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투자 키워드 '그린필드·멤버십·국내'
당분간 인프라 및 고용 확대에 집중…"생태계 확장용 M&A는 가능"
이 기사는 2021년 03월 15일 09시 5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쿠팡 경영진이 지난 3월 11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상장기념 '오프닝 벨'을 울렸다. 이날 행사에는 고객과 배송직원, 오픈마켓 셀러 등도 온라인으로 함께 했다. 무대 위에는 김현명 쿠팡 IR 팀장, 강한승 쿠팡 대표이사,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박대준 쿠팡 대표이사, 존 터틀 NYSE 부회장, 거라브 아난드 쿠팡 CFO가 서 있다.(사진 왼쪽부터)


[딜사이트 심두보 기자] 상장 작업을 마친 쿠팡이 4조원이 넘는 자금을 조달했다. 막대한 자금을 거머쥐면서 쿠팡이 M&A 시장의 큰손으로 등장하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쿠팡 스스로 매우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M&A보단 직접 투자가 더 합리적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외부 기업을 사들이는 것보다 홀로 사업을 확장하는 게 자본 효율적이란 이야기다.


◆대규모 M&A보단 그린필드 투자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은 11일(현지시간) 오후 뉴욕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쿠팡도 M&A에 나설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기준이 높고 문화적 측면이 매우 중요하다"며 "많은 분석과 고민을 통해 옳다는 판단이 들지 않으면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김 의장은 해외 진출 계획에 대해선 "당분간 한국 시장의 고객을 위해 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아 그쪽에 집중하겠다"고 답했다. M&A보단 그린필드 투자에 더 집중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2020년 말 쿠팡은 30여개 도시에 100개 이상의 풀필먼트 및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총 물류센터 면적은 2500만 제곱피트에 달한다. 라스트마일 물류망도 상당하다. 1만 5000명 이상의 배송인력을 직고용하고 있는 것이다. 배송 효율화를 위한 자체 운송트럭과 소프트웨어도 보유하고 있다.


쿠팡의 물류망에 대한 투자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쿠팡은 상장 신고서에서 "향후 몇 년 동안 풀필먼트 센터에 8억7000만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쿠팡은 "2020년 12월 31일 기준 풀필먼트 센터 프로젝트에 투입 예정된 금액은 2억 800만달러"라고 설명했다. 즉, 10억달러 이상의 자금이 2021년 이후 몇 년 간 풀필먼트 센터 확충에 투입되는 것이다. 쿠팡은 인프라와 인력과 관련된 비용으로 향후 몇 년 동안 수십억 달러를 지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쿠팡은 2025년까지 5만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게 목표라고 상장 보고서에 기술하기도 했다.


이 같은 투자 계획을 고려하면 쿠팡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여유는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국내 투자은행 업계의 한 관계자는 "쿠팡 자체의 성장세가 가파르다"면서 "쿠팡 팀이 물류 분야의 사장 선도적인 자리를 점하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 인수 타깃을 찾을 가능성도 그만큼 크지 않다"고 전했다. 그는 "다만 훅(Hooq)을 인수한 사례처럼 쿠팡와우 멤버십 회원에게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업을 인수하는 경우는 생각해 볼만 하다"고 덧붙였다.


◆"생태계 확장用 M&A는 가능성 있어"


쿠팡은 OTT 훅을 운영했던 훅디지털(Hooq Digital)을 2020년 7월 인수했다. 이 싱가포르 OTT 기업은 넷플릭스나 티빙처럼 영화와 드라마 등 동영상 콘텐츠를 스트리밍 방식으로 서비스한다. 이미 서비스가 종료됐던 훅을 인수한 쿠팡은 같은 해 12월 쿠팡플레이(Coupang Play)를 선보였다. 쿠팡와우에 가입하면 로켓배송과 함께 이 쿠팡플레이도 시청할 수 있도록 비즈니스 모델을 짰다. 쿠팡와우 멤버십의 혜택을 늘려 고객이 쿠팡 생태계 내에 남아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출처=쿠팡

이는 아마존의 전략이기도 하다. 아마존은 아마존 프라임(Amazon Prime) 회원에게 방대한 혜택을 제공해 회원의 이탈을 막는다. 먼저 아마존은 회원에게 빠른 무료 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회원은 아마존파머시(Amazon Pharmacy)의 처방전에 대한 무료 2일 배송을 이용할 수 있고, 독점 할인 혜택도 누릴 수 있다. 아마존의 식료품 마켓(Whole Foods Market)에선 전용 특가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혜택은 더 있다. 아마존 프라임 구독자는 아마존 오리지널, 영화, TV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고, 프라임 게이밍을 통해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또 아마존 뮤직의 노래를 광고 없이 들을 수 있고, 프라임 리딩에 담긴 수많은 전자책과 잡지, 만화 등을 즐길 수 있다.


투자은행 관계자는 "쿠팡은 훅 인수를 통해 단번에 OTT 경쟁력을 갖췄다"며 "쿠팡의 회원 수와 OTT는 즉각적인 시너지를 창출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쿠팡은 멤버십 회원을 락인(Lock-in)하기 위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며 "쇼핑 외 혜택을 제공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은 이커머스 전쟁 중


국내 이커머스 산업 내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M&A 매물로 나온 이베이코리아를 두고 신세계, 롯데 등 유통 대기업이 인수 검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네이버는 CJ대한통운과 이마트 등 국내 물류 및 유통 기업과의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네이버는 이미 CJ대한통운과 지난해 지분 교환 작업을 마쳤다.


특히 네이버는 쿠팡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다. 주목할 점은 네이버의 멤버십 서비스 '네이버 플러스'다. 이 멤버십 프로그램도 아마존 프라임과 유사하다. 네이버 생태계에 회원을 락인하기 위해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그 중심은 쇼핑이다. 네이버는 멤버십 회원에게 쇼핑액의 최대 5%를 네이버페이 포인트로 제공하고 있다. 또 네이버 플러스 회원은 매월 ▲티빙 방송 무제한 이용권 ▲네이버 웹툰·시리즈 쿠키 49개 ▲네이버 시리즈온 영화 1편 무료 쿠폰 ▲네이버 콘텐츠 체험팩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네이버의 다양한 서비스 라인을 하나의 멤버십 혜택 안에 모은 것이다.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 혜택 / 출처=네이버

네이버는 두손컴퍼니, 위킵, 메쉬코리아, 신상마켓 등 여러 물류기업에 대한 투자도 이어오고 있다. 네이버는 대기업과는 지분 교환을 통해, 스타트업과는 지분 투자를 통해 연합 세력을 넓히고 있는 셈이다.


김창권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는 지난 9일 종목분석 리포트를 통해 "2021년 1월 네이버와 쿠팡의 전자상거래 시장점유율은 각각 18.6%와 16%로 추정된다"며 "시장 과점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온라인쇼핑 정보 검색 경로는 네이버가 가장 많이 쓰이고 있으며, 무팡은 배송 인프라 보유가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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