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매물 '줄줄이'···실제 매각성사는 '험난'
푸르덴셜, KDB생명 외 교보, 동양, ABL생명도 매각 가능성
희소성 하락에 경영환경도 최악···KDB생명 사례 반복 우려
이 기사는 2020년 02월 26일 14시 1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현희] 생명보험사들이 시장 매물로 줄줄이 예고되고 있으나 실제 매각 성사까지는 상당히 험난할 전망이다. 보험업계 경영환경이 거의 최악인 상황에서 매물만 늘어나면서 인수가치가 계속 떨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오는 2022년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따라 자본확충이 어려운 손해보험사까지 대거 매물화될 경우 추가 가치하락은 불가피하다. 


자칫 KDB생명처럼 매도자와 인수후보 측간의 가격 괴리만 확인될 가능성이 크다는게 보험업계의 시각이다.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재 푸르덴셜생명과 KDB생명 외에 동양생명과 ABL생명, 교보생명도 매물화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꼽힌다.  


중국 금융당국인 중국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중국 은보감회)가 지난 22일 다자그룹의 위탁경영을 종료하면서 다자그룹의 손자회사인 동양생명이 시장에 나올지 주목된다. 다자그룹은 안방보험그룹의 우량자산을 분할해 새로 만든 곳이다.


물론 은보감회가 다자그룹 지분을 먼저 처분하는 민영화가 수반돼야 한다. 그러나 다자그룹의 민영화 작업과 함께 다자그룹의 계열사 매각이 동시에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동양생명이 잠재매물이란 점은 변함없다”며 “안방보험그룹에 편입된 ABL생명(옛 알리안츠생명)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IB업계는 교보생명도 잠재매물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3월 교보생명은 재무적투자자(FI)들의 투자금 회수에 대응하기 위해 주요 금융지주사들에 지분 매각 의사를 타진한 바 있다. 매각 대상 지분은 FI들이 보유한 29.34%와 신창재 회장 등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36.91% 중 일부를 포함해 50%를 웃도는 수준이었다. 


당시 신 회장은 금융지주사들에게 FI의 보유 지분을 대신할 백기사 역할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풋옵션 행사를 강행하겠다는 FI의 지분을 매입해달라는 요청이었다. 이에 대해 금융지주사들은 "독자적 경영권을 확보할 수 없다면 의미가 없다"며 거절했다. 


교보생명은 매각설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완강히 부인한 상태다. 하지만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어피티니 등 재무적투자자(FI)들의 중재가 올해 말 끝나면 FI들 중심으로 교보생명 매각이 진행될 전망이다. 금융지주사들은 신 회장이 경영권을 행사하는 구조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경영권 완전 매각으로 추진되지 않으면 교보생명 딜 역시 성사되기 어렵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융지주사들은 신 회장이 지분을 완전 매각하거나 경영권을 양보하는 형태를 요구할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FI와의 공동지분 매각 구조는 성사되기 어려워 신 회장이 양보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게다가 한국시장의 전망이 어둡다고 판단해 매각을 진행하는 외국계 보험사와 IFRS17 도입에 대비해 자본확충이 어려운 손보사들도 대거 쏟아져 나올 수 있다. 


이렇게 많은 보험사들이 시장에 나온다면 오래 전부터 매각 작업을 진행해온 KDB생명처럼 제값은 커녕 가치만 하락할 우려가 크다. 


산업은행은 KDB생명을 다음달까지 팔아야 과징금을 물지 않는다. 금융지주사가 아닌 PEF가 금융사를 최대 10년까지 보유할 수 있는 현행 규정 때문이다. 지난 2010년 3월12일 KDB생명의 구주와 신주 66%를 인수한 'KDB칸서스밸류사모투자전문회사‘는 PEF에 해당된다.


KDB생명의 매각작업을 다음달까지 완료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산업은행은 일단 과징금 납부여부가 결정된 후 푸르덴셜생명 매각이 완료되면 인수후보를 적극 찾기로 했다. 푸르덴셜생명 매각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된 나머지 KDB생명의 매각가치만 하락한 꼴이 됐다.


보험업계 경영환경도 이보다 더 나쁠 수 없다. 저금리로 자산운용수익률은 갈수록 떨어지고, 손해율 상승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일부 보험사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보험사의 이익이 전년대비 큰 폭으로 줄었다.  


보험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금융지주사들이 비은행 계열 강화를 위해 더 좋은 매물을 가져가려고 하지만, 2022년이 다가올수록 더 싼 값이 가져갈 기회가 올 것”이라며 “대형 PEF들은 손보사를 선호하고 있어 생보사들이 향후 치열한 매각 고민에 휩싸일 것”으로 전망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종목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