 것으로 위기 관리 실패 경영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공정과 젠더 이슈가 MZ세대라는 세대론과 맞물려 사회 담론의 중심에 서는 모습이다. MZ세대는 올해 초 SK하이닉스,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LG전자 등 대기업에서 성과급 불만을 불공정 이슈로 키우기도 했다. '90년대 생은 누구인가'가 기업 경영의 인사 뿐 아니라 마켓팅에서도 최대 화두가 됐다.


이들은 자산시장에서도 큰 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MZ세대에게 급여는 타인자본(부채)에 대한 대가(이자) 이상의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한다. 쌓아놓은 자본스톡이 많지 않아 자산소득을 만들기 위해 레버리지도 마다하지 않고 한탕의 유혹에 빠지기 쉬울 수도 있다. 한편으로 미래 고정수익을 가져다줄 동반자로서 좋은 기업을 선택해 장기 투자에 나설 유인도 충분하다. 마침 충분한 복리효과를 누릴 장기 투자상품으로 테마형 ETF를 비롯해 지수 관련 투자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착한(Good)+자본'의 합성어가 부자연스러운 조합이 아닌 일상적인 용어가 되는 시대를 만들어가는 중심추로 MZ세대가 떠오르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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