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M&A
주도권 없는 금호산업, 구주 프리미엄도 못받나
원매자들, 시가·장부가로만 4000억대 제시
이 기사는 2019년 11월 08일 11시 2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권일운 기자] 아시아나항공 매각의 실질적인 주체가 채권단이라는 점은 원매자들이 제안한 구주 인수 가격에서도 나타났다. 사실상 유효 경쟁을 성립하고 있는 것으로 간주되는 HDC현대산업개발과 애경 모두 시가를 약간 넘는 수준의 금액을 제안했다는 점에서다.


8일 금융투자(IB) 업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과 애경 컨소시엄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 31.1%의 매입가로 4000억원 대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두 후보는 여기에 1조~2조원을 유상증자 형태로 투입,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수 있는 권리는 공식적으로는 최대주주인 금호산업이 갖고 있다. 하지만 본입찰에 참가한 인수 후보들은 금호산업의 이해를 극대화하는 구주 매입가를 높이는 것보다는 유증 규모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택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KDB산업은행이 주도하는 채권단의 압박으로 이뤄졌고,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에서도 채권단의 의중이 작용한다는 것을 인수 후보들 또한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호산업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등이 나눠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의 가치는 본입찰일(7일) 종가 기준 3649억원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은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가 될 경우 ▲저비용항공사(LCC)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동시에 인수하는 효과가 나타나며 ▲사업적 연관성이 큰 시스템통합(SI) 사업체와 지상조업사 등도 함께 인수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시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구주 거래가가 형성될 것을 기대했다.


입찰 결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입찰 참여자들이 금호산업 보유 지분에 대해서는 사실상 프리미엄을 치르지 않기로 한 것이다. 당장 영업활동이 부진하거나 재무상태가 좋지 않은 상장사를 인수·합병(M&A)에서조차 시가 대비 30~50%의 프리미엄이 적용된다는 점에 비추어보면 인수 후보들이 생각하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현재 입지가 얼마나 절박한지를 간접적으로 알아볼 수 있다.


금호산업의 회계장부에 계상된 아시아나항공 지분의 가치는 2985억원이다. 이론적으로는 이 금액 아래로만 매매가가 형성되지 않는다면 금호산업이 손실을 보는 것은 아니다. 입찰 참여자들 역시 시가와 동시에 장부가를 고려했을 가능성이 높다. 금호산업이 손실을 이유로 아시아나항공 매각 의사를 철회하지 않는 선에서 구주 매입가를 책정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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