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재개 명과 암
IPO 몸값 거품 줄일까?…투심 위축 '우려'
과거 공매도 재개 이후 공모가 고공행진 정상화…'오버행 해소' 흥행 좌우할 것
이 기사는 2021년 01월 22일 15시 4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전경진 기자] 오는 3월로 다가온 공매도 금지 조치의 해제는 단순히 증시 뿐 아니라 기업공개(IPO) 시장의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IPO 기업들이 주가 불확실성 탓에 '과도한' 몸값(예상 시가총액) 욕심을 자제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관측된다. 과거 2008년과 2011년에도 공매도 금지 기간중 이어졌던 '공모가 상향' 추세는 금지 해제 이후 사그라들며 정상화 수순을 밟았다. 올해 일반 투자자 몫의 공모주 배정 물량이 늘어난 상황에서 공모가 '거품' 현상의 제어는 전반적인 투자 안정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일 것이란 평가도 이어진다. 


금융위원회는 연내 공매도 금지 해제 시점을 놓고 현재 내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예상해 선제적으로 주식을 타인에게 빌려 매도하고 이후 주가 하락시 저렴한 가격으로 주식을 되사서 갚는 투자 방식이다. 주가 하락을 전제로 한 투자 기법인 만큼 공매도 투자자가 늘어날 수록 증시 전체 또는 특정 종목 주가의 상승세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금융위는 당초 3월 15일 재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에서 '제도 개선 필요성'이 언급되면서 공매도 금지 조치를 3개월 연장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 중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적용 기간의 차이는 있지만 공매도 금지의 해제가 임박해지자 공매도 재개시 IPO 시장의 분위기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전망한다. 우선 상장 후 주가 하락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만큼 IPO 기업들의 과도한 몸값 욕심이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상장 추진 과정에서도 실적과 동종업계 주가 수준으로 고려해 구해진 공모 희망가격(밴드)을 벗어나서 무리하게 공모가를 상향하지는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공매도 금지 기간 동안 공모가 상향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과거 두차례 공모주 금지 기간에도 IPO 기업들의 공모가 상향 추세는 꾸준히 나타났다.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로 2008년 10월 1일~2009년 5월 31일까지 8개월간 공매도는 금지 됐었다. 이 기간 IPO 수요예측을 진행한 기업 수는 34곳 중 26%(9곳)가 공모가를 상향했다. 하지만 공매도가 재개된 6월 1일부터 연말까지 공모가를 상향한 IPO 기업은 전체 40곳 중 단 2곳(5%)에 불과했다. 


2011년에는 유럽재정위기로 공매도가 3개월간(2011년 8월 10일~11월 9일) 금지된 적이 있다. 당시 공매도 금지 기간에 IPO를 진행한 기업은 14곳인데 무려 절반인 7곳의 기업이 공모가를 상향했다. 반면 공매도 재개 후 IPO 진행한 기업 13곳 중 공모가를 상향한 사례는 4곳(31%)에 불과했다.


올해에도 공모주 시장에서 공모가를 높여서 상장을 추진한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22일 기준 IPO 수요예측을 진행한 후 공모가를 확정 공시한 기업은 총 8곳(스팩 제외)인데 이중 63%(5곳)가 공모가를 상향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최근 상장 후 주가가 공모가를 상회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기 때문에 수요예측 때 더 많은 주식을 배정 받을 목적으로 무조건 가격을 높여 청약을 넣는다"며 "공매도 재개로 주가 하락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는 무리하게 가격을 높여 청약 주문을 넣긴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이 몸값을 욕심을 낸다고 해도 공모주 청약 자체가 희망밴드 범위 안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공모가 상향 추세는 주춤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공모가 상향 추세가 줄어드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다. 올해부터 일반 투자자 몫의 공모주 배정 물량이 전체 공모주이 30%까지 확대되는 탓이다. IPO 기업의 몸값 고평가로 개인 투자자들이 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인 것이다.


일각에서는 공매도 재개 여파로 IPO 투자심리 자체가 약화되지 않겠냐는 지적이 내놓고 있다. 통상 신규 상장 기업의 경우 상장 직후 주가가 급등했다가 점차 공모가 수준으로 수렴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런데 공매도 탓에 주가 하락폭이 더 커지면서 공모가에 주식을 매입한 투자자들이 손실을 볼 개연성이 커지는 것이다. '공모주 투자=차익 실현' 공식에 균열이 생기면서 공모주 외 다른 투자처로 시중 자금이 흘러들어갈 수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오버행' 이슈 해소가 IPO 흥행을 위해 중요해졌다고 진단한다. 상장 후 유통가능 주식 수가 많으면 그만큼 공매도의 대상이 갈 가능성도 높다. 결국 공매도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IPO 전 기존 주주들에게 최대한 많은 보호예수(주식의무보호 확약) 약정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진 셈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올해 LG에너지솔루션, 크래프톤, 카카오뱅크 등 대업급 IPO가 많은 상황"이라며 "대규모 공모를 앞두고 시장 투심이 약화될 가능성이 생겼다는 점은 부담스런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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