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M&A
HDC發 에어부산·IDT 분할매각 시나리오는
사업중첩 방지 차원 3자매각 가능성 부각
이 기사는 2019년 11월 11일 14시 5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권일운 기자]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에게 부산 거점의 저비용항공사(LCC)와 항공업 전문 시스템통합(SI) 사업자가 반드시 필요할까. 이 의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도 아시아나항공의 상장 자회사 두 곳(에어부산·아시아나IDT)이 정말 분리매각될지를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서 가격적 요인만 놓고 본다면 승기를 잡은 곳은 HDC현대산업개발이다. 하지만 HDC현대산업개발이 실제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경우 증손회사로 간주될 아시아나항공의 종속회사 처리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공정거래법(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분을 100% 가지지 못한 증손회사는 매각하거나, 지분 전량을 사들여야 하는 까닭이다.


가장 걸림돌이 될 종속회사로는 에어부산과 아시아나IDT가 꼽힌다. 전자의 경우 부산지역 상공인들과 컨소시엄 형태로 출범시킨 지역 항공사이기 때문에, 후자는 아시아나항공 유동성 확보 목적으로 기업공개(IPO)를 단행하는 바람에 지분을 전량 보유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두 회사는 상장사라는 특성상 당연히 지분 전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 심지어 아무리 높은 가격을 제시한다고 하더라도 모든 주주들이 공개매수에 응할지가 불확실하다.


만약 HDC현대산업개발이 이들 회사를 계속 거느리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아예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주사인 HDC가 에어부산과 아시아나IDT 지분을 직접 사들이면 된다. 이 구조라면 에어부산과 아시아나IDT가 지주사의 자회사가 돼 지분 100%를 확보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HDC가 그만한 여력이 되는지는 미지수다.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에어부산 지분(44.2%)과 아시아나IDT 지분(76.2%)을 합친 가치는 시가 기준으로 3500억원이 넘는다. 반면 HDC가 보유한 현금은 올 상반기 말 기준 1144억원에 불과하다. 물론 재무구조가 가장 우량한 건설사로 손꼽히는 HDC현대산업개발을 예하에 둔 지주사인 만큼 지배구조 개편 자금 2000억~3000억원을 조달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을 전망이다.


관건은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과 에어부산, 아시아나IDT가 ▲사업적으로 밀접한 관계이며 ▲반드시 세 회사를 동시에 보유해야만 항공산업에 원활히 안착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지다. 부산 기반의 LCC와 항공 산업에 특화된 시스템통합(SI) 업체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판단이 선다면 대규모 재원을 투입해서라도 이들 회사를 품어야 한다는 논리다.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분리매각으로 몸집을 줄임과 동시에 유동성을 확충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이 내려질 수 있다.


항공업계 종사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에어부산과 아시아나IDT는 얼마든지 분리매각할 수 있다"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다. 이들 자회사가 없다고 해서 아시아나항공의 근본 경쟁력이 훼손되지는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일단 HDC현대산업개발이 일반항공사(FSC)와 LCC 사업을 동시에 영위할 생각이 있다면 지분 100%를 보유한 에어서울만으로도 가능하다. LCC 자체에 의지가 없다면 에어부산-에어서울을 통매각하는 시나리오도 염두에 둘 수 있다. 아시아나IDT는 항공사 전산에 특화돼 있다는 차별화 포인트는 존재한다. 하지만 지주사 HDC 산하에 HDC아이콘트롤스라는 이름의 SI 업체가 존재하는 까닭에 추후 사업 중첩이 일어날 수도 있다.


분할 매각이 현실화된다면 원매자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에어부산은 이미 다수의 잠재 인수후보들이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아시아나항공 채권단 측에 별도의 인수 제안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시아나IDT 또한 매물로 나오게 된다면 기존에 항공운송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곳이 충분히 매력을 느낄만 하다는 평가다.


일단 에어부산의 경우 홀로서기를 준비하는 모양새다. 최근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며 자체적인 항공기 정비 체계를 갖춘 것이 단적인 예다. 부산 지역 항공사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해 국내 공항 가운데서 가장 국제선 운항 회수가 많은 인천국제공항에도 본격적으로 취항하기 시작했다. 이 시점을 전후해 한태근 에어부산 대표가 "아시아나항공과 별도의 회사가 되더라도 독자적으로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에어부산 자체적으로는 어떤 식으로든 분리매각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가정 아래에 사업 계획을 수립하고, 운영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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