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민아 기자] 현재 국내외 주식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는 바로 공매도다. 공매도 제도의 효용성을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미국에서는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 세력에 맞서 싸우며 '게임스톱 사태'가 발생했고 국내에서도 반(反) 공매도 운동이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에서 공매도 세력과 개인투자자들이 본격적으로 맞붙은 것은 지난달 13일 게임스톱 전 최고경영자(CEO)인 라이언 코언이 게임스톱 이사진에 합류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부터다. 이후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에 주가가 급등세를 탔고 개인투자자들 역시 대거 매수하기 시작했다. 주가가 펀더멘털과 관계 없이 급등하면서 미 공매도 세력은 공매도에 나섰다. 하지만 개인들이 주식을 계속 사들였고 주가는 계속해서 올랐다. 게임스톱 주가(26일 기준)는 9거래일 동안 641.75%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이보다 먼저 공매도 논란이 불거졌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주가가 급락하자 시장 안정을 위해 6개월간 금지하면서다. 이후 시장에 유동성이 대거 유입되면서 코스피 지수는 3월 1400선에서 8월 2400선까지 1000포인트 상승했다.
이전부터 공매도 폐지를 주장해온 개인들은 공매도 전면 폐지를 주장하기 시작했다. 공매도가 재개되면 주가가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당시 청와대 국민청원에 공매도 금지를 요청하는 청원도 대거 올라왔다. 정치권에서도 개미들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공매도 금지 조치를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결국 금융위원회는 지난 8월 말 공매도 금지를 6개월 추가 연장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지 않은 점을 이유로 들었지만 시장에서는 공매도 재개를 반대하는 여론이 거센 것이 원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오는 3월 재개 예정이던 공매도는 또 다시 금지됐다. 금융위가 최근 공매도 금지 조치를 오는 5월 2일까지 약 한 달 반 연장하기로 발표했다. 이후에는 5월 3일부터 코스피200 및 코스닥150지수 구성종목에 한해서만 공매도를 허용한다.
이번 결정에서도 개인들을 의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부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와의 전쟁을 공식 선언하면서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공매도 잔고 금액이 많은 셀트리온, 에이치엘비의 주주와 연대해 공매도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선언하면서다.
일각에서는 당국이 여론에 밀려 어정쩡한 절충안을 내놨다는 지적이 나왔다. 개인들의 입장에서는 당장의 공매도 재개를 막아 승리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반쪽짜리 승리다. 일부 종목에 한해 공매도를 허용하지만 시장 전체의 공매도 거래대금 대부분을 차지하는 종목이 허용된 것이라 사실상 전면 재개와 다름없다.
시장에서는 주먹구구식 정책으로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추후 금융당국이 새로운 제도를 시행한다는 정책을 내놔도 이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개인투자자를 위한다는 이유로 공매도 금지를 연장했으나 오히려 개인과 시장 양 쪽에서 불만만 쌓이고 있다. 시장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를 적절하게 반영해 수렴하는 성숙된 당국의 정책 역량이 어느 때 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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