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주요 계열사, 잇단 자산유동화 '왜'
연이은 M&A로 재무부담 가중…신용등급 하락 방어 조치
이 기사는 2019년 11월 22일 09시 3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이호정 기자] # 신현재 CJ제일제당 대표는 지난달 15일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하는 이메일을 전 직원에 발송했다. 메일에는“대규모 M&A 등 투자는 했으나 조기 수익창출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수익성 악화에 따른 대외신용도 하락 리스크가 발생하고, 이 때문에 주가하락 및 자금조달 어려움 등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당시 CJ제일제당은 “3대 신평사 중 한곳에서 ‘부정적’ 등급전망이 나온 만큼 앞으로 잘 대응해 나가자는 의미일 뿐”이라며 신 대표의 메일을 축소하기 바빴다. 하지만 메일이 발송된 지 15일여 후 서울 가양동에 보유하고 있던 10만5762㎡ 규모의 유휴부지 매각 본입찰을 진행했고, 키움증권 컨소시엄 및 호반건설 등 11개 기업을 적격후보로 선정했다.


# CJ CGV는 지난 18일 공시를 통해 MBK파트너스·미래에셋대우PE 컨소시엄에 중국 및 동남아 자회사 지분의 28.57%를 2억8600만달러(약 3336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또한 7월 스크린엑스 사업부문을 떼어내 분할 독립시킨 뒤 씨제이포디플렉스에 232억원을 받고 매각했다.


# CJ ENM은 LG유플러스에 CJ헬로 지분 ‘50%+1주’를 8000억원에 매각키로 결정하고 마지막 줄다리기 중이다. CJ푸드빌은 지난 4월 2025억원에 투썸플레이스 지분 45%를 홍콩계 사모펀드인 앵커에쿼티파트너스에 넘겼다. 


CJ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자산유동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수합병(M&A)을 통해 덩치 키우기엔 성공했지만 차입금 급증으로 재무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신용등급 하락이 현실화되자 급박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CJ제일제당만 해도 최근 2년간 미국(쉬완스, 카히키), 독일(마인프로스트), 러시아(라비올리), 베트남(민낫푸드)의 냉동식품업체를 비롯해 중국 기능성 아미노산 기업인 하이더와 브라질 농축대두단백업체 셀렉타 등을 인수했다. 반면 네덜란드 뉴트레코에 사료사업부 매각 계획은 무산됐다. 이로 인해 차입금이 눈덩이처럼 불면서 유동성 여력이 눈에 띄게 쪼그라들었다.


CJ제일제당의 올 3분기 조정총차입금(순차입금+잠재채무)은 11조4601억원으로 작년 말에 비해 2조3113억원 증가한 반면, 회사의 단기지급능력을 나타내는 유동비율은 76%로 같은 기간 6.7%포인트나 하락했다. 문제는 국내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해외 자회사들까지 이렇다 할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CJ제일제당의 현금창출력이 예전만 못하단 점이다.


기업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의미하는 운전자본(매출채권+재고자산-매입채무)만 봐도 올 3분기 3조2323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말에 비해 19.5%나 부담이 커졌다. 외상매출(매출채권)과 재고자산은 이 기간 8153억원이나 증가한 반해, 원재료 등의 외상매입(매입채무)은 2873억원 늘어나는데 그친 까닭이다. 통상 기업들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외상매출과 재고자산은 줄이는 반면 외상매입은 늘린다.


하지만 CJ제일제당의 경우 외상매출과 재고자산이 더 큰 폭으로 증가하다 보니 영업활동 통해 실제로 유입된 현금 규모도 뒷걸음질 치고 있다. 올 3분기 영업활동현금흐름(OCF)은 8017억원으로 작년 말 대비 21.8% 감소했다. 아울러 현금창출력 지표인 상각전 영업이익(EBITDA) 역시 1조4421억원으로 2.1% 줄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국기업평가도 CJ제일제당의 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하면서도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


CJ제일제당의 가양동 부지 매각은 결국 재무건전성 개선을 통한 신용등급 하락을 막기 위한 조치인 셈이다. 다만 신용등급 방어를 위해선 연말까지 차입금을 2조원여 줄여야 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CJ제일제당의 계획대로 연내 가양동 부지를 매각한다손 쳐도 1조원을 밑도는 자금을 쥘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4분기 극적인 실적 반등 없인 신용등급 하락을 막기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팽배하다.


CJ CGV도 안심하기 이르다. 해외자회사 CGI홀딩스에서 유입될 3336억원으로 4분기(444.3%) 부채비율이 3분기 대비 278.6%포인트 하락하겠지만 2조600억원 달하는 리스부채 부담은 여전한 상태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내 멀티플레스 사업은 2013년을 기점으로 성장세가 꺾인 상태라 실적 개선폭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부분도 우려를 낳고 있는 배경이다.


실제로 CJ CGV 자료에 따르면 2013년만 해도 사이트(영화관)당 관람객수는 83만9000명에 달했지만 지난해 67만9000명으로 줄어든데 이어 올 1분기에도 66만3000명으로 또다시 감소했다. 스크린당 관람객수 역시 같은 기간 10만8000명→9만2000명→9만명 순으로 줄었다. 이 때문에 CJ CGV은 올 3분기 판매관리비(4920억원)를 작년 말 대비 41.1%나 줄인 덕에 영업이익(779억원)을 0.3% 개선할 수 있었다.


신평사 관계자는 “CJ제일제당의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은 이미 1년 전부터 언급돼 왔고, CJ CGV 역시 최근 자본확충으로 재무안정성 우려를 완화시키긴 했지만 실적 회복세가 더딘 데다 남아 있는 리스부채가 막대한 상황이라 신평사들이 주의 깊게 모니터링 하고 있다”며 “4분기 어떤 실적을 내느냐에 따라 양사의 신용등급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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