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통신요금' 싼게 능사 아니다
내년 5G 중저가 요금제 출시 예정...품질 수준 높이는 게 관건
이 기사는 2020년 12월 29일 09시 3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설동협 기자] 2019년 4월 3일.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5G(5세대 이동통신) 전파를 쏘아 올렸다. 약 1년8개월이 흐른 현재, 한국은 5G 가입자 1000만 시대를 열었다. 2년도 채 안된 시간 동안 국민 5명 중 1명꼴로 5G를 사용하고 있다고 하니, 과연 IT 강국이라 불릴만 하다.


그런데, 사실 그 이면을 들여다 보면 사뭇 느낌이 다르다. 지금의 5G 이용자수는 가입자들의 '자발성'을 담보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신형 단말기 자체가 5G 전용으로 출시되다 보니, 사용자들은 강제로 5G 요금제에 가입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물론 자급제 스마트폰을 구매해 LTE(4세대 이동통신) 요금제를 사용하는 방법이 있긴 하다. 하지만 자급제 스마트폰 구매는 현재까지도 보편화되지 않은 탓에 5G 단말기 전체 판매량의 10% 내외에 그치고 있다. 다시 말해 대부분의 5G 스마트폰 사용자는 여전히 5G 요금제를 의무적으로 가입하고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품질'이다. 5G가 LTE와 비교해 속도, 콘텐츠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5G 초창기, 이통사들이 줄곧 외쳤던 'LTE 대비 20배 가량 빠르다'는 홍보 문구도 이제 사라진지 오래다. 내용물 없는 빈수레에 일부 소비자들은 이통사를 상대로 집단 소송 움직임마저 일고 있다. 5G 가입자 1000만 시대가 무색해지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5G 요금제 가입 기간이 만료된다면 어떻게 될까. 내년 4월까지 10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5G 가입자들의 선택약정 만기 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비싼 가격 등을 이유로 LTE 요금제로 '리턴'하는 가입자들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그동안 품질 문제가 꾸준히 제기된 만큼, 기존 5G 요금제 이용자들의 이탈 가능성은 농후해 보인다. 이통사도 이같은 부분을 잘 알고 있는 듯 하다. 최근 잇달아 5G 중저가 요금제 신설을 통해 고객 이탈 방지에 나섰다. 


앞서 KT가 첫 4만원대 5G 요금제를 내놓은 상태다. SK텔레콤 또한 중저가 5G 요금제 출시를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신고를 앞두고 내부 검토를 진행 중이다. 기존 5G 요금제 대비 최대 30% 저렴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5G 요금제가 기본 월 8만원을 웃돌던 시기를 고려하면, 중저가 요금제가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다만 품질이 개선되지 않은 저가 요금제라면, 단순 '싼 비지떡'에 불과하지 않을까. LTE로 리턴하는 5G 가입자들의 발걸음을 붙잡기엔 설득력이 다소 떨어져 보인다.


소비자들이 5G 중저가 요금제 신설을 요구하는 배경엔 단순 '비싸서'가 아니다. 가격 대비 제대로 된 서비스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LTE보다 20배 빠른 속도는 차치하더라도, 당장 수도권만 벗어나면 5G 연결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결국 소비자가 LTE 요금제와 비교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품질 향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다. 


2021년 한국. 5G 가입자 2000만 시대를 열기 위한 중대기로가 될 전망이다. 결과적으론 어떻게든 달성하겠지만, 그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기존 고객들의 이탈을 막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통사에게 묻는다. 과연 내년에도 마케팅 경영이 통할까.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이제 '품질 경영'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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