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재단해부]
삼성생명공익재단
병원에 9할 투입..보육·실버복지 '옹색'
③ 수익도, 지출도 90% 이상 병원에 집중…작년 리모델링 비용 200억 쏟아
이 기사는 2020년 07월 17일 10시 0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류세나 기자] 삼성생명공익재단이 가장 공 들여 키우고 있는 곳은 단연 삼성서울병원이다. 수익의 9할 이상을 병원을 통해 내고, 연간 지출 비용의 9할 이상이 들어가는 곳도 바로 병원이다. 당초 재단이 설립 취지로 내세웠던 저소득층 보육지원과 노인복지사업에 투자되는 비용은 옹색한 수준이다.   


삼성서울병원 운영을 위해 투입되는 자금 일부엔 공익사업을 목적으로 삼성그룹 계열 안팎에서 모은 수백억 원의 기부금이 매년 들어가고 있다. 이는 곧 재단을 앞세워 매년 거액의 기부금을 거둬들여 이를 다시 창업주의 숙원사업이었던 의료사업 확장에 투입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또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삼성의 지주사 격으로 통하는 삼성물산의 주요주주라는 점에서 재단의 영향력 확대를 곧 총수일가의 그룹 지배력 확대와 연관 짓는 여론 분위기도 적지 않다. 


◆ 재단 주사업 '병원운영', 연간 사업비 9할 투자


삼성생명공익재단의 운영내역을 보면 이 재단은 작년 연매출(1조6790억원)의 94.7%를 공익목적사업 중 '기타부문'을 통해 벌어 들였다. 해당 부문은 재단의 목적사업인 병원과 실버타운의 실적이 잡히는 영역으로, 사실상 대부분이 병원을 통해 나온 성과다. 


재단 역시 병원을 통해 벌어들인 만큼 다시 병원에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삼성서울병원을 든든하게 지원사격하고 있다. 


같은 기간 재단은 공익목적사업에 총 1조6345억원을 투입했는데, 이중 96.9%인 1조5837억원이 삼성서울병원에 다시 들어간 것으로 확인된다. 


이 외에 삼성이 꾸린 프리미엄 실버타운인 노블카운티에 344억(2.1%), 삼성어린이집 운영에 0.6%인 95억원, 그 외 상찬사업(삼성행복대상)을 포함한 3가지 기타사업에 70억원(0.4%)이 사용됐다. 사실상 순수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에는 거의 자금이 들어가지 않는 셈이다. 


최근 3년간 수치를 살펴봐도 비슷한 양상이다. 2018년과 2017년 각각 1조4728억원, 1조 4201억원을 의료사업에 쏟아 부었다. 그해 지출비용의 96.0%, 98.8%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삼성생명공익재단 2019년 기부금 사용내역 중 병원 리모델링 관련 항목.

기부금 지출 내역을 봐도 대부분 의료사업 확대에 자금이 쏠려 있는 모습이다. 총 23건의 기부금 지출처 중 상위 10건 중 9건이 의료사업과 관련한 곳에 쓰였다. 이 중 병원 리모델링에 들어간 기부금만해도 전체의 43.8%(200억원)에 달한다. 재단이 지난해 모은 기부액은 약 457억원으로, 그해 전액 지출했다.


지출 내역 중 가장 큰 금액이 들어간 곳은 필립스코리아(98억원)로, 지출목적은 '의료사업'이라고 명기돼 있다. 필립스코리아로부터 의료장비를 구입하는 목적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같은해 1월 필립스코리아는 수면무호흡증 치료를 돕는 양압기 시리즈를 선보였는데, 이때 국내미디어 간담회에 삼성서울병원 소속 교수가 나와 수면무호흡증 치료에 있어 양압기의 중요성을 설명하기도 했다. 


두 번째로 많은 기부금이 들어간 곳은 샘코건설(68억원)이다. 이 역시 의료사업을 목적으로 지출된 내역으로 분류됐다. 5G 등 첨단기술 도입을 위해 지난해 진행한 리모델링 비용에 쓰인 금액이다. 샘코건설은 1988년 삼성생명이 100% 출자해 설립한 기업으로,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이 회사는 2018년에도 의료사업 명목으로 43억원 규모의 거래를 하기도 했다. 


기부금 지출처 TOP3 역시 병원 리모델링과 관련한 비용이었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지난해 인테리어 및 건설자재를 납품한 다인아이엠에 53억원의 값을 치렀다. 자금 출처는 기부금이다. 


◆ 4300억 규모 계열사 지분 보유…재단 역할 주목


삼성생명공익재단의 운영방향이 주목받는 까닭은 삼성을 포함한 대기업 산하 공익법인들이 총수일가의 친위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숱하게 지적돼 왔기 때문이다. 특히 공익법인의 계열사 주식 보유는 늘 논란거리다. 사실상 공익사업 확대를 목적으로 투자를 한 것도, 그렇다고 필요할 때 아무 때나 매각할 수 있는 자산도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생명공익재단 역시 2016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 순환출자 문제를 해소한다는 명분으로 삼성물산 주식(1.05%, 5대주주)을 사들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실질 지분율을 끌어 올리는 효과를 내는 데 일조해 여론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특히 당시 재단이 삼성물산 지분 매입에 지출한 금액은 3063억원(현 시세 약 2190억원)이었는데, 순수 공익사업에 지출하는 돈은 연평균 100억원 남짓 수준이라는 점에서 비판의 대상이 됐다. 또 삼성으로서는 재단이 나서 지분을 매입하면서 1500억원 안팎의 증여세도 절세할 수 있었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삼성물산 외에도 삼성생명 지분 2.18%(4대주주, 약 2151억원)도 들고 있다. 자산총액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율은 작년 말 기준 25.45%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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