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 M&A '시들'.."OTT 공세 영향"
"쫓기는 매각자 Vs. 인수의지 약한 원매자..전형적 Buyer's market"
이 기사는 2020년 06월 22일 10시 0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심두보 기자] 케이블TV 업계에 인수·합병(M&A) 시장이 시작됐다. 딜라이브를 비롯해 현대HCN, CMB 등이 매물로 나왔다. KT,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등 잠재적 인수후보들이 이들 업체를 눈여겨보고 있지만 열기는 다소 시들하다. 인수 결과에 따라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과거 케이블업체 M&A의 근거는 ▲매력 있는 결합 상품 ▲규모의 경제 획득(비용 절감) ▲콘텐츠 제공자와의 협상력 제고 등이었다. 2019년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이 각각 CJ헬로비전과 티브로드를 인수한 배경이다. 그러나 온라인동영상 제공 서비스(OTT)가 급부상하고,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대중의 시청습관이 변하면서 이들 통신사의 셈법은 복잡하다. 마치 지하철내 뿌려지던 무가지 같은 케이블TV업체(SO)에 거금을 쏟아야 하나 고민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용자들은 이미 TV보다는 스마트폰을 주된 영상도구로 활용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왓챠, 급성장하는 OTT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OTT인 넷플릭스의 전 세계 가입자는 1억8000만명이 넘는다. 3월 기준 넷플릭스 국내 가입자는 272만명이다. 1개 계정을 최대 4명이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사용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방송통신위원회의 ‘2019년도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에 따르면, OTT 이용자 중 14.9%가 정액제 혹은 추가요금을 지불했다. 이는 전년대비 7.2% 포인트나 증가한 수치다. 국내 넷플릭스 이용률은 2018년 1.3%에서 2019년 4.9%로 급증했다. 흥미로운 점은 OTT 이용장소가 TV가 이미 있는 집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점이다.


국내 OTT 서비스인 웨이브(WAVVE)의 유료 가입자는 200만명을 넘었다. 무료 가입자까지 포함하면 1000만명에 다다랐다. 콘텐츠웨이브는 2023년까지 유료 가입자 500만명을 목표로 두고 있다. 웨이브를 운영하는 콘텐츠웨이브의 주주는 SBS(지분율 33%), 문화방송(33%), 이케이비에스(33%) 등 지상파 3사다. SK텔레콤은 전환주100%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보통주로 전환했을 시 SK텔레콤은 지분 30%를 보유하게 되며, 공중파 3사는 각각 23.3%를 갖게 된다. 이들간 공고한 관계가 구축된 셈이다.


또 다른 국내 OTT 서비스 왓챠플레이의 가입자 수는 570만명(2019년 6월 기준)수준이다. 왓챠는 2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왓챠는 지난 2012년 8억원의 시드 투자를 카카오벤처스로 받은 이후 2013년 시리즈 A(27억원), 2016년 시리즈 B(55억원)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디즈니플러스, 애플TV 플러스, HBO 맥스 등 콘텐츠 유통과 제작 산업의 공룡들도 그 사세를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들 모두 막강한 자본력과 앞선 IT 기술로 무장하고 있다.


◆10대 84.8%가 OTT 이용, 시청습관의 변화


젊은 세대에게 OTT는 기본값(default)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10대와 20대의 83.2%가 OTT를 이용한다. 대신 집에 TV가 없는 경우도 많다. 20대 이하 1인 가구 중 37.5%가 TV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OTT의 핵심 디바이스인 스마트폰은 뜨고, 케이블방송의 매개체인 TV는 지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이 필수 매체라는 응답은 지난 2012년 24.3%에서 2019년 63%까지 상승한 반면, TV는 2012년 53.4%에서 2019년 32.3%로 급감했다. 50대와 60대의 57.1%와 33.3%도 스마트폰을 필수매체로 선택했을 정도다.


방송통신위원회 조사 응답자 중 91.6%가 OTT를 볼 때 스마트폰을 쓴다. 그리고 95.5%가주 1회 이상 OTT를 시청한다. 이는 전년대비 6.7% 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더불어 넥플릭스 등 스마트폰의 영상을 TV로 볼 수 있는 방법이 계속 나오는 것도 케이블TV의 영향력을 줄이는 한 요소다. TV 신제품은 스마트 기능을 이미 탑재하고 있어 TV에서 바로 넷플릭스 등 OTT를 이용할 수 있다. 아마존 파이어스틱, 구글 크롬캐스트, 샤오미 미박스S 등을 이용하면 스마트폰에서 시청하는 OTT를 TV로 볼 수 있다.


시청자들은 점점 더 보지 않는 채널에 비용을 지불하기 싫어하며, 쉽게 해지하고 다시 구독하는 방법을 선호한다. 국내 케이블업체는 보통 약정 기간을 걸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조기 해약 시 고객에게 페널티를 부과한다. 반면, 왓챠플레이, 넷플릭스, 웨이브 등 OTT 업체뿐만 아니라 대부분 온라인 기반 구독 서비스 제공업체는 ‘언제든 해지 가능’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성장이 아닌 견제에 맞춰진 M&A 전략"


케이블TV 운영 설비를 갖춘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이하 SO)의 서비스 가입자 수는 1386만명(2018년)이다. 가입자 수는 계속 감소하고 있다. IPTV와 위성방송을 포함한 TV 기반의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 수는 3272만명(2018년)이지만, 증가율은 더뎌 지고 있다. 2018년에 비해 3.5%밖에 늘지 않았다. 가입자당 월평균 매출도 줄고 있다. 가입자가 조금씩 늘더라도 쓰는 돈이 줄기 때문에 전체적인 시장규모는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는 처지다.


대조적으로 OTT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그리고 매물로 나온 세 SO의 인수후보인 KT와 SK텔레콤은 시즌(Seezn)과 웨이브를 각각 신성장 동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상황은 녹록지 않다. 17일 닐슨코리아클릭에 따르면, 웨이브의 월간활성화이용자(MAU)는 2019년 10월 379만6936명에서  올해 5월 346만4579명으로 8.8% 감소했다. 대신 넷플릭스의 국내 가입자는 지난해 5월 252만명에서 올해 5월 637만명으로 크게 늘었다. KT가 지난해 11월 말 선보인 시즌은 5월 236만명의 MAU를 기록했다. 다만 서비스 초기단계여서 이 수치가 앞으로도 꾸준히 늘어날지는 두고 볼 일이다.


국내 대형 회계법인의 한 관계자는 “이번 케이블 업체 M&A 시장은 바이어스 마켓(Buyers’ market)”이라며 “시간에 쫓기는 매각자와 인수 의지가 크지 않은 원매자가 붙은 케이스”라고 전했다. 그는 “일부 인수후보는 다른 후보를 견제하기 위한 방어적인 가격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M&A가 진행되어도 문제는 남는다. 통신 3사 외에 향후 이들 케이블사업을 떠갈 수 있는 전략적 투자자나 재무적 투자자가 나올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이동통신, 초고속인터넷, IPTV, 케이블 등이 결합상품으로 어지럽게 엮어 있으며, 이들 통신사보다 더 좋은 패키지를 제공할 전략적 투자자는 국내에 없다. 더욱이 해외 케이블TV 산업도 정체되어 있긴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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