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창의 窓]
신한·KB 덩치싸움의 그림자
쌓이는 조직 피로도와 문제점들···옆집 비교말고 '내집부터 챙겨야'
이 기사는 2021년 01월 19일 10시 0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규창 기자]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인 미셸 오바마는 자서전 'Becoming'에서 유명 정치인의 부인, 사샤와 말리아의 엄마, 법률가이자 병원 부원장을 맡은 직장인으로서의 감정을 진솔하게 적었다. 미셸은 육아와 직장에 모두 완벽을 추구했지만 남편의 선거운동이 생활의 모든 면을 서서히 잠식하면서 결국 휴직할 수밖에 없었다. 일을 그만두는 것이 괴로웠음에도 가족에게 자신이 필요하다는 점이 더 중요했다고 기술했다.


결국 버락은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에 올랐다. 버락은 세계 최강대국의 대통령 자리에 오르면서도 거의 매일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대의와 가족을 위한 미셸의 선택이 해피엔딩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녀는 상당한 고민과 자기희생을 감내해야 했다.


이렇듯 영광 뒤에는 항상 그림자가 있기 마련이다. 크게 드러나지 않아도 누군가는 희생하고 때로는 어느 부분이 곪아있기도 한다.


'리딩금융'이라는 영광의 자리를 놓고 오랜 시간 경쟁해온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에도 그림자가 없을까. 


양대 금융지주는 자산규모와 순이익 규모에서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금융회사가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오면 자동 1순위 후보로 꼽힌다. '한국판 뉴딜'에 대한 금융지원을 놓고도 양 측은 경쟁을 벌이듯 막대한 금액을 홍보했다. 마치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과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목표가 국내 1위에 달려있는 듯한 인상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KB금융의 자산은 605조5064억원으로 신한금융의 591조8345억원을 넘어섰다. 2019년 말에는 KB금융 518조5381억원, 신한금융 552조4196억원이었다. 실속은 신한금융이 차렸다. 지난해 9월 누적 기준 연결 당기순이익에서 신한금융은 2조9502억원으로 2조8779억원에 '그친' KB금융을 따돌렸다. 신한금융은 2018년 역전한 이후 아슬아슬한 수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 2015년 이후 신한금융은 신한리츠운용, 오렌지라이프, 신한AI, 아시아신탁, 네오플럭스를 자회사로 편입했고 KB금융은 현대증권 인수 후 KB투자증권 합병법인인 KB증권 출범, KB손해보험과 KB캐피탈 완전 자회사화, 푸르덴셜생명보험 자회사 편입 등을 진행했다.


물론 덩치 키우기가 잘못된 일은 아니다. 좁디좁은 국내에서 벗어나 해외 시장을 개척해야 지속 성장할 수 있다. 글로벌 금융회사와 경쟁하려면 큰 덩치가 필요하다.


국내 금융회사도 사무소와 지점 설립 등 해외 진출에 적극적이고 최근에는 현지 금융회사 인수를 통해 국내 기업의 현지금융에서만 머물던 업무를 확장하는 중이다. 글로벌 금융회사와 비교하면 걸음마 수준이지만 신한금융과 KB금융이 이러한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 활로를 터줘야 하는 책무도 있다. 


그러나 양 측은 어느덧 '너보다는 앞서야 한다'는 목표에 집중하는 듯한 인상이다. 그 사이 조직원의 피로도도 가중되고 있다. 고가 인수 논란이 늘 따라다니고 이질적인 문화를 가진 타 금융회사와 합병 과정에서 심심찮게 잡음도 들린다.


문제를 일으키는데도 경쟁적이다. 양 측 모두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라임 펀드에 연루됐다. 내부통제 미흡이라고 지적하는 감독당국의 제재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나란히 연임에 성공한 '조용병 2기'와 '윤종규 3기'가 올해도 자산과 순이익에서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일 것이 확실하다. 두 회장 모두 내실 다지기와 조직안정, 디지털화를 외치고 있으나 KB금융은 글로벌 사업 확대, 신한금융은 손해보험사 인수 의지를 갖고 있다. 이미 신한금융은 연초부터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을 완전자회사로 편입했다.


신한금융의, KB금융의 미래 성장을 위해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국내 1위 경쟁에 매몰되면 정작 내부의 문제점이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옆집과 비교하기만 하면 누군가는 불행해진다. 미셸은 가족에도 성실한 남편과 갑자기 주목받는 생활에 불평하지 않는 착한 아이들을 둔 덕에 비교적 행복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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