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아이콘, 재단과 한국법인은 정말 별개일까
판매사·개발사, 모회사·사무실 같지만 규제 들이밀자 '관계 없어'
이 기사는 2021년 03월 15일 10시 2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원재연 기자] 국내 가상자산 기업이 해외에 별도의 회사를 세우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2018년 이후로 국내에서의 ICO는 실질적으로 전면 금지되어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참여 덕에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서 진행한 ICO 조달금액은 세계에서 순위를 다툰다. 현대 B&C가 발행한 에이치닥이 조달한 ICO금액은 역사상 최고인 2800억원, 고위드(구 데일리금융그룹)이 진행한 아이콘은 400여억원을 모았다. 


해외에 법인까지 설립하며 진행한 ICO지만, 대부분의 개발이 국내에서 진행되어 온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아이콘 역시 마찬가지다. 해외에서 ICO를 진행한 '아이콘 재단'과 국내 개발사 '아이콘 루프'는 각각 다른 법인이지만 아이콘(ICX)를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한다. 


아이콘루프와 아이콘 재단은 모두 데일리금융이 조직한 곳이다. 재단이 판매하는 ICX는 아이콘루프가 개발한 루프체인을 기반으로 발행됐다. 아이콘루프는 국내에서 이를 기반으로 서울시, 제주도 등과 DID(분산신원확인) 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했다. 


그러나 가상자산 규제와 관련된 논의가 불거질 때마다 이들은 서로 관련이 없고, 단순히 '개발 용역'을 주고받는 회사라 선을 긋고 나선다. 재단은 단순히 루프가 만든 가상자산이고, 서로 용역을 제공하고 이에 대한 댓가를 지불하는 관계일 뿐이란 것이다. 


규제 당국이 칼을 들이밀 때마다 이들이 서로 관련이 없다며 몸서리치는 이유는 어느 정도 유추해볼 수 있다. 관계사로 묶여버릴 경우 아이콘루프는 국내에서 금지된 ICO를 우회적으로 진행한 것이 되어 버린다. 또 관련 과세규정이 없던 시절에 국내 용역업체(개발회사)로 자금을 유입했던 과정이 투명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사실 이들의 주장대로 법적으로는 거리낄 것이 없다. 법적으로는 아이콘 재단은 스위스의 '비영리 법인', 아이콘루프는 국내 '소프트웨어 개발사'로 서로 다른 회사다. 지분관계는 전혀 없고 임원진 구성 또한 겹치지 않는다. 


하지만 뒤에 감춰진 사실만을 열거해보자. 아이콘루프의 대표는 재단의 전 이사다. 그 외에도 현재 두 법인의 이사진들중 겹치는 인물은 꽤나 많다. 재단은 지난해 아이콘루프측에 아이콘 생태계 참여 장려 차원으로 인당 가상자산 5만개(싯가 1억)의 예치 자금을 제공했다. 당시 예치 이자는 약 30% 수준이었다. 


우회적으로 엮인 관계도 있다. 아이콘 재단이 만든 투자사 디블락은 아이콘 블록체인을 사용하는 가상자산 발행사들에 투자한다. 아이콘 블록체인을 쓰는 가상자산 거래소 '벨릭'은 해당 가상자산들을 선정해 상장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그리고 디블락과 벨릭은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아이콘루프 사무실에 있다. 그리고 스위스의 아이콘 재단이 운영하는 서버의 위치도 '서울시 중구'다.


공식적인 특수관계는 없다. 사무실 위치가 같고 전현직 이사진이 겹친다는 사실 뿐이다. 같은 블록체인을 사용하는 사이에 서로 지원금을 주고받을 수도 있는 일이다. 


최근 아이콘루프에 세무조사가 들어왔다는 소식이 들리자 재단 측은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꼬리를 잘랐다. 둘은 아예 다른 회사고, 스위스가 아니라 한국에서 세무조사가 진행된 것이라 한다. 몇 년간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해온 아이콘루프 측에서는 섭섭할 수 있겠다.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혼란스러울 노릇이다. 그래도 사실혼 관계인 줄 알았더니 남남이라는 주장이다. 아무 관계도 아니라면 이제 누굴 믿고 투자를 해야할 것인지 의문스럽다. 생태계 육성을 장려한다는 재단이 개발사에 등을 돌린 모양새다. 


아무리 규제가 무서워도 이제 와서 관계를 부정하는 것은 모순이다. 특금법 시행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고 가상자산 과세는 내년부터 시작된다. 지난 3년의 규제 공백 동안 정말 떳떳하게 사업을 진행했다면 거리낄 부분이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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