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도시의 명과 암
주택과 달리 상업시설 찬밥 신세…건설사 채무 주시해야
이 기사는 2021년 06월 10일 08시 19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김진후 기자] 최근 방문한 시화MTV(멀티테크노밸리)는 생경한 풍경의 연속이었다. 주변 공단 폐수가 유입되는 등 골머리를 썩던 시화호 일대에 어느새 대규모 유원지와 아파트 단지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었다. 정부가 2조원 이상의 예산을 들여 시화호 정화작업에 나섰다고 하지만 여전히 코끝으로 은은한 비린내가 풍겨오고 있었다. 과연 사람이 이곳에 상주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의문은 금세 풀렸다. 이미 주택은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었다. 호반건설은 이곳에서 호반써밋더퍼스트시흥(578가구)와 호반써밋더프라임(826가구) 등 총 1400가구 규모의 브랜드타운을 조성 중이다. 자회사인 호반자산개발이 시행한 더퍼스트시흥은 분양을 완료하고 이미 약 18%의 공정을 진행한 상태다.


이밖에도 ▲동양건설산업이 공급한 시화MTV파라곤(656가구) ▲시흥금강펜테리움오션베이(930가구) ▲1200가구 규모의 주상복합단지 ▲추가 공동주택 부지까지 포함하면 이곳 신도시에 약 7만명이 입주한다는 구상이다. 단독주택 및 원룸까지 포함하면 정확한 인구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시화호 일대가 주택으로 호황을 누리는 모습은 현재의 부동산 광풍이 어느 정도인지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동안 시화호 일대는 전통적인 선호 지역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기존 80년대 말 정왕동 일대 개발 이후 산업단지와 더불어 노후 주택까지 쌓여가던 참이었다.


부동산 호황은 비단 시화MTV 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지난 2012년 7만4835가구로 최고점을 찍었던 전국의 미분양 주택수는 ▲2018년 말 5만8838가구 ▲2019년 4만7797가구를 거쳐 ▲2020년 1만9005가구로 10년 내 최저치를 찍었다. 2020년 단 1년 새 주인 없던 집 약 3만가구가 소진한 것이다.


시장은 수년 째 끝이 없을 것처럼 부풀고 있다. 그러나 의외의 복병은 상업시설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꼬리를 물고 있다. 시화호 일대도 각종 상가들이 마치 축제처럼 분양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수변 상가, 스트리트몰, 키즈파크, 위락상업시설 등 종류도 무궁무진하다. 어떤 면에선 시화MTV 신도시 규모나 예상 수요에 비해 비대해 보이기까지 하는 물량이다.


문제는 신도시의 흥망이 개별 기업들의 재무사정과 직결돼 있다는 점이다. 대형 상가의 경우 수천억 규모의 대출약정은 기본이다. 주요 시설 중 하나인 아쿠아펫랜드은 분양을 완판하지 않을 경우 신세계건설이 책임준공에 더해 수백억원의 채무를 인수해야 한다.


대형 상가들의 잠재 위험이 현실로 다가올 경우 자칫 건설사들의 대규모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주택은 사정이 낫다지만 상가·지식산업센터 미분양으로 울상 짓는 도시가 수두룩하다. 당장 위례신도시 중심가의 텅 빈 대형 상가들, 세종시와 각지의 혁신도시들이 머리를 스친다.


먼저 조성된 신도시들의 전철은 더 이상 반복돼선 안 된다. 신도시의 부족한 자족력은 결국 치밀하지 못한 도시계획에서 비롯됐을 공산이 크다. 여기에 더해 덮어놓고 개발하고 분양에 나서자는 풍토가 지속되는 한 부동산 호황기도 한 때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종목
관련기사
기자수첩 844건의 기사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