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항공기금융 부메랑될라 '노심초사'
"선박펀드 쓰린 기억 되살아난다"...항공사 신용사고시 "직격탄" 불가피
이 기사는 2020년 02월 20일 08시 3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김세연 기자] 글로벌 항공산업의 장기적 부진이 우려되면서 한동안 항공기금융에 주력했던 증권업계의 시름도 더해지고 있다. 전방산업 위축이 리스 계약 등 중장기적 디폴트로 이어질 경우 항공기금융을 주선했던 증권사들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대부분 셀다운(재매각)이 마무리됐지만 증권사들의 책임이 일단락된 것은 아니다. 해당상품에 증권사들의 신용보강이 더해진 탓이다. 우발채무로 남아있기에 증권업계 역시 항공업계의 최근 불황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은 지난 2014년 부터 항공기금융채권(항공기금융)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 들었다. 글로벌 시장 속 항공여객 및 화물 등의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자 한동안 유행했던 선박펀드투자에 뒤이어 새로운 고수익 대체투자상품으로 항공기 금융리스가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항공기금융은 신용도가 높은 항공사가 항공기 제작사와 구매계약을 체결할 때 구매자금을 지원하며 항공기를 인수하는 마스터피스 방식과 기존 리스회사로부터 항공기를 매입해 신용도가 낮은 항공사에 임차하는 포트폴리오 방식으로 나뉜다. 


마스터피스 방식은 장기 임차가 가능하고 리스료 수수료율이 높다는 점에서 투자금 회수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항공사의 높은 신용도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디폴트 우려도 상대적으로 낮다는 분석이다.   


반면 포트폴리오 방식은 보다 저렴한 가격에 항공기를 매입한 후 리스 수수료와 이자 수익은 물론 계약 종료후 항공기 매각을 통해 추가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다만 임차인의 신용도가 높지 않고 항공기 가격 변동에 직접적으로 노출된다는 점에서 상대적 리스크는 높은 상품으로 평가된다. 


2014년 이후 대우증권(현 미래에셋대우), DGB금융지주 계열 하이투자증권, 부국증권, HMC투자증권(현 현대차증권), 교보증권, NH투자증권, KTB투자증권을 중심으로 이뤄진 항공기금융상품의 대부분은 마스터피스 방식이었다.  


포트폴리오 방식은 메리츠증권이 2016년 항공기펀드를 통해 GE캐피털 에이비에이션 서비스(GECAS)로부터 9820만달러(약 1조1681억원) 규모의 항공기 20대를 구입하며 첫선을 보였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10월에도 미국 리스업체인 ACG(Aviation Capital Group)에 6억8590만달러(약 8114억원) 규모의 항공기 24대를 매입하며 4년간 항공기금융에만 2조6183억원을 쏟아 부었다. 


메리츠증권은 부동산에 대한 정부의 잇따른 규제강화에 새로운 대안 시장으로 항공기금융시장에 주목했다. 사업포트폴리오가 부동산금융에 지나치게 편중됐다는 점에서 균형잡힌 사업 포트폴리오를 위해 이 시장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상당한 성과도 올렸다.  

 

승승장구하던 국내 항공기금융 투자는 메리츠증권의 투자 이후 다소 뜸한 상황이다. 투자 대상 항공사가 제한적인데다 과도한 경쟁 탓에 수익률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 영향이다. 최근에는 전방산업 부진과 글로벌 시장 환경 악화로 우발채무의 현실화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항공기금융의 수익 구조는 저렴하게 항공기를 매입한 후 리스 수수료 수익외에 향후 항공기 매각을 통해 벌어들이는 추가 수익 등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선박을 대상으로 한 용선시장과 달리 항공기 유통시장은 투명성이 마련되지 않아 적정한 감가상각을 근거로 항공기 매각 가치 산정이 어렵다는 것이 약점이다. 매입이나 재판매 과정에서 정확한 수익성 산출이 어려운 만큼 적정 수익성을 판단하는 것도 쉽지않다. 


일각에서는 최근 국내외 항공시장 위축으로 항공기 리스 시장 타격이 불가피한만큼 증권업계가 항공기금융 부메랑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의 경우 작년부터 이어진 반일 감정 논란과 여전한 한한령 탓에 항공여객 및 화물 수요가 급감했다. 연초부터 나온 코로나19 우려는 동남아시아 시장 등 글로벌 항공 수요 급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사태가 시간이 흐를수록 오히려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비관론쪽으로 기울고 있어 증권사들의 한숨도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항공기금융은 항공사의 신용도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디폴트 우려가 높다는 것은 성장과 지속적인 사업 추진의 한계가 될 수 있다"며 "역대 최대 규모의 포트폴리오 딜을 추진한 메리츠증권 역시 리스계약 종료 이후 자칫 재계약이 불발될 경우 자금흐름상 부진을 겪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작금의 글로벌 항공사 상황을 보고 있자니 선박펀드에서 겪었던 쓰라린 기억이 되살아난다며 몸서리치는 이들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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