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공공사업,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자체 기술 가진 기업에게 외주 주는 구조, 산업육성 저해
이 기사는 2020년 05월 20일 07시 3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원재연 기자] 블록체인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부의 사업이 대기업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부분 중소기업으로 이루어진 블록체인 기술 기업들은 선정 과정에서 금전적 부담과 대기업 위주의 심사 관행 등으로 배제되고 있어, 결국 대기업들의 일감 몰아주기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7일 공개된 과학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선정한 '2020 블록체인 공공선도 시범사업'에 따르면 10개 과제에서 LG CNS가 총 3개의 컨소시엄을 이끈다. 앞서 '2019년 블록체인 공공선도 시범사업' 사업자로 선정된 12개 컨소시엄 주관사는 LG CNS를 제외한 11개사가  평균 매출 1500억원 이하의 중소기업이었다. 지난해와 비교해 대기업의 비중이 높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민간주도 사업에서도 대기업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20 민간주도 국민 프로젝트는 물류, 전자계약, 전자문서 분야 총 3개 사업이 진행된다. 주관사를 살펴보면 물류 분야에서는 LG CNS와 네이버시스템이, 전자계약 분야는 더존비즈온이, 전자문서 분야는 블록체인 기업 메디블록 세 곳이 추진한다. 앞서 지난해 민간주도 프로젝트는 ▲블록체인 아이디(SK텔레콤) ▲블록체인 기반 중고차 서비스 플랫폼(현대오토에버) ▲탈중앙화 기부 플랫폼(이포넷)이 맡았다.


지난 2013년 개정된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에 따르면 대기업은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 입찰에 참여할 수 없다. 그러나 일부 예외가 존재한다. 대기업참여제한제도가 비판을 받자 정부는 지난 2015년부터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IT 신기술 분야에서는 대기업들에 문을 열여 줬다. 이번 공공선도사업과 같이 그 규모가 큰 경우에는 대기업 제한이 풀리는 경우가 더욱 많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블록체인 공공사업 입찰 과정에서도 중소 업체들은 대기업과의 경쟁에 속수무책으로 밀려나는 경우가 발생했다. 


대부분 중소 업체들로 구성되어있는 블록체인 기업들에는 적지 않은 사업비가 부담으로 다가온다. 정부 R&D 사업의 경우 대부분 민간출자(현금+현물) 30%로 구성된다. 이번 공공선도 시범사업은 총사업비의 25%를 기업이 부담한다.


그러나 대기업이 주관사업자가 될 경우 기업의 자부담금이 50%로 늘어난다. 블록체인 공공선도 시범사업의 경우 정부 지원금은 지난해 2018년 6개 과제 40억원에서 지난해 12개 과제 85억원으로 커졌다. 올해는 10개 사업에 과제당 6억원이 투입된다. 정부 입장에서도 대기업이 진행하게 될 경우 점차 늘어가는 사업비 부담이 줄어든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정책연구나 컨설팅의 경우에는 전부 현금으로 받기 때문에 즉시 비용을 부담할 수 없는 중소 업체들은 결국 선정된 대기업의 하도급으로 일을 하게 된다"고 토로했다.


정책사업의 대부분을 대기업이 주도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수익 역시 대기업이 가져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이 사업권한을 가져가고 실제 수행은 자체 기술 개발 능력을 가진 기업에 하청을 줘 진행한다"며 "다시 외주업체(하청기업)는 프로젝트 수행을 위해 또 하청을 주는 갑을병 구조로 결국 실적은 대기업이 다 가져가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자체 기술을 가진 기업들을 조명해 육성하는 방안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블록체인 산업 육성에는 한계가 존재할 것"이라 꼬집었다.


과제를 선정하는 심사위원들과 공무원 집단의 소극적 태도와 관행도 문제로 제기된다. 심사 기관과 대기업 간 밀접한 관계가 형성되어 있으며, 실질적인 기술심사는 진행하지 않다보니 소위 '이름 있는' 기업들 위주로 선정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오는 30일 국회에서 '블록체인·가상자산 산업 진흥법'을 마련하고 산업 진흥을 위한 규제개선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약 1억원 규모의 연구 용역 공개 입찰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 또한 대기업 위주로 받게 될 것이란 냉소적 반응을 내비친다. 


업계 관계자는 "경제가 어려워지는 상황에 정부주도 사업만큼은 소규모 업체들이 실적을 낼 기회가 더 많이 주어져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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