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미, 제미니투자 ‘적대적 M&A’ 내세워 ‘초대박’…먹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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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기자] 애니메이션업체 고구미가 창업투자회사 제미니투자의 적대적 인수합병 선언 한 달 만에 보유주식을 전량 매각했다. “소액 투자자 권익 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단기 주가급등의 유일한 수혜자라는 점에서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고구미가 제미니투자의 공시에 처음 등장한 시점은 지난달 16일이다. 당시 고구미 측은 주식 취득 사유를 “경영 참여 및 투자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홈페이지에 내건 공식 입장 역시 “제미니투자의 경영권을 인수해 소액 투자자 권익을 보호하고 주식가치를 높여 주주이익을 극대화하겠다”로 크게 다르지 않다.

이후 지분율을 8.92%(168만1131주)까지 늘린 고구미 측은 적대적 경영권 인수를 위해 소액주주들의 의결권을 위임받겠다고 밝혔다. 실제 39명의 주주들이 133만1700주(지분율 3.41%)를 위임하면서 고구미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총 주식 수는 12.34%(301만2831주)로 늘었다.

당시 900원대에 불과하던 주가가 고구미의 적대적 인수합병 선언 이후 6거래일 만에 2400원대까지 치솟았다. 애초 고구미는 지난 14일 예정된 임시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들로부터 받은 의결권을 통해 이사회를 장악할 계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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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주주총회 3일 전에는 홈페이지를 통해 제미니투자 인수 후 계획 및 목표로 △인수합병(적대적 M&A 포함) 펀드 구성·활성화 △해외투자 유치로 애니메이션·엔터테인먼트 사업 강화 △중국 등 해외업체들과 협력해 구체적 발전방향 모색 △제미니투자의 지속 해외투자 유치창구 활용 등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고구미측은 기습적으로 다음날인 12일 보유주식 전량을 매도했다. 168만1131주(지분율 8.92%) 가운데 14주를 제외하고 처분해 32억원 가량을 현금화했다.

회사 측의 공식 설명은 “올라서 팔았다”로 요약된다.
고구미 측은 팍스넷데일리와의 전화통화에서 밝힌 주당 평균 매입단가가 400~500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실제 차익은 최대 23억원~25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고구미 측은 ‘대박’을 쳤지만 소액주주들은 난감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보유주식을 전량 매각한 12일 하루 동안만 제미니투자 주가는 15.56% 급락했다. 물론 고구미 측에 의결권을 위임한 39명 역시 막대한 손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고유철 고구미 대표는 “지난해 11월부터 제미니투자 인수를 위해 주당 400~500원에 매입했던 주식이 너무 올라 차익실현을 결정했다”면서 “주가가 예전만큼 하락하면 다시 경영권 인수를 시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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