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家長의 눈물 뒤에 숨은 인사청탁자들
신한은행 인사실무자들 징역형 구형에 눈물 호소
이 기사는 2019년 12월 19일 11시 4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양도웅 기자] 18일 오전 서울동부지법 501호, 신한은행 채용비리 1심 재판의 결심공판 현장. 검찰이 신한은행 전·현직 임직원들에게 최소 10개월 이상의 징역형을 구형한 뒤 피고인들의 최종진술이 이어졌다.


미리 써둔 글을 담담하게 읽어가던 김모 전 인사부장은 “그럼에도 성원해주는 가족과”라는 말을 내뱉은 순간 이내 무너져 내렸다. 변호인은 그가 내년 2월에 있을 아들 대학 졸업식에 참석할 수 있게끔 관대한 처벌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진술 내내 고개를 숙였던 이모 전 인사부장도 가족들 생계 걱정에 어깨를 떨었다. 부모님을 봉양하는 그는 가족 중 유일한 소득원이다. 이 전 부장은 “염치없지만 계속 직장생활을 할 수 있는 관대한 처벌을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이들 외에 채용실무를 담당했던 과장급 직원들 역시 채용 청탁과 관련해 개인적 이득을 취한 바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신한은행에 평생을 바쳤다”는 이들은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모두 면직된다.


피고인들 중 가장 중한 징역 3년을 구형받은 조용병 신한지주 회장 역시 “실무자로 채용을 진행한 직원들도 피해를 보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재판부에 청했다.


1년 넘게 진행된 신한은행 채용비리 재판의 핵심은 신입 행원 채용 과정에서 인사 청탁이 있었고 부정한 방법에 의해 이들이 채용됐다는 점이다.


채용 실무를 담당한 직원은 모두 법정에 섰다. 그런데 공판 과정에서 청탁을 한 이들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저 검찰이 압수수색한 신한은행 내부 자료의 정우택·김재경·김영주 의원의 이름과 신한금융그룹 임원, 금융감독원 국장 등의 이름만 거론됐을 뿐이다. 청탁자들은 모두 신한은행의 영업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정·관계 고위직 인사들이다.


한 실무진의 변호인도 “검찰 주장대로 신입채용과 관련한 일련의 행위가 잘못됐다면 외부 추천자들도 문제 삼아야 하는데 그렇게 되지 않았다”고 최종변론에서 의구심을 표했다.


검찰은 이날 구형 의견으로 청탁자들의 요구 일부를 들어준 신한은행 임직원들의 행위가 ‘로비’와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로비를 요구한 청탁자들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청탁을 들어준 이들만 처벌한다고, 검찰 주장대로 ‘청탁에 따른 부패의 커넥션’이 말끔히 해체될 거라는 데 동의할 사람은 누굴까. 조직에 충성한 가장들의 눈물 뒤에 숨은 청탁자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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