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프리즘VR·AR 스타트업의 '데스밸리'
[이규창 기자] 한 때 투자 시장에서 상당히 각광을 받았던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스타트업이 자금을 유치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보다 시장이 더디게 확장되고 있는데다 초기에 관련 기술업체들이 난립하면서 투자자들이 외면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명동 기업자금시장의 한 관계자는 16일 "VR, AR 관련 박람회 등에 참여하는 기술업체들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100여개가 넘었는데 최근에는 30~50여개로 줄어든 것으로 안다"며 "실제로 관련 스타트업에 대한 추가 대출이나 대출 연장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명동 시장에서도 VR, AR 관련 스타트업의 어음이 제대로 할인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시장 관계자들은 우선 VR, AR 시장이 예상보다 더디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개인 소비자들이 VR, AR 장치의 이물감에 대한 거부감을 크게 느끼고 있고 산업 분야의 응용도 제대로 확산되지 않고 있다. 기술은 발전하는데 현실 응용에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또, 초기에 관련 스타트업이 난립 하다보니 투자시장에서 전반적으로 신뢰도 하락을 피할 수 없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따라서 VR, AR 스타트업이 이른바 '데스밸리(death valley)'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주저앉는 경우가 많다. '데스밸리'는 창업한 기업들이 3년 정도 지나면서 자금난에 빠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초기 기술 개발 단계에서의 투자는 그럭저럭 이뤄지는데 정작 가장 자금이 많이 소요되는 사업화 과정에서는 수혈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
명동 시장의 다른 관계자는 "VR, AR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전망하지는 않지만 시장 확장이 너무 더디다"며 "비슷한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이 많은 것도 자금난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꽤 경쟁력 있는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도 지속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명동 시장에서의 VR, AR 스타트업에 대한 어음 할인도 상당히 까다롭게 심사되는 편"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계속 관심을 갖고 지원한다면 민간 자금시장에서도 옥석가리기를 하는 노력이라도 할텐데 현재는 다들 눈치만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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