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가 뛴다]
롯데 vs.조선호텔, 동문끼리 자존심 대결
'관록'의 롯데 김현식 vs.'재무통' 조선호텔 한채양 승자는 누구?
이 기사는 2020년 04월 23일 16시 2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전세진 기자] 올초 연세대 선후배가 호텔롯데와 신세계조선호텔의 수장에 잇달아 올랐다. 김현식(사진 좌) 호텔롯데 대표와 한채양(사진 우) 신세계조선호텔 대표가 주인공이다. 김 대표는 대학졸업 이후 호텔 외길을 걸어온 반면 한 대표는 그룹의 재무와 전략통으로 활약하다 호텔업계에 뒤늦게 발을 들였다. 코로나19로 호텔산업 전체가 타격을 입고 있는 경자년 김 대표의 '관록'과 한 대표의 '재무전략' 중 누가 더 환한 빛을 발할 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현식 대표는 1962년생으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한채양 대표는 김 대표보다 세 살이 적다. 1965년생으로 같은 대학 경영학과를 마쳤다. 한 대표는 작년 10월, 김 대표는 12월에 각각 신세계조선호텔과 호텔롯데 수장으로 내정되면서 호텔업계에서 자웅을 겨루게 됐다.


두 인사의 승부는 쉬이 예상할 수 없다. 걸어온 길이 서로 다른 까닭이다. 김 대표는 1988년 호텔롯데에 입사해 객실판촉, 기획, 마케팅, 총지배인까지 차례차례 '호텔의 정석'을 밟아온 반면, 한 대표는 그동안 호텔과 인연이 없었다. 그는 S-Oil과 SK텔레콤을 거친 후 신세계 경영지원실에 경력 입사해 줄곧 재무와 기획관리를 해왔다.


이처럼 정반대의 길을 걸어왔지만 부여받은 미션은 동일하다. 호텔롯데와 신세계조선호텔 앞에 놓은 현안을 해결하는 것이 이들이 받은 임무기 때문이다.


우선 김현식 대표는 2000년 10월부터 2007년 4월까지 호텔롯데의 미국 뉴욕사무소 소장으로 근무하며 경험을 쌓고 2019년부턴 호텔롯데의 해외운영본부장으로 그룹의 글로벌사업을 책임졌다. 신동빈 롯데 회장이 강력히 주문하고 있는 '호텔롯데의 글로벌화'를 이끌 적임자인 셈이다. 실제 신 회장은 지난 3월 일본 한 경제지와의 인터뷰에서 "호텔 부문에선 인수·합병(M&A)을 포함해 향후 5년간 현재의 2배인 전 세계 3만 객실 체제로 확충하겠다"며 호텔 사업 확대에 대한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한채양 대표도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갈증을 풀어줄 구원투수다. 신세계조선호텔은 지난해까지 6년 연속 적자를 내며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등 '돈맥경화'에 시달리고 있다. 한 대표가 2016년부터 신세계그룹 전략실에서 최고재무관리자(CFO)직을 수행해 왔고, 그룹의 '재무통'인 걸 고려하면 신세계조선호텔의 재무지표 전반을 개선하기 위해 정 부회장 입장에선 그보다 나은 대안이 없었기에 낙점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김 대표와 한 대표의 장기가 발휘되기까진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올 1분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입출국하는 내외국인 수요가 사실상 '제로(0)'가 됐고, 이로 인해 국내 호텔산업 자체가 큰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실제 4월 3주차 기준 객실점유율은 10~20%로 예년(60~80%) 수준을 한참 밑돌고 있다.


이런 이유로 두 인사 모두 코로나19가 한풀 꺾일 것으로 예상되는 하반기께나 본격적으로 드라이브를 걸지 않겠냐는 것이 시장의 시각이다.


시장에선 김현식 대표의 경우 해외 호텔 위탁운영에 우선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호텔의 현 국내외 객실수가 약 1만개 수준인데, 신동빈 회장이 5년 내 3만개 확보를 주문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즉 목표 달성을 위해 김 대표가 막대한 투자비용과 시간이 오래 걸리는 직영보다는 위탁운영을 원하는 호텔을 접촉해 롯데로 옷을 갈아입히지 않겠냐는 것이다.


시장 한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 객실수 늘리기를 주문한 이유가 호텔롯데의 상장을 위한 실적 개선에 있는 만큼 김현식 대표도 위탁운영에 방점을 찍고 노른자 위에 있는 주요 호텔들을 눈여겨 보고 있을 것"이라며 "호텔롯데가 현재 위탁운영을 하고 있는 미국과 러시아 등지와 함께 한국인들의 관광 수요가 높은 베트남 등 동남아도 대상에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호텔롯데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기업공개는 기업가치가 정점에 있을 때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당분간은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을 회복하고 영업을 정상화시키는 데 주력할 예정"이라며 "비용이나 시간면에서 부담이 적은 위탁운영에 포커싱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반대로 한채양 대표는 원가절감을 통한 적자 개선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가 선임된 직후 신세계조선호텔의 조직개편을 통해 운영담당조직을 신설했다. 이 조직은 서울과 부산으로 나눠졌던 개별 사업장을 하나로 합쳐 운영하며 자재들을 대량구매하는 방식으로 원가절감에 들어간 상태다. 아울러 신세계조선호텔이 새로 개장하는 호텔 모두 임차 방식으로 운영된다는 점도 한 대표의 역량이 절실한 상황이다. 객실판매과 관계없이 임차료란 고정비가 정기적으로 들어가는 까닭이다. 


신세계조선호텔 관계자는 "(한 대표는) 전체적인 운영의 효율화의 관심을 두고 호텔 통합 운영을 통한 시너지 창출 등 구체적인 방법을 모색해 나가는 중"이라며 "임차방식의 경우는 오히려 호텔을 직접 지었을 때 대비 대규모 초기 투자 비용을 아낄 수 있는 측면이 있어서 비용적으로 효율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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