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 지배구조 개편
디엘이앤씨-대림건설 합병 득실은
②지배력 강화 유리 vs 시장 달라 실익 적어…대림 "합병계획 없다"
이 기사는 2020년 09월 17일 10시 4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김진후 기자] 대림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는 가운데 지주사인 대림코퍼레이션의 지분율을 높이기 위해 계열사들의 합병을 검토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건설업계에서는 주력사인 디엘이앤씨와 대림건설 간의 합병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실제 합병을 진행할 경우 기대보다 득이 많지 않다는 계산이 지배적이다.


당초 삼호와 고려개발이 합병을 결의해 대림건설이 탄생할 당시 시장에선 대림그룹의 '큰 그림'이 있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했다. M&A 전문가로 알려진 이준우 대림코퍼레이션 대표가 올해 취임한 후로 대림그룹 내 비주력 자회사들을 매각하거나 기업 분할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 아래 대림건설의 탄생도 향후 지배구조 개편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해석이었다.


◆합병 시 현금성 자산 1조원 상회


업계가 예상하는 합병의 시너지는 기업 규모 확대에 있다. 대림산업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올해 6월 말 기준 1조4981억원이다. 분사 후 디엘이앤씨가 보유하게 되는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6379억원이다. 대림건설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4523억원)을 고려하면 두 법인 합병 시 1조902억원까지 늘어난다.


시공능력평가액 순위 상승도 노릴 수 있다. 디엘이앤씨와 대림건설의 올해 시평액은 각각 11조1639억원, 1조8089억원으로 합병 시 12조9728억원으로 늘어난다. 이는 올해 2위를 차지한 현대건설(12조3953억원)을 5775억원 추월하는 금액이다.


본질적으로 최상단 지주사인 대림코퍼레이션의 디엘이앤씨에 대한 지배력이 높아진다는 시각도 있다. 디엘이앤씨가 보유한 대림건설 지분을 향후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향후 대림코퍼레이션이 보유한 디엘이앤씨 지분을 디엘로 승계하는 과정에서 대림건설 합병이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림건설이 합병을 진행한다면 공정가치평가에 따라 총 자산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며 "재고자산, 미청구공사 미수금 등은 늘어나고 금융보증부채, 하자보수 충당부채 등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디엘이 유상증자를 통해 디엘이앤씨를 자회사로 편입할 때 효과가 배가된다"며 "디엘이앤씨의 크기를 키워 합병비율을 높이면서 결과적으로 대림코퍼레이션의 디엘 지분 확보에 플러스 요인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미 대림건설이 디엘이앤씨의 연결회사에 포함돼있는데다 재평가 대상 자산 규모가 크지 않다면 그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대림산업이 보유한 디엘건설의 지분은 63.94%다. 이해욱 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으로 범위를 넓히면 66.36%까지 늘어난다. 이밖에 사업성 측면에서 ▲내부 체계 일원화 ▲원가 혁신 등 업무 효율성 향상 등이 기대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투 트랙 전략이 더 효과적"


반면 업계에선 두 법인의 합병 실익이 기대보다 크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시장 내에서 디엘이앤씨와 대림건설이 갖는 위상과 역할이 다르다는 주장이다. 이는 GS건설과 자이에스앤디의 선례와 유사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림건설을 매각하는 것이 아니라면 굳이 합병할 요인은 크지 않다"며 "합병보다 두 기업이 현재와 같이 차별화 전략을 펼치는 것이 더 큰 이득"이라고 분석했다.


대림건설과 대림산업 건설사업부는 시장을 양분해 공략하고 있다. 주택사업의 경우 대림산업은 서울 및 수도권의 대형 단지를 중심으로 수주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대림건설은 지방과 소규모 사업지에 특화한 수주 전략을 보이고 있다. 특히 부동산신탁사와 손잡고 차입형 토지신탁 사업의 시공사로도 참여하고 있다. 브랜드 로열티 하락을 우려해 차입형 토지신탁 사업에 소극적인 여타 대형 건설사와는 차별화한 행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같은 'e-편한세상'을 공유하되 대림건설은 상대적으로 단가가 낮은 지방·소형단지에서 가격 경쟁력을 보이는 것이 사실"이라며 "무리하게 두 법인을 합병할 경우 이러한 장점이 사라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사업성 측면에서 득이 아닌 실이 생긴다는 의미다.


대림산업 관계자 역시 "디엘이앤씨와 대림건설은 각자의 시장과 역할이 있기 때문에 합병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오히려 분리했을때 시너지 효과가 더 커진다는 시각이다.


통상 기업 합병의 사전 단계로 여겨지는 '조직도 동기화'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대림건설이 영위하지 않는 플랜트 사업을 제외해도 두 조직의 구성은 사뭇 다르다. 


토목사업본부의 경우 대림산업은 해외 사업에 무게를 두고 있다. 동시에 같은 토목 분야라도 세분화해 팀을 운용 중이다. 가령 대림건설이 인프라사업개발팀 하나를 보유한 반면, 대림산업은 이를 ▲도로교량 ▲철도지하철 ▲항만수자원 등으로 세분화했다.


양사의 주택사업본부도 상이한 구조로 이뤄져 있다. 토목과 달리 주택 사업은 오히려 대림건설의 조직 분류가 더 세밀하게 나눠져있다. 특히 주택과 도시정비는 팀을 두 개로 나눠 운영 중이다. 


여기에 삼호와 고려개발이 합병한지 3개월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디엘이앤씨와의 조직 융합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우려도 따라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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