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 플렉스컴…이번엔 ‘M&A’ 표적

[김진욱 기자] 삼성전자에 연성회로기판(FPCB)을 납품하는 코스닥 상장사 플렉스컴에 경영권 분쟁이 발생했다. 문제는 전방 산업 악화로 인한 실적 부진 속에 경영권을 방어할 여력이 딱히 없다는 점이다.


어울림모터스 박동혁 대표는 28일 “지난 7일 체결한 경영권 양수도 계약을 하경태 대표가 일방적으로 해제했다”면서 “플렉스컴의 적대적 인수합병(M&A)를 시도하겠다”고 선언했다. 박 대표 측의 장내 지분 매집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주가는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다.


플렉스컴이 지난 24일 공시를 통해 밝힌 계약 해제 사유는 ‘계약조항 불이행’이다. 이에 대해 어울림모터스 측은 “계약사항을 어긴 것이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오히려 하 대표가 계약조건에 없던 2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할 것을 요구했고, 이에 응하지 않자 일방적으로 계약 해제 공시를 한 뒤 소통을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어울림모터스는 소액주주들이 의결권을 위임하겠다고 밝힌 200만여주를 포함해 300만주 가량의 우호지분을 확보한 상황이다. 어울림모터스 박동혁 대표는 29일 “담보로 맡긴 하 대표의 주식 중 일부가 반대매매돼 지분율이 5%대로 떨어진 것으로 추측된다”면서 “내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열릴 ‘표 대결’을 위해 우호지분을 계속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플렉스컴은 2013년까지만 해도 매출액 5200억원, 영업이익 240억원에 200% 미만의 부채비율을 자랑하는 건실한 기업이었다. 지난 2월에는 삼성전자로부터 ‘올해의 강소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갤럭시 시리즈가 판매 부진을 겪으면서 실적이 악화됐다. 호황기에 공격적인 설비 투자에 나섰다 공급 과잉 상태에 빠진 것이다.


올해 3분기 기준 플렉스컴은 매출액 2475억원, 영업손실 33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473억원에 이어 올해도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2013년 말 742억원이었던 이익잉여금은 올해 ‘마이너스’로 전환해 결손금 133억원을 기록했고, 3분기 기준 부채비율도 969%까지 치솟았다. 지난 9월 3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해 재무 상태를 개선하려고 했지만 무산됐다.


결국 24일 한국기업평가플렉스컴에 대해 “영업실적이 크게 저조한 가운데 차입금 상환 부담이 과중한 수준”이라면서 “최근 차입금 연체가 재발하는 등 유동성 리스크가 지속되고 있다”면서 무보증 전환사채 신용등급을 B+(부정적 검토)에서 CCC(부정적 검토)로 하향 조정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플렉스컴에 대해 “사업 포트폴리오와 거래처가 FPCB와 삼성전자에 집중돼있어 타격이 컸다”면서 “스마트폰 시장이 회복되면서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이 높아진다면 실적을 회복할 가능성은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플렉스컴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접촉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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