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M&A
금호산업, 실익 못 챙기나
예상보다 낮은 구주매각금액...신사업 여력 '줄고', 자본증가 효과도 '미미'
이 기사는 2019년 11월 12일 18시 1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정혜인 기자] 금호산업이 그룹의 핵심인 아시아나항공(이하 아시아나)을 떼어내고도 사실상 큰 실익을 누리기 어렵게 됐다. 예상보다 낮은 금액에 구주를 매각하게 돼 실질적인 자본증가 효과가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입된 매각대금을 차입금 상환에 쓰기에도 빠듯해, 차기 먹거리 사업에 투자할 여력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은 금호산업이 보유하고 있는 구주 6868만8036주(지분율 31%) 매각과 아시아나의 신주발행으로 이뤄진다. 이 가운데 금호산업이 이득을 볼 수 있는 부분은 구주 매각 대금이다. 신주 발행으로 유입된 현금은 아시아나에 귀속되기 때문이다.


매각주체인 금호산업은 구주 매각대금을 높게 제시한 기업과 거래를 해야 유리하다. 핵심 자회사를 매각하는 만큼 그룹의 재무구조를 개선할 뿐만 아니라 차기 먹거리 사업에 진출하는 교두보를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거래에서 금호산업은 큰 힘을 발휘하지 못 했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그룹 회장 역시 12일 우선인수협상자로 선정된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구주 협상보다 신주 인수를 통한 아시아나의 경영정상화를 이루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힌 만큼 실질적인 매각주체는 아시아나와 채권단이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호산업이 경영권 프리미엄 없이 사실상 시장 거래 가격 수준에 아시아나 지분을 넘기게 된 것으로 전해진다. 금호산업은 한 때 구주매각 금액을 4500억원까지 예상했다. 반면 최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제시한 구주 인수 금액은 당초 금호산업이 예상했던 금액에 한참 못 미치는 4000억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본입찰 당일인 지난 7일의 시장가격을 반영한 아시아나 31%에 대한 가치는 3647억원이다. 


금호산업이 누리는 실익은 예상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일단 매각자금 유입에 따른 자본증가 효과는 높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금호산업이 장부에 반영한 아시아나 주식 31%에 대한 가치는 2985억원이다. 구주 매각 금액이 4000억원 안팎으로 전해지는 만큼 장부상 차액이 1000억원을 넘기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장가격에서 매각가(본입찰 당일 종가 기준 3647억원)가 결정됐다면 장부상 차액은 수백억원에 불과하다.  상반기 기준 금호산업(개별)의 자본총계와 부채총계는 각각 3507억원, 9533억원이며, 부채비율 271.8%다.


반면 채무를 상환해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만드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금호산업의 올해 상반기 기준 총차입금은 2097억원이다.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단기차입금은 615억원이다. 금호산업 지분 45%를 갖고 있는 모회사, 금호고속의 차입금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해 기준 금호고속의 총차입금은 3825억원으로, 이 중 단기차입금만 2854억원이다. 금호산업에 매각자금이 유입되면 현금성자산이 1270억원에서 최대 5000억원대까지 불어나 자체 차입금 상환 뿐만아니라 모회사인 금호고속 부채를 해소하는 데 지원할 수 있다. 


다만 매각자금 유입이 예상보다 줄면서 신사업 투자 여력이 감소한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금호그룹은 핵심 사업회사인 아시아나를 매각한 후 차기 먹거리 사업 발굴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하지만 유입된 현금을 채무 상환에 쓰고나면 남는게 많지 않다. 결국 금호산업이나 금호고속 등이 창출한 현금으로 투자자금을 쌓아 나가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호산업의 연간 상각전영업이익(EBITDA)는 300억원대다. 금호고속은 2017년 143억원, 2018년 650억원의 EBITDA를 창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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