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남매의 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 걸림돌은
3자 주주연합, 역차별 등 논란 불가피…구조조정 등 해결과제 수두룩
이 기사는 2020년 11월 13일 18시 3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진=각 사)


[딜사이트 권준상 기자] KDB산업은행(산은)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다. 대주주와 기존 주주들과의 이해상충, 통합에 따른 노선과 인력 구조조정 등 양사 통합에 따르는 문제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1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산은은 현재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경우 발생하는 문제를 집중 점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인수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가장 기본은 산은이 한진칼에 출자해 자금을 지원한 뒤 한진칼이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30.77%)를 인수하는 방식이다. 부족한 지분을 지원하기 위해 산은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영구채 8000억원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르면 16일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 회의를 열고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정부 차원에서 공식화할 전망이다.


문제는 각종 논란과 풀어야할 과제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당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중인 3자 주주연합(KCGI-조현아-반도건설)의 반발이 예상된다. 이미 KCGI 측은 첫 공식입장에서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총수일가의 지위 보전 수단"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총수일가와 경영권 분쟁 중인 3자 주주연합은 지분격차를 확대하며 내년 한진칼 정기주주총회에서 설욕을 노리고 있다. 최근 한진칼 지분 확대에 나섰던 3자 주주연합 입장에서는 해당 증자방안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인수가 추진되면 조원태 회장 진영에 든든한 우군이 확보되는만큼 힘이 빠질 수밖에 없게 된다. 


3자 주주연합의 현재 한진칼 지분율은 ▲KCGI 20.34% ▲반도건설 20.06%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6.31% 등 총 46.71%(신주인수권 포함)이다. 조원태 회장 진영은 ▲조원태 6.52% ▲조현민 6.47% ▲이명희 5.31% ▲재단과 친족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4.15% ▲델타항공 14.90% ▲대한항공 자가보험·사우회 3.79% 등 약 41.14%로 3자 주주연합 측에 열세다.


3자 주주연합의 주축인 KCGI는 이날 긴급회의를 열고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칼이 산은을 대상으로 증자에 나서면 KCGI 등 3자 주주연합은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 등을 포함한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없다. 그도 그럴 것이 경영권 분쟁 중에 KCGI 등 3자 주주연합에 대한 역차별과 사유재산 침해 등의 문제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차별 논란은 불보듯 뻔하다. 산은은 경영부실 속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에 나서면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전 회장 등의 일선후퇴를 요구했다. 만약, 산은이 한진칼에 자금을 지원해 아시아나항공의 인수를 추진하면 이는 일각에서 경영실패의 책임자로 평가하는 조원태 회장을 지원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있어 반발이 예상된다.   


이미 KCGI는 발빠르게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점을 드러내고 있다. KCGI는 한진칼은 기존에 발행된 신주인수권의 행사와 비핵심 자산 매각 등을 통해 1조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 외부 자금 지원이 필요한 것은 한진칼이 아니라 대한항공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한진칼의 부채비율(개별재무제표 기준)은 19.0%, 현금성자산은 약 1048억원이다. 대한항공은 부채비율 988.6%, 순차입금 약 15조4700억원이다. KCGI 관계자는 "자금 지원이 한진칼이라면 반대 입장(3자 주주연합)에서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이번 인수설과 관련해 대책 등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공정거래위원회는 물론 해외 기관의 기업결합심사 등도 풀어야 숙제다. 독과점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한 그룹으로 묶이면 거대항공그룹이 탄생한다. 양사의 지난해 기준 항공여객점유율은 54%(LCC 포함)에 달한다. 총 항공기 수는 300대가 넘어 세계 20위권으로 도약하고, 아시아 항공시장에서는 매출 기준 5위 사업자로 올라선다. 거대항공사의 탄생은 압도적인 시장경쟁력이 확보된다는 점에서 국내외 기업결합 승인의 문턱을 넘는 것은 녹록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이 회생이 불가능한 회사로 인정되면 기업 결합이 승인될 수도 있다. 앞서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사례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를 입증하는 것은 해결해야할 과제다.


더불어 양사가 모두 저비용항공사(LCC)를 포함해 거대 노선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노선 배분의 문제도 풀어야한다. 이는 노동조합의 반발을 불러올 수있다. 사업체계의 커다란 변화는 인력감축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이미 대한항공 내부에서는 현재 경영위기로 인한 순환휴직과 이에 따른 급여감소, 일자리 상실 우려 등으로 불만이 큰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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