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민아 기자] 올 들어 금융당국이 공모주 배정과 기업공개(IPO) 수수료 체계 등 현행 공모제도에 대한 손질을 검토하며 금융투자업계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미 IPO 주관 시장이 대형사 중심으로 재편된 만큼 당국의 개편 움직임이 증권사간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만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비공개 간담회를 통해 현행 IPO 수수료 체계의 개편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현행 정률제 구조의 IPO 수수료 체계에서는 공모 흥행과 수수료 확대를 기대한 주관사들이 공모 기업의 가치를 과도하게 평가할 수 있어 자칫 시장 과열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앞서 금융위원회가 예고한 공모주 배정 방식의 개편을 예고한데 이어 IPO 수수료 구조도 변화시켜 과열되고 있는 공모시장을 진정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금융위는 청약 증거금의 규모에 따라 물량을 배정하는 현재의 공모주 배정 방식이 개인투자자들에게 불리하다는 판단속에 개인들에 대한 배정 물량을 늘리는 방향으로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당국이 시장 안정화를 위해 개편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관련업계는 탐탁지 않은 눈치다. 당국의 개편 검토가 대어급의 잇단 참여로 열기를 띤 올 한해의 시장 상황만을 놓고 마련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 올해 공모주 시장내 열기는 최근 몇 년 중 가장 뜨거웠다. 8일 기준 유가증권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기 위해 공모청약을 진행한 43개 기업(스팩·리츠 제외)의 평균 공모청약 경쟁률은 889.4대 1이다. 2018년과 지난해 각각 502대 1, 481.3대 1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두 배 가량 경쟁이 치열해졌다.
일각에서는 당국의 개편 논의로 중소형 IPO를 주관해온 증권사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안정화를 고려한 당국의 개편이 자칫 대형사 위주의 IPO 시장을 더욱 공고화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만일 IPO 수수료 체계가 정액제로 바뀌면 트랙레코드가 풍부한 대형사들의 시장 독식 가능성이 커질 수 밖에 없다. 확대된 주관 건수만큼 수익이 창출되는 만큼 대형사들이 '쌍끌이' 주관에 나설 경우 작은 규모의 딜을 주관해오던 중소형 증권사들이 설 자리는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공모주 열풍을 이끈 빅딜로 인해 짭짤한 수수료 수익을 얻은 주관사는 일부 주요 대형 증권사로 한정될 뿐"이라며 "수수료 개편은 오히려 대형 증권사 주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최근 IPO 시장은 3대 증권사로 꼽히는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가 주도했다. 기업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18~2020년 10월) 유가증권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기업은 총 214개다. 이 중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등 3사가 상장을 주관한 기업은 104개로 전체의 48.6%를 차지했다. IPO 시장의 절반 이상을 3사가 독식하고 있는 셈이다.
공모 규모가 큰 '빅 딜' 역시 대형사의 독차지했다. 2017년~2020년 중 유가증권 시장 상장 기업 중 공모규모 1000억원을 초과한 곳은 총 12개로 집계됐다. 이달 중 상장을 앞두고 있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9626억원)까지 합하면 13곳으로 늘어난다. 공모규모 1000억원을 넘긴 13곳 중 10곳을 대형 3사가 대표 또는 공동주관하며 싹쓸이 한 모습이다.
공동 주관 없이 대어급의 공모를 추진한 곳은 대신증권(애경산업, 티웨이항공), 신한금융투자(티웨이항공), 삼성증권(아이엔지생명) 등 3곳에 불과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같은 기간 공모규모 500억원 초과 기업 40곳 중 절반이 넘는 26곳의 IPO를 앞선 3대 증권사가 대표 혹은 공동주관하며 주도했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중소형 규모의 딜을 주관해온 증권사들은 최근 이슈가 된 넉넉한 수수료와 거리가 멀어 수수료 정액제 개편 논의가 달갑지 않다"며 "수수료 체계가 개편되면 상장 주관 경험이 풍부한 대형사로 대부분의 딜이 몰릴 경우 코스닥 위주의 중소형 딜을 주관해온 증권사들이 자칫 상장가치가 높지않은 기업들까지 상장시장에 유입시키며 시장 혼란을 가져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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