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강, CSP제철소 긴급 수혈 “아직 갈 길 멀다”
브라질 하공정 투자, 안정적 소재 조달 등 숙제 남아
2017년 3월 동국제강이 브라질 CSP제철소에서 첫 슬래브를 입고했다.


[딜사이트 유범종 기자] 동국제강이 자본잠식에 빠진 브라질 CSP제철소 추가 출자를 결정하며 긴급 수혈에 나섰다. 단기적인 측면에서 CSP제철소의 숨통은 트일 것으로 예상되나 독자적인 경쟁력 확보와 동국제강과의 소재 조달 시너지 측면을 고려할 때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도 산적해 있다.


동국제강은 지난 5월 합작사인 포스코, 브라질 발레(Vale)와 브라질 CSP제철소(Companhia Siderurgica do Pecem) 유상증자에 최종 합의했다. 합작지분 30%를 보유한 동국제강은 올해 4500만달러, 2020년 7950만달러, 2021년 2550만달러 등 3년간 총 1억5000만달러를 분할 투입하게 된다. 


이번 유상증자는 CSP제철소가 완전자본잠식에 빠지면서 결정됐다. CSP제철소 건설 당시 총 투자 규모는 55억달러였다. 한화로 계산하면 약 6조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최근 지어진 현대제철의 3고로 건설비용이 3조6545억원, 포스코의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제철소(PT.KP) 건설비용이 3조753억원 가량임을 고려하면 투자비용만 2배 가까이 더 소요됐다.


특히 30억달러에 달하는 차입금에 대한 금융비용과 헤알화 평가 가치 절하 등으로 순손실 규모가 누적되면서 추가 출자는 불가피했다는 것이 동국제강 입장이다. 합작사들이 자금 수혈에 나서면서 CSP제철소 운영은 다소나마 숨통이 트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CSP제철소 지원규모와 방식은 지난해부터 채권기관과 논의를 진행한 끝에 회사의 재무구조에 부담을 주지 않는 방향으로 결정한 것"이라며 "향후 대주단과도 원만하게 협의가 이뤄진다면 CSP제철소의 경영이 안정돼 추가 지원 가능성이 크게 낮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 CSP제철소, 하공정 투자 없이 생존 가능한가?


그러나 긴급 수혈을 받은 CSP제철소가 지속적인 독자 생존을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물음표가 붙는다. 특히 하공정 투자 없이 상공정만 가진 부분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쟁력 저하 요소로 꼽힌다.


CSP제철소는 2016년 하반기 가동 이후 채 3년도 되기 전인 지난해 매출 1조8601억원, 영업이익 1948억원을 기록하며 고로 가동과 영업이익 조기 안정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초 목표였던 올해 말보다 1년 이상 앞당긴 성과다.


다만 일각에서는 CSP제철소의 조기 안정화는 자체적인 경쟁력 우위에서 나온 결과라기보다는 시황 호조가 주요인이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시작된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CSP제철소에게는 오히려 득이 됐다.


지난해 4월 미국 정부가 ‘무역확장법 242조’를 발동하면서 미국으로 철강을 수출하는 주요 해외기업들은 고율의 관세와 쿼터를 할당 받으며 수출 길이 막혔다. 반면 브라질에 위치한 CSP제철소가 생산한 슬래브(Slab)는 수입쿼터 100%(2015~2017년 평균치)를 그대로 유지했다. CSP제철소가 미국으로 수출하는 슬래브는 보복성 관세가 붙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미국을 중심으로 인근 지역의 기업들까지 CSP제철소로 슬래브 주문이 몰리면서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렸다. 특히 이 기간 미국 내 철강가격은 큰 폭으로 뛰었다. 2017년 말 450달러 내외 수준이었던 미국 내 슬래브 가격이 2018년 500달러 중후반대까지 솟구치며 CSP제철소는 큰 시세차익을 볼 수 있었다. 


(자료=동국제강)

그러나 이러한 이익구조는 외부적인 변수에 좌우되는 것으로 불확실성이 크다. 향후 미국 정부의 통상기조가 바뀌어 국제 슬래브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거나 자칫 판매에 차질이 생길 경우 수익성이 유리처럼 깨질 수 밖에 없다.


결국 장기적인 관점에서 CSP제철소가 상공정 투자만 진행한 부분은 수익성 확보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통상적으로 제품라인으로 설비투자가 이뤄질수록 원가적인 측면에서 유리하다.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여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 CSP제철소의 경우 추가적인 하공정 투자가 없다면 향후 경쟁업체들의 고로보다 경쟁력 면에서 우위를 차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 동국제강 후판부문, 안정적 슬래브 조달 고민


동국제강 입장에서 보면 CSP제철소를 통한 안정적인 소재 조달도 큰 고민이다. 당초 CSP제철소 투자의 가장 큰 목적은 동국제강 후판부문에 안정적으로 슬래브를 조달하기 위해서였다. 그 동안 동국제강은 고로가 없어 후판 소재인 슬래브의 100% 외부조달이 불가피했다. 이는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과 안정적인 납기 등의 측면에서 경쟁사 대비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해왔다.


CSP제철소 투자는 이러한 부담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이 컸다. 동국제강은 합작업체간 협약에 따라 연간 60~100만톤은 국내로 조달해 당진 후판공장의 소재로 사용하고 나머지 물량은 외부에 판매한다. 필요한 만큼의 자가소비용 소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면서 국제 소재가격 등락의 영향을 최소화하고 장기재고 부담도 덜기 위한 포석인 것이다. 


동국제강 당진공장에서 후판이 생산되고 있다.(사진=동국제강)

그러나 CSP제철소로부터의 안정적인 소재 조달은 한계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6월 CSP제철소 선적 지연 사태로 동국제강이 제 때 소재를 공급받지 못하면서 후판공장에 대한 50% 수준의 인위적인 감산을 진행한 것이 단적인 예다.


통상 브라질에서 동국제강 당진 후판공장까지 슬래브를 가지고 오려면 최소 2~4개월 가량이 소요된다. 이러한 장거리 조달의 경우 현지 생산부터 선적, 수송, 입항 등에서 다양한 변수들이 발생할 수 있다. 동국제강이 브라질 CSP제철소로부터 안정적인 소재 납기 체제를 구축하지 못한다면 당초 투자 목적은 희미해질 수 밖에 없다.


현재 동국제강은 이러한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해 JFE스틸 중남미지역 코일센터에 CSP물량을 공급하고 국내 자가소비 물량은 JFE스틸로부터 공급받는 슬래브 교환도 적극 타진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물량교환(swapping)이 실현된다면 브라질로부터 자가소비 물량을 공급받기 위해 드는 비용 축소와 납기의 안정성 등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동국제강이 후판사업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안정적인 소재 조달은 필수적이다. CSP제철소 활용을 비롯한 다각도의 방안을 열어놓고 이 부분에 대한 개선책이 조속히 나와야 할 것이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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