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년사에 담긴 M&A 의미 '행동력'
PEF, 잃어버린 M&A시장 주연 자리 찾아나설듯···기업, PEF 연구하고 배워야
이 기사는 2021년 01월 06일 09시 3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출처=LibreShot


[딜사이트 심두보 기자] 2021년이다.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각 기업 수장의 신년사가 새로운 해의 문을 연다. 그리고 그들의 말 속에는 기업 인수합병(M&A)가 있다.


구현모 KT 대표는 "2021년엔 몇 가지 (M&A) 사례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5대 금융사의 수장도 일제히 M&A를 입에 담았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동남아 시장에서는 성장 잠재력이 높은 영역의 사업을 적극 발굴하고 추가적인 M&A 기회도 모색할 것"이라고 전했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도 "그룹 내에 아직 비어있는 비은행 부문에 대해서는 다방면으로 포트폴리오 확대를 모색해 그룹 성장을 위한 동력을 지속 강화할 것"이라며 M&A를 시사했다.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국내와 해외, 금융과 비금융을 아우르는 전략적 M&A를 꾸준히 모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 대기업뿐 아니라 중견기업도 2021년 M&A 시장을 예의 주시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신종코로나감염증 확산은 2020년 M&A 시장을 위축했다. 그러나 하반기부터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회계법인이자 컨설팅펌인 EY는 "자본에 대한 접근성을 보유한 기업과 투자자들이 규모와 범위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한 딜을 추진하면서 2021년 M&A 시장의 회복은 가속화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른 기관의 전망도 대체로 유사하다.


전염병은 게임의 룰도 바꿨다. 정부의 정책과 대중의 행동이 빠르게 변했고, 기업도 이러한 새로운 규칙에 자신을 맞춰 전략을 새로이 세우고 있다. 


지난해 기업의 실적과 주가는 '대면'과 '비대면'을 축으로 갈렸다. 곧 2020년의 실적, 즉 성적표가 나온다. 성적표는 여러 기업이 포기할, 그리고 집중할 사업 부문을 추려내는 데에 쓰일 것이다. 아니, 이미 쓰이고 있다. 더불어 속속 등장하는 코로나 백신은 지난해를 관통했던 불확실성을 축소하고 있다. 비핵심 자산과 계열사를 팔거나 채권을 찍어 유동성을 확보하던 기업의 경영진은 이제 위험을 계산한 뒤 M&A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새해 이들 전략적 투자자는 이른바 재무적 투자자와 경쟁하게 된다. 기업금융업계에서 특정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을 '전략적 투자자'라고 부른다. 그리고 사모펀드(PEF)는 그에 대응하는 개념인 '재무적 투자자'라고 지칭한다. 재무적 투자자의 대표주자 격인 PEF는 역사상 유례없는 규모의 펀드를 들고 인수합병 시장의 주연으로 자리를 잡았다. 국내 PEF와 해외 PEF 모두 M&A 경쟁에서 전략적 투자자와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는다.


흔히 전략적 투자자는 장기 투자와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등의 부문에서 재무적 투자자보다 우위를 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전략적 투자자의 장점은 몸집이 커진 PEF 앞에서 점점 희미해지는 모습이다. 이들 PEF는 볼트온(Bolt-on) 전략을 적극적으로 구사하며 '합병 시너지'를 만들어내고 있으며, 투자 기한도 점차 늘어났다. PEF에 투자한 출자자(LP)도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면, 그 기한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지 않는다. 어느 산업보다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는 PEF의 파트너와 전문경영인은 전략적 투자자보다 특정 산업에 대해 더 깊이, 그리고 더 빠르게 학습한다.


오랜 시간 M&A 시장에서 조연을 맡았던 PEF는 기업을 오랜 기간 연구했다. 그들에게 기업은 인수 타깃이자 회수 창구다. PEF는 전략적 투자자가 미래 성장 원동력으로 삼을만한 산업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또 그들이 어려움을 겪는 사업을 재기시킬 방편을 찾느라 분주했다.


이제 기업도 PEF를 연구해야 할 때다. 기업은 여러 M&A 타깃을 두고 그들과 경쟁을 해야만 한다. 때론 그들과 함께 인수에 나서야만 하고, 또 때론 그들로부터 투자를 유치해야만 한다. PEF는 전략적 투자자들이 탐낼만한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으며, 더욱이 '볼트온·스케일업·구조조정·레버리지 활용·전문경영인 영입' 등 과감한 경영 전략을 펼치며 가치를 창출한다. 기업도 배울 사례가 적지 않다.


신년사에 담긴 M&A라는 키워드의 무게는 행동력에 의해 결정된다. 2020년 어려운 시기를 버텨온 여러 기업이 M&A 시장에서 많은 기회를 거머쥘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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