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시대]
은행도 탐내는 '퇴직연금 ETF'
⑧시중은행 '실시간 ETF 매매시스템 도입 준비'···증권사와 마찰 우려도
이 기사는 2021년 06월 10일 15시 5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김승현 기자] 최근 시중은행들이 은행 연금계좌로 ETF에 투자할 수 있게 해달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ETF 열풍으로 은행에서 증권사로 자금이 옮겨가고 있어, 대안이 필요한 탓이다. 이에 퇴직연금을 통한 ETF 시장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기대와 동시에 경쟁 심화와 업계 간 마찰 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한은행, KB국민은행, 우리은행 등 시중은행들이 당행 연금계좌를 통해 ETF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퇴직연금을 통한 ETF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증권사에서만 거래가 가능한 데 대한 시중은행의 불만이 많은 것으로 안다"면서 "이에 시중은행들은 당행 연금계좌로 ETF 투자가 가능한 시스템 구축을 위한 태스크포스(TF) 팀을 만들어 준비 중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은행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융위원회에 실시간 ETF 매매 허가를 요청해왔으며, 최근 금융위가 이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퇴직연금 계좌 중 확정기여형(DC)·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로 ETF에 투자할 수 있지만, 이는 증권사 계좌로만 가능하다. 은행은 실시간 거래가 불가능한 탓이다. 이에 은행은 당일 종가 기준으로 ETF를 매수해 다음날 신탁 재산에 편입하는 방식으로만 ETF를 매매하고 있다. 


최근에는 연금 자산으로 ETF에 투자하는 '연금 개미'가 급증하면서 연금자산이 은행에서 증권사로 이동하는 머니무브 현상이 나타났다. 이에 은행들은 빠져나가는 자금을 잡고, 퇴직연금을 통한 ETF투자를 원하는 고객의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서라도 ETF 실시간 거래가 은행에서도 가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금융투자회사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가 18.5% 증가할 동안, 은행은 15.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금융투자회사 51조7000억원, 은행 130조4000억원이다. 여전히 은행의 퇴직연금 규모가 훨씬 크지만, 점차 금융투자회사로 자금이 몰리는 모습이다.


다만, 은행이 실시간으로 거래되는 ETF를 편입하는 데 한계가 존재할 것이란 의견이 압도적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은행은 실시간 매매 경험이 전무한 탓에 모든 시스템을 처음부터 구축해야 하는 만큼 비용이 상당할 것"이라면서 "또 증권사와 수수료 체계와 영업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증권사보다 나은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증권업계와의 마찰도 예상된다. 증권업계는 은행에서 실시간 매매가 가능하게 되면 증권사의 고유업무인 중개업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ETF가 펀드이기는 하지만, 거래방식이 주식거래 형태인 탓에 증권사 계좌로만 거래가 가능한 상황이다. 은행은 펀드를 판매할 수는 있지만, 주식 중개는 할 수 없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만약 은행이 실시간 매매 시스템을 도입한다면, 증권사를 하나 차리는 것과 같은 상황"이라면서 "은행과 증권사는 각각의 역할과 사업이 있는데, 은행에서 증권사 역할도 한다면 굳이 은행과 증권사를 나눌 필요가 없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실시간 ETF 매매시스템 도입에는 기술적 어려움이 큰 것이 사실"이라면서 "이에 이미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증권사와의 협업 등 다양한 도입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증권사들은 퇴직연금 계좌를 활용해 ETF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증권사 계좌를 활용해야만 실시간 매매가 가능한 점을 앞세워, 은행권의 퇴직연금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줄줄이 수수료를 내리고 있다. 마진을 포기하고, 시장 선점에 나선 모습이다.


지난 4월 삼성증권은 다이렉트IRP의 수수료 무료 혜택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어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이 IRP수수료를 제로수준으로 인하했다. 한화투자증권, 대신증권 등 중소형사들도 IRP 수수료 인하를 발표했으며, 지난달에는 유안타증권은 IRP수수료를 조건 없이 전부 면제해주기로 했다.


증권사들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출혈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ETF 열풍으로 퇴직연금을 통한 증권사 고객수요가 증가하자 재빠르게 시장 선점에 나선 것"이라면서 "다만, 수수료인하와 같은 제 살 깎아 먹기식 출혈경쟁이 될 수 있어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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