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딥체인지 빠진 SK '행복날개'
‘정유·화학·통신’→'친환경·반도체'로 주력 전환···경영환경 반영한 로고 검토해야
이 기사는 2020년 09월 04일 15시 0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정혜인 기자] 기업은 CI를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정체성을 표현한다. 글로벌 IT기업인 애플은 기업명의 본뜻인 사과 모양을 CI로 사용하고 있고, 삼성은 타원형 마크를 배경으로 두고 그룹명을 그대로 표기한 CI를 쓰고 있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는 승리의 여신 니케의 날개에서 영감을 받아 스우시(Swoosh, 휙 하는 소리를 내며 움직이다)라는 자체 로고를 만들었다.


SK그룹 역시 CI인 '행복날개'에 다양한 의미를 담았다. 심지어 숨은그림 찾기도 가능하다. 명확하게 보이는 나비 형상말고도 붉은 부분과 주황색 부분 사이 경계선을 보면 그룹명인 'S, K'를 발견할 수 있다.


행복날개에 표현한 정체성은 이외에도 더 있다. '석유'와 '통신'을 상징하는 이미지도 숨겨뒀다. 가운데 붉은 부분만 보면 정유공장이 뿜어내는 '뜨거운 열기'를 의미하는 형상을 찾을 수 있다. 나비의 중간 흰 부분에는 통신사업의 '기지국 안테나' 모양이 숨겨져 있다.


수많은 사업회사 중에서 SK가 정유와 통신사업을 CI에 녹여낸 이유는 따로 있다. 정유와 통신은 성장의 핵심축이다. 대한석유공사(유공, 향후 SK에너지→SK이노베이션)와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을 인수하면서 그룹 규모가 급속도로 성장했다. 어쩌면 지금의 SK를 있게 한 주역이기도 하다. 


하지만 행복날개가 SK의 '현재'를 반영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일단 정유·화학과 통신이 그룹의 주요 사업인 건 맞다. 문제는 신흥강자 반도체를 빼놓았다는 점이다. SK그룹 내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비중 1위는 반도체다. 2018년에는 반도체 계열사인 SK하이닉스와 SK머티리얼즈가 그룹 전체 EBITDA의 75%를 창출했다. 지난해 기준으로는 반도체 부문이 그룹 전체 EBITDA의 53%, 에너지·화학 분야가 18%, 통신부문이 23%를 창출했다. 


행복날개는 최태원 SK 회장이 줄곧 부르짖는 '딥체인지'와도 조금 맞지 않다. SK의 딥체인지는 '친환경과 사회적 가치' 중심으로 그룹의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환경오염의 주범인 정유·화학 대신, 이제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데 SK그룹이 이바지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반복해서 전달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등 친환경 분야가 반도체 사업을 잇는 그룹의 핵심 캐시카우가 될 것으로 보고 전사적으로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점 역시 같은 맥락이다.


회사를 상징하는 로고는 기업이나 브랜드의 이미지를 가장 먼저 보여주는 얼굴이다. 기업의 구성원부터 협력사, 고객까지. 내외부 이해관계자들에게 기업이 자신 스스로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수단이기도 하며, 때로는 직원의 행동 하나하나에 지침이 된다. 그룹 수장부터 근본적인 변화를 대대적으로 외치고 있는 만큼 현 경영방침을 반영한 새로운 CI가 SK그룹에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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