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反쿠팡과 이베이코리아의 함수관계
못 사는 것보다 비싸게 사는 게 더 큰 문제
이 기사는 2021년 06월 03일 08시 2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이호정 산업1부장] 反쿠팡. 근래 유통업계 관계자들을 만나면 심심찮게 듣는 단어다. 재밌는 것은 이 단어가 이베이코리아로 귀결된다는 점이다. 뉴욕증시 상장으로 실탄을 채운 쿠팡의 공격적 세 확장을 저지하기 위해 네이버 등 이베이코리아 예비입찰에 불참했던 기업들도 본입찰에는 참여하기 위해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는 것이 골자다.


불과 3~4년 전, 계획된 적자라며 앞만 보고 진군하던 쿠팡을 향해 대다수 유통기업들이 "얼마나 버티나 보자"며 콧방귀를 꼈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아울러 강자로 군림해 왔던 유통기업들의 시기와 질투, 위기감까지 복잡 미묘한 심리도 읽힌다.


사실 이베이코리아는 수년 전부터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잠재매물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지금과 달리 작년까지만 해도 시장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국내 이커머스 중 유일하게 흑자를 내고 있긴 하나 변화된 소비트렌드에 발맞추지 못해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는 게 이유였다.


이랬던 기업이 올 들어 롯데(롯데온), 신세계(SSG.COM), 11번가(SK텔레콤), MBK파트너스(홈플러스) 등 국내 유통 강자들을 줄 세우는 '뜨거운 감자'가 된 이유는 뭘까. 아마도 쿠팡을 견제하기 위해 심판 역할을 해오던 네이버가 신세계 및 CJ대한통운과 '혈맹'을 맺고 이커머스 사업에 본격 뛰어든 게 결정타가 된 것 아닐까 싶다.


실제 네이버는 지난해 국내 이커머스 중 가장 많은 27조원의 거래액을 기록, 2~3위였던 쿠팡(22조원) 및 이베이코리아(19조원)와 상당한 격차를 보였다. 즉 유통기업들 입장에선 쿠팡의 파상공세도 버거운데 네이버까지 물류와 상품 경쟁력 강화에 나서자 조바심이 커졌을 테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이베이코리아를 점찍게 된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베이코리아 본입찰을 준비 중인 유통기업들의 분위기 역시 다른 인수전과는 사뭇 다르다. 상당수가 어떻게든 사야 하는 매물이 아닌 경쟁사에 뺏기면 안되는 매물이란 반응을 보이고 있는 까닭이다. 문제는 전자든 후자든 목적성 측면에서 인수 명분이 될 순 있지만 이후 만들어지는 결과물에는 상당한 차이가 생긴다는 점이다.


다국적 경영컨설팅 업체 올리버 와이만의 분석보고서만 봐도 필요에 의해 인수할 경우 딜(Deal)이 시작될 때부터 인수후통합(Post-Merger Integration)을 통한 가치창출까지 고민하기에 성공확률이 51%에 달했다. 반면 뺏기지 않기 위해 인수에 나선 경우 오버슈팅에 따른 '승자의 저주'에 빠질 확률이 높아져 성공가능성이 25%에 불과했다.


생각해 볼 대목은 이베이코리아를 못 사는 것보다 경쟁사 대비 비싼 가격에 인수하는 것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오는 7일 진행되는 이베이코리아 본입찰을 준비하는 유통기업들이 反쿠팡 혹은 네이버가 아닌 회사를 직접 키우는 것 대비 M&A로 얼마만큼의 시간과 돈을 아낄 수 있을지 냉정하게 계산기를 두들겨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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