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기관 2곳, 휴젤 지분 10% 넘게 보유
올 들어 38만원대에 지분 매입…주가 반등 기대감 반영된 듯


[권일운 기자] 해외 기관투자가들이 보톡스 제조사 휴젤의 지분을 늘려 나가고 있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휴젤의 주가가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계 자산운용사인 캐피탈그룹(The Capital Group)은 지난 27일자로 휴젤의 지분을 5.03%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시했다. 주식수로는 21만9057주로 최근 시가를 기준으로 할 때 약 870억원 어치에 해당한다.


캐피탈그룹은 총 7개의 펀드를 동원해 휴젤 지분을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흥국 시장에 초점을 맞춘 펀드와 스몰캡 펀드들이 매입 주체로 나섰다. 단일 펀드 가운데서는 뉴월드 펀드(New World Fund)가 가장 많은 지분을 사들였다.


캐피탈그룹은 상당 기간 전부터 휴젤 지분을 매입해온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27일을 기점으로 공시 의무가 있는 5%의 지분을 넘겼고, 해당 내용을 공시하게 됐다. 이 시기의 매입 단가는 주당 38만8000원 가량이다.


이보다 앞선 지난 3월에는 미국계 투자자문사 웰링턴매니지먼트(Wellington Management)가 휴젤 지분을 5.02% 보유했다고 밝혔다. 웰링턴매니지먼트는 홍콩과 싱가포르, 미국 소재 법인을 통해 휴젤 지분을 나눠 매입했다. 3월 당시의 매입 단가는 38만375원으로 캐피탈그룹에 비해 소폭 낮았다.


캐피탈그룹과 웰링턴매니지먼트는 국내 증시에서 낯익지 않은 존재들이다. 대기업 계열사 지분을 5% 이상 확보한 뒤 이를 공시한 사례가 다수 있어서다. 최근 사례로는 웰링턴매니지먼트가 CJ E&M의 주요 주주에 등극했으며, 캐피탈그룹은 SK하이닉스 지분을 대거 매입해 반도체 업황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시킨 바 있다.


두 외국계 기관의 지분 매입은 현재 휴젤 주가가 충분히 저평가돼 있다는 판단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휴젤 주가는 60만원대 중반을 넘나들던 지난해에 비해 절반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말 20만원대 초반까지 추락하기도 했지만, 최근 들어 실적에 대한 기대감 덕분에 반등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총 10%를 넘는 휴젤 지분을 보유한 이들 기관이 적대적 인수합병(M&A)과 같은 이벤트를 벌일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적어 보인다. 캐피탈그룹과 웰링턴매니지먼트 모두 국내의 법률 대리인을 통해 “경영에 참가할 의도가 없다”는 내용의 확약서를 제출한 까닭이다. 다만 2000년대 초반 SK그룹의 경영권 분쟁을 촉발시킨 ‘소버린 사태’ 때 존재감을 드러낸 적이 있는 곳들이라는 점에서 경우에 따라서는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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