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에 부는 '플라스틱 Free' 바람
'친환경' 뉴노멀 시대, 공정 변화…국제 흐름 속 사업화 '속속'
이 기사는 2021년 05월 31일 14시 4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류세나 기자]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를 평가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세계적 화두로 떠오르면서 국내 기업들의 동참도 빠르게 이어지고 있다. 첫 번째 변화가 ESG 채권 발행과 ESG 위원회 설립이었다면, 최근엔 생활에 보다 가까우면서도 구체적인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눈에 띄는 프로젝트는 오랜기간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돼 온 플라스틱 저감 활동이다. 정부도 나서 기업들의 빠른 변화를 주문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아예 자체 신사업으로 선정하고, 사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 LG전자, 환경부 '脫플라스틱 실천 기업' 1호 낙점


31일 환경부에 따르면 정부는 6월1일 오후 LG전자와 탈(脫)플라스틱 실천 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정부가 국내 특정기업과 플라스틱 저감을 위한 구체 협약을 맺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재계에서는 LG그룹을 기점으로 범정부 차원의 탈플라스틱 경영수립 독려 작업에 보다 드라이브가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 LG그룹은 이번 협약을 맺기 이전부터 환경부와 오랜 기간 환경을 생각하는 포장 방식에 관해 논의해왔다. LG그룹의 대표 계열사인 LG전자, LG디스플레이 2개사가 작년 7월부터 환경부와 포장재 폐기물 발생량을 줄여 나가기 위한 시범사업을 추진해왔다. 


이번 탈플라스틱 협약은 확장판 성격으로, 보다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시범사업 당시엔 LG전자의 시스템 에어컨 실외기와 LG디스플레이의 올레드 패널 포장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스티로폼, 종이 사용량을 줄이거나 재사용하는 수준이었다면, 이번엔 포장재 뿐 아니라 가전제품 제작과정에 투입되는 플라스틱 저감, 친환경 원자재 활용 등에 대한 안도 포함됐다. 다만 우선 이번 협약에는 LG그룹 계열사 중 LG전자만 우선 동참한다. 


환경부와 LG전자, LG디스플레이는 포장재 재사용 시범사업에 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시범사업에 포함됐던 포장재를 줄이거나 재사용하는 건 전체 협약 내용 중 극히 일부"라며 "이번 탈플라스틱 협약에는 보다 광범위한 추진계획들이 담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자세한 내용은 협약 체결 이후 공개할 수 있다"고 말을 아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생활계 폐기물 중 플라스틱의 무게는 323만톤으로 10년 전(188만톤) 대비 약 70% 이상 증가했다. 여기에 택배물량 확대, 음식배달의 일상화 등으로 2020년 폐플라스틱과 폐비닐량은 전년대비 각각 18.9%, 9.0%씩 확대한 것으로 나타난다. 


정부는 현재 2025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을 2020년 대비 20% 줄이고, 폐플라스틱의 재활용 비율도 현재 54%에서 70%로 높이는 내용의 탈플라스틱 대책을 추진중이다. 중장기적으로는 경제계와 협력해 플라스틱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30% 줄이고, 2050년까지는 석유계 플라스틱을 100%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전환, '플라스틱 Free' 사회를 이루는 것이 목표다. 


◆ 친환경, 선택 아닌 필수…미래사업 방향 전환


LG 외에도 주요그룹들은 이미 정부정책에 발맞춘 사업방향을 정립하고 실행에 옮겨 나가고 있다. 


ESG를 기업 경영에 가장 빠르게 접목시켜 나가고 있는 곳은 SK그룹이다. 계열사 중 SK종합화학은 최근 세계 석유화학업계 최초로 국제환경인증인 GRP(기후변화 대응 및 플라스틱 저감 국제기준)에서 최우수등급(AAA)을 획득했다. 이 회사는 폐플라스틱을 열로 분해해 플라스틱 원료인 납사로 재탄생시키는 열분해유 제조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SK케미칼은 이달 중순 폐페트(PET)를 화학적으로 분해하는 기술과 설비를 갖추고 있는 중국기업(슈예)에 230억원 투자 사실을 공시했다. 이는 폐플라스틱을 재사용하고, 친환경 패키징 시장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SK케미칼은 리사이클 제품판매 비중을 20205년까지 50%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현대자동차도 정의선 회장 주도로 자동차 제조 전과정에 대한 탄소중립 프로젝트가 추진중이다. 정 회장은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의 지목으로 환경부가 추진중인 탈플라스틱 릴레이 캠페인 '고고챌린지'에도 동참하기도 했다. 이미 아이오닉5엔 폐플라스틱 재활용 소재와 식물에서 추출한 바이오 오일성분이 사용된 페인트와 원단 등이 활용돼 제작됐다. 또 자동차 폐기물을 활용한 업사이클링 패션 프로젝트도 진행중이다. 


삼성도 삼성전자 등을 중심으로 플라스틱 사용 저감 작업을 추진중이다. 삼성전자는 제품의 기획부터 폐기단계까지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제품 내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버려지는 포장박스를 고양이 집, 소형 수납가구 등으로 활용할 수 있게끔 점 패턴을 적용하고 있다. 또 모니터와 사이니지 스탠드 등 영상디스플레이 제품에 재생 플라스틱을 채용하고, 올 초 출시된 갤럭시 버즈 프로에도 폐플라스틱 재생성분이 20% 포함된 PCM 소재를 사용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휘발성 유기화합물 발생의 주요원인으로 꼽히는 플라스틱 시트 사용을 최소화한 노트북용 OLED를 개발했다. 백라이트를 사용하지 않는 자발광 구조로 유해물질 방출량도 기존 LCD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 


이 외에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최근 국내 최초로 재활용 플라스틱 필름을 개발해 친환경 소재시장 개척에 나섰다. SK종합화학과 손잡고 썩는 플라스틱 소재 개발에도 착수했다. 롯데케미칼도 폐플라스틱을 수거해 재생플라스틱을 생산하고 있다. 


4대 그룹 관계자는 "국내 외에도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친환경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며 "유럽은 이미 2025년까지 플라스틱 포장재 폐기물의 50% 이상 재활용을 의무화하는 등 각국이 환경 규제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환경 경영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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